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2010. 9. 9일
<오후 8시에 받은 계시>
“어떻게 불에 탄다고 해도 그렇지,”
“아무리 불에 탄다고 해도 그렇지, 어쩌면 이렇게 까지 바짝 태울 수가 있냐!”
“무슨 불이 지나갔기에 이렇게 까지 땅을 바짝 태워놓고 갔을까!,”
여기는 도심 한 복판도 아니고, 시골 농장 한 복판도 아니고, 인적이 뜸한 산꼭대기인데, 무슨 불이 지나갔기에, 이 외진 산꼭대기까지 이렇게 바짝 핥아버리고 갔을까,
땅을 핥아버린 정도가 아니다. 아예 바짝 구워놓고 갔다. 아무리 산불이 났다고 해도 이렇게 까지 바짝 구워놓을 수는 없다. 땅이 바짝 구워지다 못해 아예 푸석 푸석 재가 되다시피 했다. 산등성이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사발그릇 속에 절반정도 들어있던 흙덩이가, 새까맣게 그슬리다 못해 아예 푸석푸석한 잿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언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땅을 통째로 바짝 구워놓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