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향
2010. 6. 14일
<오전 10시에 받은 계시>
환자들을 끓어안고
무작정 낙향을 하는 인파, 인파, 인파,
저마다 환자들을 끓어안고
무작정 서울을 빠져나오는 인파, 인파, 인파,
마치 월드컵 축구경기 거리응원전을 펼치듯이
거리를 빼곡하고 메우고는
서로가 앞을 다투어
무작정 서울을 빠져나오느라 아우성을 쳐대는 인파, 인파, 인파,
그 중에는
가슴깊이 허연 살결을 훤히 들어 내 보이는, 멋쟁이 중년 부인도 끼어있다.
부끄러움, 남의 시선, 그런 건 생각할 여유도 없다.
이 지옥의 독가스, 이 지옥의 방사능을 피하는 데는
남들의 시선, 그런 건 생각할게 못된다.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펼치듯, 거리를 빼곡하게 메우고는
저마다 환자들을 가슴높이 끓어안고, 무작정 서울을 빠져나오는 인파, 인파,
어디로 가느냐고?
없다. 마땅히 정해진 장소도
친척도, 고향도, 아는 친구도 없다. 무조건 낙향을 할 뿐이다.
이 지옥의 독가스를 피해, 이 지옥의 방사능을 피해
정처도 없이, 무조건 서울을 빠져나올 뿐이다.
날계란 두개
2010. 6. 12일
<오후 10시에 받은 계시>
달그락! 하고 뚜껑이 열리는데 보니,
대접 안에 날계란 두개,
스테인리스 대접 안에 살아 숨쉬는 듯한 날계란 두개,
달그락!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뚜껑이 열리는데 보니,
스테인리스 대접 안에 뎅그렇게 날계란 두개가 달랑 들어있다.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날계란 속에서,
무언가 푸다닥! 하고 생명체가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다.
무슨 뜻일까?
대접은 재앙을 상징한다.
“너희는 가서 하나님의 진노의 일곱 대접을 땅에 쏟으라 하더라.” 계16:1
한개는 남북한 전쟁, 또 한개는 곧 이어서 벌어질 중국 전쟁을 상징한다.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를 못하자, 초병은 핏기를 올려가며 소리소리 높여 보고를 한다. 허리를 절반이나 굽혀가며, 뱃속에서 나오는 최대한의 하이 톤으로 보고를 한다.
“무어가 어떻고 어떻다니까요!,”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자, 배를 움켜잡고 허리를 굽혀가며 있는 힘을 다해 또 고함을 지르고, 또 고함을 지르고, 핸드폰이 폭발할 정도로 고함을 지르고, 또 고함을 지르고, 사방에 모가 새파랗게 심겨진 들판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신작로 한 복판에 임시로 가설된 검문초소에서, 초병이 있는 톤을 다 높여서 상부에 이곳 사정을 보고를 한다. 탑 오브 샤프 톤으로 고함에 고함을 질러가면서 또 설명을 하고, 또 설명을 하고, 아무리 큰 소리로 고함을 쳐대며 이곳의 절박한 상황을 설명한들, 이곳 사정을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상부에서, 이곳에 펼쳐지고 있는 이 긴급 상황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