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 내릴 때
2010. 3. 3일
<밤 12시에 받은 계시>
하늘과 땅이 온통 흰눈 속에 푹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온 계곡이 함빡 눈을 뒤집어쓴 체 꼼짝을 않는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 아래에는 흰눈이 어찌나 많이 쌓여있는지, 아마도 사람의 키로 한 길은 넘을 것 같다. 마치 바닥에 있는 눈들을 몽땅 밀어다가 절벽 아래로 쌓아놓은 것 같다.
그런데
차가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자도 넘게 쌓인 눈길을 차가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길이 잘 닦여진 곳이야 괜찮지만,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건널 때가 가장 문제다.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꽉꽉 막혀있는 계곡인데다, 한 아름씩도 넘는 큼직큼직한 바윗돌 파편들이 흰눈을 잔뜩 덮어쓴 체, 울퉁불퉁 도랑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가 평지이고 어디가 바윗돌이 깔린 자갈밭인지 도저히 구별을 할 수가 없다.
키를 훌쩍 넘기는 바윗돌 뒤편에서, 갑자기 새끼를 데린 멧돼지가 눈앞에 성큼 나타날 것만 같고, 계곡 건너편에선 사자나 곰 같은 것들이, 눈을 부라리고 튀어나와서 입을 딱 벌리고 위협을 해댈 것만 같다. 누가 알 것인가!, 여기가 그 유명한 강원도 영월의 깊고 깊은 화전령계곡 인데, 이 험한 산세 속에서 무엇은 안 튀어나올려고!,
왠지 무엇에 꽉 잡혀있는 기분이다. 하늘이 무언가 흰눈 같은 것으로 잔뜩 내려 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방 비쭉비쭉 솟아오른 절벽들이 당장 머리위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기도 하다. 무엇인진 몰라도 하여튼 두렵다. 사방에서 무언가가 잔뜩 공포심을 불어넣는다.
워낙 사방이 캄캄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데다, 계곡바닥이고 깎아지른 절벽이고 할 것 없이, 흰눈을 잔뜩 덮어쓰고 있으니, 지금 내가 이 흰눈 속에 파묻혀서 무얼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자동차가 계곡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이쪽저쪽 절벽들이 이리저리 뒤틀리면서, 머리위로 우지직! 우지직! 무너져 내릴 것 만 같기도 하고, 또 하늘이 그 무거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계곡 아래로 와르륵! 무너져 내릴 것만 같기도 하다. 도저히 눈에 폭 싸여버린 이 계곡을,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 같다.
무슨 뜻일까?
흰눈이 내리는 계절에 남북한 전쟁은 시작이 되고, 흰 눈이 내리는 계절에 남북한 전쟁은 끝이 난다. 이제 흰눈이 내릴 계절이 며칠 안 남았다. 초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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