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2010. 11. 8일
<아침 7시에 받은 계시>
“밤송인가,”
“왜 까가지고 오질 않고 송이채 담아왔어,”
“어!, 밤송이는 두어 개 밖에 안 되네, 그런데 왜 그건따나 밤송이가 자라다 말았냐. 아직 절반도 못 자랐네, 지금 철이 어느 땐데 이제까지 절반도 못자란 체 이렇게 누렇게 탈색이 되어버렸니. 서리를 맞아서 그런가, 쯧쯧, 까짓것 까보아야 먹을 것 하나도 없겠네, 앙상한 가시천지지 먹을 것 하나도 없겠네,”
그리고 그 옆엔, 뭐야, 뭐가 토마토도 아니고, 감도 아니고, 뭐가 시퍼렇게 절반도 안 익었냐. 이제 서리가 내려서 모든 농사는 다 끝이 났는데, 그래 아직도 이렇게 절반도 못 자랐으면 이걸 무엇에 쓴단 말이니, 그런데다 무어가 진물이 질질 흐르고 있니. 썩었는가!, 아니 절반도 못 익은 주제에 썩기까지 했으니, 이걸, 이걸,
그 곁에건 또 뭐야, 사과도 아니고, 배도 아니고, 뭐야, 뭐가 모두 익지도 않은 것들이 진물을 질질 흘리고 있니, 뭐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것들이 썩은 진물을 질질 흘리고 있니.
아니,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과일들이 몽땅 다 그렇잖아, 먹을 만 한 건 하나도 없잖아, 모두가 다 썩은 과일천지라고, 까짓것들 들판에다 획! 뿌려버리고 말 것이지, 뭣 하려 가지고 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