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좀 살려, 나좀 살려!
2010. 7. 29일
<오후 3시에 받은 계시>
“나 좀 살려, 나 좀 살려!”
“뭔데!”
“뭔데 눈앞에 있는 나무를 끓어 않은 체, ‘나 좀 살려, 나 좀 살려’ 하고 곡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이, 이미 불과 연기에 휩싸인 체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시꺼먼 연기가 하늘과 땅을 뒤덮은 체, 검은 연기사이로 시뻘건 불길과 검은 티끌들이 뒤섞여 날고 있고, 그 속에서 생존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온 도시가 발칵 뒤집히고 있다.
이미 이번 전쟁에서 온 가족을 잃어버린 노인이, 하늘을 가득채운 시꺼먼 연기가 이제 자신마저 삼키려하자, 무턱대고 눈앞에 있는 나무를 잡고서서, 나 좀 살려 나 좀 살려, 를 반복하며 외치고 있다.
노인이 정신을 못 차린다. 어디 딱히 누구를 향해서 구원을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눈앞에 있는 나무를 끌어않고, 무턱대고 허공을 바라보며 울부짖고 있을 뿐이다. 멍하니 먼 허공을 바라보며 “나 좀 살려 나 좀 살려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나 좀 살려 나 좀 살려” 노인이 눈에 초점이 없다. 나무를 붙들고 서있기는 해도, 뼈가 없는 사람처럼 흐물흐물하고 금방 무너져 내릴 태세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어찌나 다급한지, 이제 마지막 남은 자신의 생명마저 장담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마치 초상집에서 상주가 시체 앞에 나란히 서서 아이고, 아이고, 를 반복하듯이, “나 좀 살려 나 좀 살려” 를 반복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