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물이 녹을 때
2010. 3. 1일
<밤 0시에 받은 계시>
“앙! 앙~!”
“앙 앙~!”
아기가 어찌나 추위에 떨고 있는지, 얼굴이며 입술이 파랗게 얼어붙어있다. 오돌 오돌 떨고 있는 아기의 입술이 새파랗다. 새파라면서 빨갛다. 입술만 파란 것이 아니라 온 얼굴이 파랗게 얼어붙어있다.
엄마가 아기를 등에 업고 있기는 해도, 옷을 제대로 입히지를 않았기 때문에, 아기가 가슴에서부터, 목이며, 온 얼굴이, 통째로 얼어붙다 시피 했다. 온 몸이 차디찬 얼음장이다. 열어 재진 가슴에서부터 온 얼굴이 새파란 얼음장이 되어있다. 쌩쌩 불어대는 겨울바람을 아기가 견디어 내질 못하기 때문이다.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겨울의 강바람을 아기로서는 도저히 견디어 낼 수가 없다. 콜록콜록 연거푸 기침을 해대며 죽어라고 울어대지만, 차가운 겨울 강바람은 아기의 사정을 조금도 보아주지를 않는다.
강물의 물살이 어찌나 센지, 발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다보니, 엄마역시 등에 업은 아기가 추위에 떠는 것쯤은 돌아볼 겨를이 없다. 미큰덩 거리는 자갈을 한 번만 잘못 밟았다간, 아기를 등에 업은 체 강물 속으로 나동 그라 떨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아기가 등을 뒤로 재친 체, 손을 위로 치켜들면서 죽어라고 보채고 있지만, 엄마는 아기를 돌볼 여유가 없다.
또
추위에 떨고 지치기로는 아기뿐만이 아니다. 허기에 지치고 몸이 피곤하기야 엄마는 더하다. 거의 허리까지 차오르는 강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덜덜 떨리는 몸을 가누면서 강을 건너기가, 보통으로 힘에 겨운 것이 아니다. 아무리 엄마의 모성애가 발휘된다고 하지만, 허기에 지친데다 강바람을 맞으며 강물을 건넌다는 것이, 보통으로 힘에 겨운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강물이 너무나 차갑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강물이 지금 막 녹고 있는 상태라서, 아직은 강물이 아니라 얼음물이다. 차디찬 얼음물을 건너기가 보통으로 고역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는 끝내 우는 아기를 등에 업고, 그 긴 강을 다 건너고 만다. 죽을힘을 다해 기어코 그 긴 강을 다 건너고 만다.
강 건너편에서
아기엄마가 건너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엄마의 손엔, 따듯한 군용 담요 한 장이 들려있다. 조금은 헤어진 국방색 군용담요 한 장이 손에 들려있다. 유심히 보니, 아!, 이 엄마에게도 등에 아기가 업혀있다. 그렇지만 이 엄마의 등에 업힌 아기에겐, 두툼한 솜이불이 덮여있다. 두툼한 솜이불이 머리까지 푹 감싸고 있다. 그리고 여유로 손에 담요 한 장이 들려있다. 아마도 지금 강을 건너오고 있는 아기에게, 덮어줄 담요인 것 같다. 남과 북은 여기서도 너무나 차이가 난다.
죽어라고 울어대는 아기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는 엄마도, 이젠 강을 다 건너왔다. 이제 십여 미터만 더 건너면 되겠다. 십여 미터만 건너면 남쪽 땅이다. 그리던 남쪽 땅이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이제까지 남과 북으로 갈리어져 있던 남쪽 땅이다. 이제 다 건넜다. 깊은 곳은 다 건넜다. 이제 얕은 강가를 십여 미터만 천천히 건너면 끝이다. 수고한 보람이 있다.
그런데, 막상 강가엔 군인들이 없다. 군인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두툼한 철모를 눌러쓰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총부리를 들이대는, 군인들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왜일까,
이미 전쟁은 끝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남북한 전쟁은 끝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임진강가엔, 지금 막 녹아내리는 얼음물만이 차디찬 공기를 가르며 유유히 흐를 뿐, 총칼을 들고 보초경계를 서는 군인들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이번에는
경기도 구리 시 체육관이다. 구리 시 체육관 대공연장이다. 공연장에는 많은 인파들이 청중석을 꽉 채운 체, 시상식이 한참 벌어지고 있다. 오늘 특별히 날을 잡아가지고 시상식을 하는 날이다.
보니 강단 책상위에는 꽃송이들이 수북이 진열되어있다. 화사하고 곱고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수북이 진열되어있다. 꽃잎의 색깔이 아주 곱고 예쁘다.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그동안 남북한 전쟁에 대한 예언을 하느라 수고한 일꾼들에게, 달아줄 꽃송이들이다.
강단 책상위에 준비된 꽃송이들을 보니, 아마도 백여 송이는 넘는 것 같다. 상큼하면서도 향긋한 꽃송이가 백여 송이는 넘는다. 그동안 남북한 전쟁에 관한 예언을 하느라 수고한 일꾼들이, 백여 명은 넘는 모양이다. 백여 명이 넘는 일꾼들을 일일이 청중 앞에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내어서, 가슴에 꽃을 달아준다. 남북한 전쟁에 관한 예언을 하느라, 그동안 수고한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일일이 가슴이 꽃을 달아준다.
무슨 뜻일까?
등에 업힌 아기가 몸이 새파랗게 얼어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 계절이 겨울이다. 쌩쌩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다. 더군다나 강물이 아예 얼음처럼 차디찬 것을 보면, 아직 봄은 멀다.
남북한 전쟁은 이때쯤 끝이 난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차디찬 겨울, 임진강에 차가운 얼음물이 흐르는 계절, 흰눈이 내릴 때, 그리고 노랑나비가 나타나기 전에, 남북한 전쟁은 끝이 난다. 초가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