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내릴 때 (2)
2010. 1. 5일
<저녁 7시에 받은 계시>
한 시간쯤 기도를 했을 때다.
식탁이 차려져 있는 장면이 보인다.
막 밥을 푸려고 하니, 하얀 가래떡 한 덩이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면서, 쌀밥 위에 살짝 놓여있다.
“와, 기가 막힌 것, 뭐 밥은 조금 있다가 먹기로 하고, 우선 쫄깃쫄깃한 가래떡부터 꺼내어 먹어야 되겠다.”
가래떡부터 꺼내먹었다. 쫀득쫀득하고 차진 것이 맛이 그만이다. 차지고 달고 고소한 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쫀득쫀득하고 차지다. 그리고 달고 고소하다. 입안에서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맛이 그만이다.
가래떡 한 덩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우고, 전기밥솥 뚜껑을 또 열었다. 오른손에 주걱을 들고, 공기에 밥을 푸기 위해서 전기밥솥 뚜껑을 또 열었다.
“와!, 이게 뭐야, 기가 막힌 것, 쌩글쌩글하고, 딴딴하고, 쫄깃쫄깃한 은행 알들이 밥 위에 소복이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와, 기가 막힌 것, 이 땡글땡글한 은행 알이 밥에 이렇게 많이 들어있다니!,”
밥은 조금 있다 먹기로 하고, 이번에는 파란 은행 알들부터 꺼내어 먹어야 되겠다.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은행 알들부터 걷어 먹어야 되겠다.
은행 알들을 걷어 먹고 나서, 밥을 푸기 위해서 전기밥솥을 또 열었을 때다.
와, 또 있다.
또 있다. 밥 말고, 은행 알 말고, 가래떡 말고, 또 있다. 이번에는 인삼, 인삼이다. 엄지손가락보다도 더 굵은 4~ 5년생 짜리 인삼이다. 굵직한 인삼 한 뿌리가 하얀 밥 위에 살짝 얹혀있다. 갑자기 인삼특유의 상큼한 냄새가 방안 가득히 퍼진다.
이게 밥이야, 보약이야, 아니면 약밥이야!,
그러지 않아도 밥을 안칠 때, 정부미 절반에다 찹쌀 절반을 섞어서 밥을 했는데, 그 찰밥위에, 하얀 가래떡에다, 은행 알, 인삼, 등등 각종 보약들이 나란히 얹혀있으니, 이 식탁이 보약식탁인지 약밥식탁인지 구별을 못하겠다.
내가 이런 호강을 다 하다니!,
또 10분정도 기도를 했다.
이번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장면을 보여주신다.
보약식탁으로 식사를 마쳤겠다. 이번에는 방에 불을 땐다. 아궁이에 장작을 한 아름 잔뜩 집어넣고, 후후 불면서 장작에 불을 붙인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땐다면, 오늘은 뜨끈뜨끈한 방에서 지나는 호강을 할 수가 있겠다.
사실 내 방은 말이 방이지, 커다란 냉장고다. 냉장고 방이다. 불을 때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방에 들어오면, 냉장고에 들어오는 기분이다. 잠바를 두개나 끼어 입고, 그 위에 목도리를 하고, 털모자를 두개나 뒤집어쓰고, 그리고 내복을 두개나 끼어 입고, 또 양말을 두 켤레나 끼어 신고, 그 위에 실내화를 신고, 그리고 두꺼운 이불로 만든 침낭 속에 들어가 있어야 견디어 낸다. 그래도 조금만 있으면 발목이 싸!~하게 얼어들어온다.
그런데 오늘은 장작을 한 아름 지펴놓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장면을 보여주신다.
또 10분쯤 기도를 했다.
이번에는 고구마 찐 것, 한 소쿠리를 보여주신다.
아궁이에 불을 다 때고 나니, 이번에는 방에 고구마 찐 것, 한 소쿠리가 놓여있다.
내가 불을 때는 동안에, 원장님께서 한 소쿠리 가져다 놓고 가신 모양이다. 불을 때느라 시간도 좀 지났겠다. 이제 달콤한 호박고구마 찐 것으로, 간식을 하는 호강을 하게 생겼다. 오늘은 호강에 호강을 하는 날이다. 세상에 살면서 이런 호강을 하는 날도 다 있다니!,
또 10분쯤 기도를 했다.
이번에도 또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신다.
이번에는 먹음직스런 고추장 병을 열어놓고, 한 스푼 푹 퍼서 밥공기에 쓱쓱 비벼먹는다.
사실 그랬었다. 나는 고추장은 먹지 못한다. 하루 식사를 하고, 하루 금식을 하다보니, 위장이 말이 아니다. 그런 판에 고추장을 비벼먹었다간, 밤새도록 배를 움켜잡고 떼굴떼굴 굴러야 된다. 한두 번 당해본 일이 아니다. 큰일 난다. 그런데 웬일로 오늘은 아무 염려 없이 새빨간 고추장을, 한 스푼이나 푹 퍼 넣고 마음껏 비벼먹는다.
이제는 금식이 끝이 났다는 증거인가?
전쟁계시가 다 성취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금식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인가,
그러니까 겁도 없이, 새빨간 고추장을 한 스푼씩이나 푹 퍼 넣고 비벼먹는 것이 아닐까,
또 한 10분쯤 기도를 했다.
이번에는 수돗가에서 인삼을 씻는 장면을 보여주신다. 전기밥솥에 밥을 안칠 때, 인삼도 한 뿌리 넣어서 밥을 하기 위해서다. 찹쌀을 절반이나 섞고, 거기에다 은행 알들을 넣고, 그리고 거기에다 인삼까지 넣어서 밥을 안치기 위해서다. 수돗가에서 엄지손가락보다도 더 굵은 인삼을 깨끗이 씻는다.
와, 이만하면 왕의 식탁이다. 이만하면 왕의 식탁이다. 내 평생 이렇게 풍성한 식탁은 처음이다. 내 평생 이렇게 풍성한 식탁은 처음이다.
무슨 뜻일까?
“예수님, 이 풍성한 식탁들이 무엇을 뜻합니까?”
이상이 보인다.
김치를 써는 장면이 보인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배추김치 한포기를 꺼내가지고 칼로 적당하게 썰고 있다. 김치는 남북한 전쟁을 상징한다.
그리고 양말을 신은 발을 보여주신다. 따듯한 겨울양말을 두 켤레나 끼어 신고 있다.
신발은 복음을 상징한다. 엡6:15,
이제까지는 남북한 전쟁계시가, 하도 여러 차례 펑크를 내는 바람에, 온통 구멍이 뻥뻥 뚫린 복음의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이제는 절대로 펑크가 나지 않는, 따듯한 복음의 신발로 갈아 신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흰눈이 쌓인 산길을 보여주신다. 흰 눈이 쌓인 산길에, 누군가 지금 막 지나간 사람의 발자국이 있다.
그리고 또 이번에는 다른 산길이다. 역시 흰눈이 하얗게 덮인 산길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또 흰눈이 하얗게 덮인 마당을 보여주신다. 바로 내 방문 앞마당에, 흰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그리고 스키를 타는 장면을 보여주신다. 하얗게 눈 덮인 산속에서, 전속으로 쌩!~ 하고 스키를 타고 달린다.
결국
흰눈이 내릴 때, 남북한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이번 겨울은 도저히 그냥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겨울은 남북한 간에, 바스락하고 낙엽 굴러가는 소리만 들려도, “아, 기어코 남북한전쟁이 터지고 마는구나!,” 하고 긴장을 해야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