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2010. 4. 9일
<밤 11시에 받은 계시>
“와, 웬 나무를 이렇게 많이!,”
“아예 산의 나무들을 씨를 말릴 판인가!,”
산더미 같다. 산더미 같다. 아예 씨를 말릴 모양이다. 나무란 나무는 몽땅 다 뽑아버린다.
뒷동산 한쪽 자락이다. 산의 절반이나 차지하다시피 하는 한쪽 자락이다. 뒷산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자락의 나무들을 몽땅 다 뽑아버린다. 열길 스무길 이 되던, 다섯 열 길이 되던, 몽땅 다 뽑아 버린다. 가지 끈 자랄 대로 다 자란 소나무 종류들, 그리고 열 길이 넘는 참나무종류들. 그리고 또 아카시아나무, 벗 나무, 할 것 없이 몽땅 다 뽑아버린다. 몽땅 다 뽑아서 한쪽 편에 수북이 쌓아놓는다.
뒷동산의 나무들을 절반가까이나 뽑아서 쌓아 놓다보니, 수북이 쌓아놓은 나무들이 산을 이루고 또 산을 이룬다. 그냥 동산에 심겨있을 때보다 부피가 몇 배나 더 많아 보인다. 큰 나무든 작은 나무든 몽땅 다 뽑는다. 몽땅 다 뽑아서 한쪽 편에 쌓아놓는다. 온 산이 시뻘건 황토 흙 천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뒷동산이 절반이나 황토 흙 천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어마어마하게 큰 고목이 시뻘건 황토 흙더미 위에 나뒹굴고 있다. 이미 모든 나무들을 뽑아버리고 황토 흙 천지가 되어버린 산자락 한 복판에, 어마어마하게 큰 고목 한 그루가 땅바닥에 나 뒹굴고 있다. 보니 대장이다. 대장 나무다. 다시 말해서 왕이다. 왕이 뽑혔다. 뿌리째 뽑혀가기고 땅바닥에 나 뒹굴고 있다.
그런데
땅바닥에 나 뒹굴고 있는 이 대장나무가, 이미 다 썩어버린 고목이 되어있다. 통째로 다 썩어버린 고목이 되어있다. 이미 다 썩어버리고 앙상한 곁가지 몇 개만 겨우 남아있는 상태다. 그나마 뿌리에서부터 밑동 부분은 어느새 누군가에 의해서 댕동 잘려져 버리고 없고, 앙상한 곁가지 서너너덧 개만 겨우 붙어있는 상태다.
이때다.
검열관이 또 온다. 검열관이 검을 가지고 또 나타난다. 한 키가 넘는 검을 가지고 와서 서너 너덧 개 정도 남은 곁가지들을 마저 검열을 한다. 이미 절반이나 썩어버린 원가지와 곁가지들을 칼등으로 툭 툭 두들겨 보아서, 조금만 상한 듯한 기가 보이면 마저 날카로운 날로 내려쳐 버린다. 날카로운 검을 하늘높이 치켜들고는 싹둑싹둑 잘라버린다. 뭐 원가지나 서너 너덧 개 정도 남은 곁가지나, 이미 절반이나 썩어버렸기 때문에 다 죽은 고목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좀더 썩은 부분은 마저 싹둑싹둑 잘라버리고 만다. 왕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왕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다 썩은 체 땅바닥에 나뒹구는 왕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무슨 뜻일까?
지금 북한에선 어마어마한 권력의 변화가 잃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왕이 제거 되어버리고 없고, 이제 나머지 몇 명안 되는 그의 수족들마저 잘려 버리고, 그리고 또 크고 작은 그의 지지자들이 몽땅 뿌리째 뽑힌 체, 산더미처럼 쌓여서 말라죽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보여주신 황태자의 피난길에서도, 이미 중국으로 피난을 가 있는 김 정남이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보고는, 기절을 한 체 입을 찢어지게 벌리고 급히 피난 보따리를 기차에 싣는 장면이 보였었다. 지금 북한에서는 어마어마한 권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