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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재림

암꿩

                   암꿩

                                                           2010. 11. 26일

                                                   <오전 11시에 받은 계시>





어찌나 다급했는지!,

놀란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뜨고, 깃털을 앙크랗게 치켜세운 체, 죽을힘을 다해 산으로 산으로 줄달음을 치기만 한다. 눈앞을 가로막는 수풀들과 나뭇가지들이 아카시아 나무인지 찔레가시덤불인지 그런 것을 분간해낼 여유가 없다. 그런 것을 확인하며 요리조리 피해가며 달릴 여유가 없다. 들 가시가 온 몸을 할퀴든, 아카시아가시가 몸을 할퀴어놓든, 무턱대고 산으로 산으로 탈출을 하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보니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암꿩이다. 몸매가 그만인데다 흑갈색 깃털들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것을 보니, 척 보기에 귀족 중에서도 귀족으로 살아온 꿩이다. 세련된 몸매에다 온 몸을 어찌나 반들반들하게 가꿔놓았는지, 척 보기에 세상의 존귀란 존귀는 한 몸에 다 지니고 있는, 귀하고 귀하기만 한 몸이다. 사람들로 친다면 적어도 장관부인이나, 국회의원의 부인 또는 이렇다 할 회사의 이사장 부인쯤 되는 몸이시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오늘은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놀란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뒤집어 까고는, 털이란 털은 있는 대로 거꾸로 세운 뒤, 죽을힘을 다해 산으로 산으로 탈출하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찔레가시가 온 몸을 할퀴어대는 것도, 들 가시가 온 몸을 짓 찢어놓는 것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다만 목숨을 위해 산으로 산으로 도망을 치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바보 같은 녀석, 그러니까, 뭐랬어!, 산으로 피라하고 했잖아!, 예루살렘이 군대들이 에워싸이는 것을 보거든, 산으로 도망하라고 했잖아,

잘난 척하고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화려한 도시문화에 풍덩 파묻혀 살다가, 마침내 그 많은 가족들을 저 꽝! 꽝! 하는 속으로 다 집어 처넣어버리고, 겨우 자신의 몸 하나 불속에서 뛰쳐나오기에 급급한 신세가 되고 말다니!, 어차피 이렇게 산으로 도망쳐 올 것, 미리 도망해왔더라면 온 가족이 다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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