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2010. 2. 18일
<오전 10시에 받은 계시>
“햐! 요 녀석!”
"너 메뚜기도 한 때라고!”
“한 때는 제법 팔딱팔딱 뛰던 녀석이!”
“야, 이 녀석아, 너 이제 네 세상 다 끝났니?”
햐!, 고 녀석, 한 때는 제법 팔딱팔딱 뛰던 녀석이!, 녀석, 벌써 제 세상 다 끝나고 이제 가는 모양이다.
녀석, 메뚜기답지 않게 관속에 가만히 누워있다. 꼼짝을 않는다. 햐, 참으로 신기하다. 메뚜기 녀석이 이렇게 점잖을 때가 다 있다니, 녀석 꼼짝을 않는다. 관 속에 똑 바로 누운 체 꼼짝을 않는다. 신기하다. 살았을 때는 그렇게도 팔딱팔딱 뛰어다니면서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보니 수놈이다. 수놈 메뚜기다. 수놈이라서 아주 작다. 암놈에 비해서 크기가 아주 작다. 요렇게 작은 놈이 관 속에 가만히 누워있다. 온 몸을 도사린 체 꼼짝을 않는다. 살았을 때는 그렇게도 온 세상을 시끄럽게 뛰어다니더니, 막상 죽어놓으니까, 꼼짝을 않는다. 양 손도, 다리도, 수염도, 더듬이도, 일체 꼼짝을 않는다.
“야 요 녀석아, 이렇게 점잖은 녀석이 살아있을 때는, 왜 그렇게 팔딱팔딱 뛰어다니며 온 세상을 시끄럽게 했냐!?”
무슨 뜻일까?
“예수님,”
“이 메뚜기가 누구를 가리킵니까?”
평양 시내를 뒤덮는 독수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평양 상공위에 온 시내를 뒤덮는 독수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독수리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비둘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수탉 같기도 하고, 아니면 매 종류, 부엉이 종류 같기도 한, 아주 크고 뚱뚱한 새 한 마리가 나타난다. 그런데 평양시내를 뒤덮을 만큼 그렇게 뚱뚱하고 비대한 새가 상공에 떠 있기는 해도, 이 새가, 이 새가, 어떻게 생긴 것이 온 몸이 병이 들었다. 다 썩었다. 온 몸이 다 썩은새다. 온 몸이 뚱뚱 부어있으면서, 이곳저곳이 다 썩은새다. 날갯죽지도, 몸통도, 꽁지부분도, 온통 여기저기 썩은 털이 숭숭 빠져나온다. 이곳저곳 썩은 자리마다 털이 듬성듬성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