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2010.5. 28일
<밤11시에 받은 계시>
“어디가 아픈가!”
“무슨 병이기에 꼬리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을까!”
꼬리만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니다. 온 몸이 다 썩어간다. 고추잠자리란 것이 새빨가면서 팔랑팔랑 나는 것이 특징인데, 이 잠자리는 아니다. 썩어간다. 몸이 썩어간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몸 전체가 시꺼멓게 썩어가고 있다. 꼬리 겸 몸통부분은 벌써 다 썩어서 떨어져 나가고 없고, 이제 겨우 남은 것이 날개를 달고 있는 가슴부분과 머리통뿐이다.
이렇게 온 몸이 시꺼멓게 썩어가고 있다보니, 녀석이 팔랑팔랑 날 리가 없다. 허공에 떠있지를 못하고 허겁지겁 겨우 썩은 나뭇가지에 매어 달린 체, 몸을 바르르 떨기만 한다. 다리에 기운을 잃고 땅바닥으로 곧 떨어져 내리기 직전이다.
안 되겠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살아남지 못한다. 몸통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버리고 없으니,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 몸통이 떨어져 나가고 없으니, 그 속에 들어있는 폐며, 심장, 위, 소장, 대장, 간, 쓸개, 콩팥, 뭐 이 모든 장기들이 다 어떻게 되었겠는가, 장기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없으니, 무얼 먹고 살 것인가, 쯧 쯧!
안 되겠다. 당장 떨어지고 말겠다. 이 상태라면 잘해야 며칠이다. 이 상태라면 잘 해야 며칠이다. 아무리 길어야 며칠이다. 쯧 쯧!
무슨 뜻일까?
한국 이라는 고추잠자리를 말한다. 이 잠자리가 보통으로 독한 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힘 있는 고추잠자리 이었지만, 이렇게 독한 병에 걸린 이상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그 운명이란 게 잘해야 며칠이다. 잘 해야 며칠이다. 며칠 후면 곧 꽝 꽝! 해 가지고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만다.
쯧 쯧!
네가, 네가!, 그렇게 힘 있게 팔랑팔랑 날던 네가!, 그렇게 위용을 떨치던 네가, 온 세계가 지켜보던 네가!,
아! 조용히 두 눈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뜨거운 김이 두 볼을 적신다. 네가 첨부터 그렇게 방탕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조용히 신을 벗고 거룩한 땅을 밟았어야 했는데!,
바이, 바이,
아디오스 아미고(친구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