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피난길
2010. 4. 9일
<오전 9시에 받은 계시>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다시피 검은 나이방을 덮어쓰고, 자기 키 보다도 더 큰 하얀 이불보따리를 가슴위로 치켜 올리며, 강남으로 가는 기차에 피난보따리를 싣는다. 자기 키 보다도 더 큰 이불 보따리를 하늘높이 치켜 올리며, 양자강 이남으로 가는 기차에 힘을 다해 피난 보따리를 싣는다.
자강 밑으로 가는 기차다. 그동안 중국 땅 한 복판에서 살던 김 정남이가, 다시 양자강 이남으로 피난을 간다.
피난 보따리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불이며, 옷가지, 그리고 각종 살림살이 보따리들,
우선 하얀 이불보따리부터 싣는다. 기차가 정차하는 시간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이 많은 짐을 다 싫으려면 급히 싫어야 된다.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그 큰 이불보따리를 가슴위로 치켜 올리며, 기차에 싣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검은 나이방으로 절반이나 가리다시피한 얼굴을 하늘로 치켜 올리고, 자기 키 보다도 더 큰 이불 보따리를 가슴위로 들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다 쓴다. 보따리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어찌나 힘이 드는지, 자기도 모르게 입이 찢어지게 벌려진다. 얼굴을 절반이나 덮은 검은 나이방이 더 큰지, 구슬땀을 흘리며 이불보따리를 하늘높이 치켜 올리느라, 찢어지게 벌리고 있는 입이 더 큰지 분간이 안 간다.
무슨 뜻인가?
지금 북한에선 어떤 권력변화가 일어나고 있기에, 이미 중국으로 피난을 가 있는 황태자까지 다시 피난을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