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2010. 2. 10일
<오후 6시에 받은 계시>
볼펜이 아주 바짝 부서졌다. 누가 망치로 꽝! 하고 내리친 모양이다. 볼펜이 완전히 박살이 나 버리고 말았다. 이 볼펜은 항상 책상머리에 놓아두고, 하나님의 계시가 내려올 적마다 기록하는 것인데, 이 볼펜이 이렇게 바짝 부서져 버리고 말았으니, 이제 계시가 내려오면 무엇으로 기록을 할 것인가,
“당장에 꽝! 꽝! 해버리고, 이제 기록할일이 없어진다면 몰라도!,”
이번에는 흰죽이 보인다. 흰죽 한 냄비가 보이는데, 보니 쉬어서 못 먹게 생겼다. 언제 끓여놓은 것인지 착 쉬어버렸다. 아마도 죽을 끓여놓은 지 열흘도 더 되는 모양이다.
이 죽은 금식이 끝나고 먹는 음식인데, 이렇게 착 쉬어서 못 먹게 되어버렸으니, 이제 금식이 끝나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모든 예언이 다 성취가 되고, 이제부턴 금식할 일이 없어진다면 몰라도!,”
이번에는 백발의 할머니가 나타난다.
보니 백세도 더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나타나는데, 이제 기력이 다 쇠하셔서 하늘나라로 곧 올라가시게 생겼다.
“온 땅이 당장에 꽝! 꽝! 해 버리고, 세상이 곧 끝이 나는가!?”
이번에는 난로불이 보인다. 불이 켜져 있는 전기난로이다. 시뻘겋게 불이 켜져 있는 난로가 이불속에 들어있다. 이불속에 전기난로를 시뻘겋게 켜놓고, 그 위에 이불을 살짝 덮어놓았다.
“당장에 꽝! 꽝! 해가지고 온 땅이 바짝 타는가!,”
이번에는 방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방문이 한 뼘 정도 열려있다.
이렇게 추운겨울에 방문이 열려있으니, 방안에 있는 무우랑, 배추, 양파, 찌갯감 씻어놓은 것 등등이, 몽땅 다 꽝 꽝 얼어붙게 생겼다.
“기어코 한 뼘 정도나 열리고 마는가!,”
이번에는 40대 중년부인이 보인다. 40대 중년 부인이 술에 잔뜩 취한 체, 외간남자와 함께 붙어있다. 오늘밤은 이 외간남자와 여관에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나 집에 들어가겠단다.
“당장에 투당탕! 투당탕! 해버리고.......,”
이번에는 상처투성이 얼굴이 나타난다. 40대정도의 남자의 얼굴인데, 무슨 파편에 맞았는지,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다. 눈언저리며 광대뼈부분, 그리고 온 얼굴이 상처투성이다. 붕대를 몇 군대나 동여매었는지 모르겠다. 얼굴이 뼈까지 통째로 부서지고 만 모양이다.
무슨 뜻일까?
“이거 당장 꽝! 꽝! 하는 것 아닌가!?”
“당장 은행에도 갔다 오고, 쌀가게도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