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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재림

얼룩 송아지

 

 

 

 

                            얼룩송아지

                                                                           2009. 12. 30일

                                                                 <오후 7시에 받은 계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눈에 초점을 잃은 체, 꼼짝을 못하고 서있을 뿐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엄마 곁에 좀더 머물러있을걸 그랬는지 모르겠다. 엄마 곁에서 어리광을 부리며 좀더 머물러있을걸 그랬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를 못한다. 잡혀있는 몸이다 보니, 자기 몸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이렇게 가만히 서있을 뿐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참으로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참으로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중송아지다.

   앳되고 예쁜 중송아지다. 꼭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앳되기만 한 송아지다. 몸에 얼룩얼룩 검은 반점이 있는 잿빛 얼룩송아지다. 약하고 여리기만 한 잿빛 얼룩송아지다. 아직 어금니하나 제대로 여물지를 못했다. 진돗개는 고사하고 숫염소 한 마리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은 어금니하나 제대로 여물지를 못했다.

아직은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며, 마냥 껏 귀여움을 받아도 될만한 때다. 그런데, 공연히 엄마 품을 벗어났는지 모르겠다. 공연히 세상 밖으로 나왔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꼭 끓어 안아주고 싶도록 연약하기만한 중송아지 한 마리가, 진돗개에게 잡힌 체 꼼짝을 못하고 있다. 몸에 얼룩얼룩 검은 줄무늬가 있는 잿빛 송아지 한 마리가, 하얀 진돗개에게 잡힌 체, 꼼짝을 못하고 있다. 송아지만이나한 한 하얀 진돗개에게 잡힌 체,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뿐, 꼼짝을 못한다. 이 추운 날씨에, 주변에 바람막이하나 없는 진돗개 개장 곁에, 꼼짝도 못하고 서있기만 한다.

   무엇 먹을 것을 어떻게 구해야 될지, 이 차가운 밤을 어떻게 지날지, 매섭게 불어오는 칼바람을 어떻게 몸으로 막아낼지, 그리고 또 이것저것 고문을 해올 때, 그 날카로운 이빨을 어떻게 견디어낼지, 무엇하나 대책이 없다.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무엇하나 대책이 없이 서있기만 할 뿐이다.

   그 흔해빠진 비닐하우스 막사 하나가 없다. 바람만이라도 막아줄만한 막사 하나가 없다. 그냥 맨땅위에 서 있다. 뼛속까지 뚫고 들어오는 그 차가운 밤이슬을 함빡 맞으며, 그냥 시키는 대로 맨땅위에 서있기만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신변이 어떻게 될지 전혀 대책이 없다. 진돗개가 앞으로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어떤 신체적 제제를 가해올지, 그 날카로운 이빨로 어디를 어떻게 고문을 해 올지, 밥은 한 끼라도 줄지 안 줄지, 밥은 고사하고 이 추운 날씨에 그대로 얼어 죽지나 않을지, 그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고 암울하기만 할 뿐이다.

 

   무슨 뜻일까?

   아무래도 평양에 잡혀있는 로버트 박 선교사님의 신변이, 너무나 위태로운 것 같다. 더구나 이 일이 크게 비화되었다간, 자칫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것도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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