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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재림

흰눈내릴 때(12)

 

 

 

 

                           흰눈내릴 때(12)

                                                                              2010. 1. 19일

                                                                  <오후 7시에 받은 계시>

 

 

 

   눈이 하얗게 왔다.

   논둑위에도 눈이 하얗게 쌓였다. 가던 길을 멈추고 논둑을 내려서서, 하얗게 덮인 들판을 거닐고 싶다. 눈이 어찌나 많이 왔는지, 작년에 수확한 벼 그루터기가 하나도 보이지를 않는다. 스키는 아니라고 해도, 무언가 판자때기 같은 것을 바닥에 대고, 그 위에 서서 지팡이로 슬슬 밀면, 쭈르륵 미끄러져 나갈 것만 같다. 바닥에 쌓인 눈이 자꾸만 나를 잡아끈다. 날씨도 그리 춥지도 않겠다, 어른 채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한번 바닥으로 내려가 볼까,

 

   또

   두어 시간쯤 기도를 했다. 이상이 보인다.

  “토끼 발자국이다. 토끼가 지나간 흔적이다!”

   “어디로 갔을까?”

   토끼자 지나간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발자국이 워낙 살짝 찍혀 있기 때문에, 발자국을 계속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따라간들 무엇 할 것인가, 그 약빠른 놈을 무슨 재주로 붙잡는단 말인가,

   계곡 사이사이에 살짝살짝 비취는 얼음판 위로, 흰눈이 살짝 덮여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이 온 눈은 아니다. 희끗희끗 가볍게 덮인 흰눈위에 토끼가 지나다닌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발자국이 보일 듯 말듯하게 살짝 찍힌 것을 보면, 그리 많이 온 눈은 아니다. 몇 잎 뿌리다가 만 눈이다.

  “예수님!,”

  “흰눈내릴 때 남북한 전쟁이, 얼마나 확실한 것이기에, 요즈음은 기도만 했다하면 계속 흰눈이 내리는 장면만 보여주십니까!?”

 

   어느덧 밤 한 시가 넘었다. 오늘은 밤새도록 눈 한번 붙여보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은 금식을 하는 날이다 보니, 더욱 잠이 안 온다. 잠시 기도를 하고 있는데 또 이상이 보인다.

   사방이 흰눈천지다. 사방 논과 밭이 흰눈천지다. 흰눈이 어찌나 많이 쌓였는지, 이건 들판이 아니라 스키장을 방불케 한다. 하얀 눈이 논두렁이고, 밭두렁이고, 할 것 없이 온 세상을 몽땅 다 덮어버렸다.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논인지 구별이 안 간다. 온 들판이 흰눈을 잔뜩 쌓아놓은 창고처럼 보인다. 하얀 눈에 온 세상이 푹 파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여기가 북극의 어느 지점인지, 남극의 어느 빙하지점인지 분간이 안 간다. 어디선가 흰곰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이때다.

   온통 세상이 흰눈 속에 푹 파묻힌 가운데,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난 신작로 한 가운데로, 맹수 한 마리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멀찌감치 보이는 표적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온다.

   하얀 점박이 맹수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데,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이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속도다. 멀리 보이는 표적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데,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희끗희끗 날리는 눈발만 보였지 그 발이 보이지를 않는다.

   몸이 절반은 비스듬히 누운 체로 달려온다. 도로가 산길을 따라 꼬불꼬불 돌다보니, 녀석의 몸이 산허리 쪽으로 절반이나 눕다시피 한 상태로 달려온다. 뭐 뛰어오는 것이 아니라 날아온다. 절반은 날고 절반은 달려온다.

   또 지치지도 않는다. 어디서부터 달리기 시작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씩씩거리기만 할뿐, 지칠 기미를 보이지를 않는다. 뭐 이 상태로 달린다면 열흘을 달린대도 끔쩍도 않게 생겼다.

   녀석의 생김새를 보니,

   하얀 점이 이곳저곳 살짝살짝 박혀있는데, 언 듯 보기에는 하얀 진돗개를 닮았다. 진돗개를 많이 닮았지만 진돗개는 아니다. 진돗개보다는 주둥이가 좀 뾰족하다. 주둥이가 좀 뾰족하게 생긴데다, 빠르기나 민첩하기가 진돗개와는 비교가 안 된다. 또 힘이 어마어마하다. 뭐 진돗개 같은 것은 열 마리가 달려든대도 끔쩍도 않게 생겼다.

   북극에 사는 흰 곰도 아니고, 사자도 아니고, 호랑이도, 표범도 아니다. 그까짓 사자, 호랑이, 곰, 표범 같은 것들은 뭐 열 마리가 달려든대도 곁에도 오지 못한다.

   사납고, 매섭고, 잽싸고, 빠르고, 힘이 어마어마한 데다, 또 사냥 솜씨가 말이 아니다. 무엇이고 한번 눈에 띄었다 하면 놓치는 법이 없다. 뭐 무엇이든 한번 눈에 띄었다하면 끝을 내고 만다. 어떤 먹잇감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녀석이 맘만 먹는다면, 웬만한 도시 하나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초토화를 시켜 놓고도 남는다. 까짓것 어느 도시 하나가 뭔가, 맘만 먹는다면 이까짓 한 반도 같은 것쯤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부릉부릉 밀어붙여서, 바다로 쓸어 넣어 버리고도 남는다.

 

   무슨 뜻일까?

   흰눈내릴 때다. 흰눈이 하얗게 쌓였을 때, 녀석이 선재공격을 감행해온다. 빠르기가 말이 아니다. 피할 겨를이 없다. 누구 하나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아이티 지진참사처럼, 꼼짝 못하고 고스란히 당한다.

   ^^# #$ **^ *^# ! ^^*# ^^! ^*#

   ^**^ *^ 아!......, 흑! 흑! 흑!, ^^# ^^*# ^^! ^*#

   ^^# #$ **^ *^# !

   **^ *^# !

   ^^! ^ 괴롭다. 암울하고 답답할 뿐이다!,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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