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2009. 12. 2일
<새벽 5시에 받은 계시>
바람이 심하게 분다.
온 산이 통째로 휘청거릴 정도로 아주 심하게 분다. 온 산이 통째로 휜다. 산이 통째로 휠 정도다.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가지뿐인 시꺼먼 겨울 산이 통째로 휘청거리며, 바람을 이겨내느라 애를 먹고 있다. 바람이 너무나 심하다. 너무나 심하다.
망우리 뒷산이다. 서울의 뒷산, 망우리 산이다. 우뚝 솟은 봉우리가 서울을 지키고 있는 망우리 뒤에 있는 아차산이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아차산이란 이름보다는 공동묘지가 있는, 망우리 공동묘지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산이다.
이 산은 전시작전상으로 아주 중요한 요지가 되는 산이다. 동부전선의 휴전선에서부터 철원평야를 지나 이곳 망우리 뒷산까지, 산다운 산이 별로 없기 때문에, 철원평야가 뚫리면 이곳이 보통으로 중요한 요새 역할을 해 주는 곳이 아니다. 서울의 뒷부분을 막아주는 아주 요새중의 요새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크고 높은 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으면서, 서울을 든든히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곳이다.
이제 겨울의 문턱이다 보니, 산에는 나뭇잎이 하나도 없다. 그 하얀 낙엽마저 다들 떨어져 버리고, 이제는 산이라야 시꺼먼 나뭇가지들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상태다.
바람이 분대도 나뭇잎이 있을 때는 바람의 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면, 웬만한 바람이 불어보았댔자 그 위력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바람이 심하다. 아주 심하다. 서울의 뒤쪽, 그러니까 서울에서 보기에는 북한 쪽으로 내리뻗은 기슭 편으로 바람이 심하게 분다. 몹시 심하게 분다. 겨울 산에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어대는지 시꺼먼 나뭇가지들이 가만있지를 못하고 온통 흔들려 대느라 난리들이다. 나무가 밑동에서부터 통째로 흔들려 재끼는 모습이, 마치 온 산이 지진이 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온 산이 통째로 흔들린다.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혓바닥으로 산을 핥으면서 지나가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혓바닥으로 핥으면서 지나간다. 산을 통째로 핥으면서 지나간다. 산 이쪽 시작지점에서부터, 한 복판을 지나 저 멀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북쪽 끝까지 죽~ 핥으면서 지나간다. 바람이 산을 핥는 곳마다 윗가지들이 휘청휘청 절반이나 휘어버리다시피 한다. 시꺼먼 나뭇가지들이 휘청휘청 휘어버린다. 나무의 1/3정도는 휘는 것 같다. 그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윗가지 쪽으로 1/3씩이나 휜다. 그러면서 산이 통째로 휘청거린다.
바람의 혓바닥이 핥는 곳마다 우멍하게 자욱이 난다. 움푹움푹 자욱이 난다. 아름드리나무들이 1/3씩이나 확 확 휘다보니, 그 자리는 봉우리 전체가 움푹움푹 들어가 버리고 만다. 바람이 핥고 지나는 지역마다 그 지역이 우멍하게 패이면서 자욱이 난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요동을 치며 불어대는지 작은 봉우리 정도는 한입에 핥아버린다. 웬만한 산봉우리들은 한 입에 핥아버린다. 봉우리 째 통재로 핥고 지나가 버린다.
겨울 산에 웬 바람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불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힘이 뒤에서 바람을 조종하고 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힘이 바람을 가지고 와서 산을 마음대로 잡아 핥아 버린다. 강력한 바람을 가지고 와서 산을 통째로 핥아버린다. 통째로 핥아버린다.
나무들이 죽을 노릇이다. 잔가지고 원가지고 견디어 내질 못한다. 아주 죽을 노릇이다. 나무들이 몹시 심하게 흔들리다보니 아주 죽을 노릇이다.
산이 통째로 신음을 한다. 이러다가 산이 통째로 앓아눕게 생겼다. 산이 통째로 꿍꿍 앓아눕게 생겼다. 앓아눕다 못해 아예 산이 통째로 날아가 치우게 생겼다. 부챗살을 살짝 접듯이, 산 이쪽 시작지점에서부터 중간을 지나 저쪽 북쪽 끝까지 통째로 살짝 접힌 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말게 생겼다. 통째로 날아가 치우게 생겼다. 너무나 심하다.시꺼먼 겨울 산에 바람이 너무나 심하다.
무슨 뜻일까,
바람은 전쟁을 상징한다. 계7:1
그런데
문제는
겨울 산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아주 신경이 쓰인다.
요즈음은 매번 계시를 내려주실 적마다, 이 ‘겨울의 문턱’ 인 계절을 강조하시는 점이 보통으로 신경이 쓰이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