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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재림

풀을 먹고사는 개

 

 

 

 

                       풀을 먹고사는 개

                                                                            2009, 11. 26일

                                                                 <오후 8시에 받은 계시>

 

 

 

   덥석! 덥석!

   환장을 한다. 눈이 홀딱 뒤집혔다.

   덥석! 덥석! 기가 막히게 빠르다. 노련하기가 마치 기계다. 기계다. 풀을 뜯어먹는 솜씨가 기계처럼 노련하다. 소, 저리 비켜라. 양, 저리 비켜라. 염소, 사슴종류들 저리 비켜라, 어림도 없다.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풀을 뜯어먹는 솜씨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말뚝에다 줄을 매자마자, 이 녀석이 말뚝 곁에 아직 파랗게 살아있는 풀 몇 포기를 발견하자 환장을 한다. 커다란 눈을 있는 대로 휘둥그레 뜨고는,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서 뜯어먹어치운다.

   덥석 덥석! 덥석! 기가 막히게 빠르다. 기가 막히게 빠른 동작으로 뜯어먹어치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뜯어먹어 치운다. 주변에 있는 파란 풀들을 이파리하나 남기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뜯어먹어치운다.

   그리고도 아무것도 먹지 않은 듯, 입안에는 여전히 침이 바짝 말라있다. 방금 풀 몇 포기를 눈 깜짝할 사이에 뜯어먹어 치워놓고도, 입안은 여전히 바짝 말라있다. 내가 언제 풀 몇 포기를 뜯어먹었느냐는 듯, 입안이 바짝 말라있다. 며칠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마치 3일 동안이나 금식을 한 것처럼 입안이 바짝 말라있다. 이 녀석한테 양이 차도록 먹이를 주려면, 적어도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먹을 만큼은 주어야 양이 찰 것 같다.

   개가 꾀 크게 생겼다. 꾀 크게 생긴 개이다. 삽살개 종류인가?

   그냥 흰둥이 개인가, 진돗개보다는 조금 작은, 보통 어미 염소만 하게 생긴 개이다. 어미 염소만 하게 생긴 흰 개인데, 이제 해질녘이 되어서 말뚝에다 잡아 매 놓았다. 곧 밤이 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말뚝에다 매어 놓았다.

 

   그때다.

   말뚝에 매어 놓을 때다. 마침 말뚝 주변에 파란 풀 몇 포기가 있는 것을 본 하얀 개가 눈을 번뜩인다. 하얗게 말라죽은 검불사이로 파란 풀 몇 포기가 살아있는 것을 본 개가 미친 듯이 달라붙는다. 하얗게 말라비틀어진 잔디밭 사이로, 파란 풀 몇 포기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발견한 녀석이, 부리나케 달려들어서 뜯어먹어 치운다. 환장을 하고 뜯어먹어치운다. 번개 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뜯어먹어치운다.

 

   요즘

   한참 전쟁 통이다 보니, 미처 개에게까지 음식을 먹일 형편이 못된다. 사람들이 먹다 남는 음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개에게까지 음식찌꺼기를 먹일 형편이 못된다. 빈 그릇을 씻은 구정물 한 통을 다 휘저어보아도, 밥알 한 톨 구경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개에게는 줄 음식이 없다. 언제나 개는 뒷전이다. 개는 고사하고 사람들이 먹을 양식도 없다. 사람들도 먹을 양식이 없어서 금식 아닌 금식을 하고 있는 판이다. 새끼들이 엄마, 밥! 엄마, 밥! 하면서 울어대지만 엄마는 한숨만 지을 뿐, 새끼들에게 밥사발을 내어 밀지를 못한다.

   이 전쟁 통에 어느 집을 가 보아도 사정은 다 마찬가지다. 집집마다 양식이 없다. 이런 판에 짐승들을 돌본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짐승들은 언제나 뒷전이다.

그러다보니 개들은 언제나 들판으로 쏘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늦가을에, 들판을 쏘다닌 들 어디서 무엇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으랴.

   이제는 메뚜기도 다들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개울가에 가끔 뛰어다니던 개구리들마저도 어느새 싹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개들이 들판을 쏘다니며 음식을 찾아보지만 허사다. 무엇하나 먹을 것을 구할 수가 없다. 기껏 찾아낸다는 것이, 양지 편 따듯한 언덕배기에서, 파란 풀 몇 포기를 발견하면 그날은 그나마 횡재를 하는 날이다. 요즘은 온 들판을 쏘다녀보아도, 논두렁이고, 밭두렁이고, 개울가고, 어디에고 파란 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온 들판이 하얗게 말라비틀어진 검불뿐이다.

   그래도

   개들은 파란 풀을 찾아서 먹고사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풀을 먹고 사는 것도 꾀 익숙해 졌다. 주인이 주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위장이 밥을 먹어본지 오래다. 하도 오랫동안 풀을 먹고 살다보니, 이제는 위장이 풀을 먹는 것이 아예 습관이 되어버렸다. 풀을 소화시키는 위장으로 아예 바뀌어 버렸다. 하루 종일 뜯어먹는 풀을 소화시키는 위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오늘도 하루 종일, 이 논두렁, 저 논두렁, 온 들판을 쏘다니며 풀을 찾아먹었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역 부족이다. 그렇지만 이제 해질녘이 되었기 때문에,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바짝 마른 입술로 집에 돌아와서, 주인이 말뚝에다 줄을 맬 때, 마침 말뚝 주변에 파란 풀 몇 포기가 있는 것이 보인다. 파란 풀 몇 포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보인다. 눈이 확 뒤집힐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루 종일 온 들판을 쏘다녀 보아도 어디 파란 풀 몇 포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말뚝 곁에 파란 풀 몇 포기가 있다니, 녀석의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다. 환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깜짝 놀란 녀석이 눈이 휘둥그레 진체, 어느새 덥석! 덥석! 그 풀 몇 포기를 정신없이 뜯어먹어 치운다. 정신없이 뜯어먹어치우는데, 뭐 눈 깜짝할 사이에 뜯어먹어 치운다. 눈 깜짝할 사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포기를 깨끗이 뜯어먹어 치운다. 환장이 되어서 뜯어먹어 치운다. 풀을 뜯어먹는 모습이 기계다. 기계다. 팍! 팍! 주둥이를 들이대며 할딱여대는 모습이, 소보다도 몇 배나 노련한 솜씨다. 일생동안 풀만 먹고사는 소보다도 몇 배나 노련한 솜씨로 뜯어먹어치운다. 이제는 개가 아니라 소다. 소다. 개가 아니라 소다. 사슴이다. 양이다. 염소다. 염소다. 아니 염소보다도 몇 배나 더 노련하게 풀을 뜯어먹는, 염소개다. 염소개, 양개, 사슴개다. 소개다. 풀을 뜯어먹고 사는 소개다. 신종 개다. 신종 소 인플루엔자로 만들어진 신종 소개다. 풀을 뜯어먹고 사는 신종 소개이다.

전쟁의 참상치고 너무나 혹독한 참상이다.

 

   무슨 뜻일까?

   단순히 전쟁의 참상만을 보여주시는 계시일까?

아니면,

   전쟁의 때까지를 가르쳐 주시는 계시일까, 들판의 풀들이 하얗게 말라죽어있어서, 파란 풀 몇 포기를 찾아볼 수가 없는 때인, 바로 지금 이 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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