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기
2010. 2. 26일
<오후 7시에 받은 계시>
“투당탕탕!, 투당탕탕!”
와,
되게 요란하게 모를 심는다. “투당탕탕!, 투당탕탕!” 트랙터로 모를 심는데 트랙터의 기능이 보통으로 빠른 것이 아니다. 트랙터의 기능이 어찌나 빠른지, 우리가 농장에서 사용하는 보통 트랙터보다는 열배는 더 빠른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트랙터보다는 그 기능이 열배는 더 빠르다. 탕탕거리며 모를 심는 속도가 뭐 번개다. 번개다. 그냥 여기서 출발 하는가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가물가물한 저쪽 끝까지 갖다가, 금세 이리로 돌아와 버린다.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이건 트랙터가 아니고 고속버스다. 이건 트랙터가 아니고 고속버스다.
그리고
또 그 성능이 어마어마하다. 성능이 아주 다양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트랙터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냥 모를 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논을 갈기도 하고, 모를 심기도하고, 비료를 주기도 하고, 또 그 외에도 농약을 뿌리고, 물을 주고, 바닥을 다지고, 그리고 또 무엇 무엇을 하고, 또 무엇 무엇을 하고, 그 외에도 또 무슨 무슨 기능, 무슨 무슨 기능 등등, 뭐 그 기능이 어찌나 다양한지 그 숫자를 이루 다 셀 수가 없다. 그 숫자를 이루다 셀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많은 기능들을 한 동작에 다 해낸다. 그 수 십 가지의 기능을 한 동작에 다 해낸다. 물 논에서 굼벵이처럼 기어 다니는 기존 트랙터와는 비교가 안 된다.
까마득히 펼쳐진 들판이 어느새 시퍼런 벼로 가득히 채워지고 만다. 까마득히 펼쳐진 넓고 넓은 들판이, 순식간에 시퍼런 벼로 가득히 채워지고 만다.
지역을 보니, 남부지역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이, 순식간에 시퍼런 벼들로 가득히 채워지고 만다.
무슨 뜻일까?
“예수님, 요즘 같은 시대에 왜 모를 심는 장면을 보여 주십니까, 지금이 추수를 할 때지, 어디 모를 심을 때입니까, 예수님,”
이상이 보인다. 대학 병원이 보인다.
남부지방에 있는 대학 병원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있는 대학 병원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대학 병원인데, 병원 앞에 환자들이 수십 수백 미터씩 나란히 줄을 서있다. 병원 입구 길가에 나란히 줄을 서 있는데, 환자들이 다들 중환자들인지, 모두가 침대에 누운 체 꼼짝을 않는다. 환자들마다 침대위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모두가 중환자들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환자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가서 치료를 받질 못한다. 병원으로 들어가서 응급치료를 받질 못한다. 그냥 길가에 길게 줄을 서있기만 한다. 무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기만 한다.
보니 병원 안은 이미 몰려든 환자들로 발하나 들여놓을 틈이 없다. 환자들이 어찌나 많이 몰려들었는지, 병실은 고사하고 복도며 바깥마당 어디고 할 것 없이, 사람의 발 하나 들여놓을 틈이 없다. 어느 병실이고 자리가 비어있는 곳은 한곳도 없다. 미처 입원을 하지 못한 환자들이, 이리밀고 저리 밀며 아우성들이다. 초를 다투는 중환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난리들이다. 와, 이건 병원이 아니라 시장을 방불케 한다. 시장을 방불케 한다.이건 병원이 아니라 시장이다. 시장이다.
그런데도,
바깥 입구에는 아직도 꾸역꾸역 몰려드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몰려드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끝이 없다. 끝이 없다. 몰려들고 또 몰려든다. 무턱대도 꾸역꾸역 병원으로 병원으로 몰려들기만 한다. 이미 몰려든 환자들도 입원을 하지 못하고, 대문 밖 길가에 수십 수백 미터씩이나 길게 줄을 서있기만 하는데도, 아직도 저 멀리 이곳저곳에서는, 꾸역꾸역 몰려드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번에는 충청도다.
이번에는 충청도 청주시내가 보인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길을 빽빽하게 메워 놓는다. 도로마다 휠체어를 탄 환자들로 길이 미어터진다. 길이 미어터진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도,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과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절반 절반씩이나 섞여있는 것 같다.
와, 이 많은 환자들이 어디서 이렇게 많이 몰려들었을까, 왜 갑자기 병원마다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일까?
생존자들이다.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이 불로 확 뒤집히자, 방사능을 피해서 무턱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몰려든,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생존자들이다.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생존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혹은 병원침대에 실린 체, 중환자실로 중환자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충청, 전라, 경상도 지역에 빽빽하게 심겨진 벼는,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몰려든 인파들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