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소
2010. 8. 27일
<오후 2시에 받은 계시>
“안 되지요, 고삐를 풀어놓으면!,”
“고삐를 풀어놓으면 제멋대로 뛰어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다 뒤집어 엎어놓을 텐데요!,”
어디선가 사람의 손이 나타나서 소의 고삐를 풀어놓자, 녀석이 성깔을 있는 대로 부리며 푸다닥! 뛰어나간다. 대가리를 땅에서 위를 항해 바람처럼 확 치켜 올리면서, 일단은 서울 쪽을 향해 푸다닥! 뛰기를 시작했는데, 녀석 움직임이 총알처럼 빠르다.
녀석이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며, 그 무서운 힘으로 한번만 떠 넘겼다하면, 그까짓 서울이고, 부산 같은 것쯤은, 두서너 번 만에 통째로 확 뒤집어 엎어놓을 판이다.
“무궁화 꽃이잖아!,”
“야, 반갑다. 웬 무궁화 꽃이 이렇게!,”
그런데,
왜 꽃의 수술들이 갑자기 다 빠져버리니!, 윽!, 보기에 안 좋다. 꽃의 수술들이 다 빠져나가니 꽃 같지가 않다.
에잇! 틀렸다. 푸르고 붉은 무니의 꽃잎이 형체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암수술이고 수 수술이고 다 빠지고 나니 꽃 같지가 않다. 못 쓰겠다. 확! 버려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