미륵 부처
2010. 11. 28일
<아침 7시에 받은 계시>
“윽!, 아~악!!”
“뭐야 저 기분 나쁜 물건이!”
“윽! 미륵부처잖아, 시꺼먼 돌멩이로 된!, 아니, 부처우상이 왜 저기에!, 아니, 저 멸망의 가증한 것이 왜 남의 자리에!, 저긴 태양이 떠오르는 자린데, 저 동쪽하늘은 언제나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자린데, 저 멸망의 가증한 물건이 왜 남의 자리에 떠!,
윽!, 있는 대로 비위가 상한다. 야, 이 멸망의 가증한 물건아!, 야, 이 미운물건아!, 네가 왜 그 자리에서 뜨냐!, 넌 네 자리도 모르냐, 거긴 아침마다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자린데, 왜 네가 거기서 떠!, 야 이 분수도 모르는 녀석아, 거긴 네 자리가 아니잖냐, 저 멸망의 가증한 나라에나 가서 뜰 것이지 네가 왜 거기서 뜨냐!,”
와, 있는 대로 비위가 상한다. 내 생애 최악으로 기분 나쁜 날이다. 내 생애 최악으로 기분 나쁜 물건을 본 날이다. 이렇게 기분 나쁜 물건을 보기는 처음이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 새벽에, 밝은 태양이 떠오를 자리에 시꺼먼 돌부처가 벌써 한발이나 높이 떠올라있다. 아직 태양이 떠오르려면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될 시간인데도, 녀석이 먼저 떠오른 것이다. 아직 때도 되지 않았는데 녀석이 먼저 남의 자리에 으젓이 떠 오른 것이다.
녀석이 어찌나 차갑게 생겼는지, 동녘하늘에 한 발쯤 떠오르자 하늘 전체가 꽝꽝 얼어붙은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평상시보다 배나 더 싸늘한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늘이 시꺼먼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주변의 높은 산이 시꺼먼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주변의 나무들이고, 풀들이고, 바윗덩이고, 할 것 없이, 녀석의 근처에 있는 것은 모두가 시꺼먼 얼음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녀석이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세상이 점점 캄캄해지면서 얼음장처럼 싸늘한 얼음덩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녀석이 이제 한발쯤 떠올랐으니까 이 정도이지, 만약 저 녀석이 하늘 중천 에쯤 떠오를 때쯤엔, 이 세상전체가 아예 캄캄한 암흑천지가 되어버리고 말게 생겼다. 세상 전체가 꽝꽝 얼어붙은 얼음 냉장고가 되어버리고 말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