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순찰대
2009.11. 20일
<오후 2시에 받은 계시>
휴전선 부근에서 사이클 순찰대가 내려온다. 사이클을 타고 순찰대가 내려온다. 1개조 5~6명 정도 되는 순찰대다.
맨 앞에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니, 좀 나이가 들어 보인다. 대략 50~60대쯤은 되어 보인다. 꾀 나이가 들어 보인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잿빛 추리닝을 입고, 팔과 무릎에는 두툼한 가죽 보호대를 찼다.
특히 검은 잿빛 선글라스가 인상적이다. 얼굴을 절반이나 덮다시피 한, 검은 잿빛 나이방에서 무언가 레이저 광채가 번쩍인다. 왠지 가슴이 섬뜩 한다. 왠지 사람이 무쇠인간처럼 보인다. 무쇠인간, 철인 로버트를 연상케 한다. 피도, 눈물도, 인정도, 감정도 없는 철인 로버트를 연상케 한다. 척 보기에 몰인정하게 생겼다. 얼음처럼 차게 생겼다. 인정이라든지, 감정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게 생겼다. 완전한 철인 로버트다.
무쇠인간 사이클 순찰대가 휴전선 근처에서 나타나가지고, 서울을 한바퀴 돈 뒤, 이번에는 경춘 고속도로를 따라 곧장 강원도 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순찰대가 어느새 강원도를 죽 내리질러서 경상북도에 도착한다.
이때다.
사이클 순찰대가 막 강원도 경계선을 지나서 경상도 쪽으로 빠져나갔을 때다.
통곡소리가 난다. 통곡을 한다. 강원도가 통째로 통곡을 한다. 온통 강원도가 발칵 뒤집혔다. 집집마다 통곡을 하지 않는 집이 없다.
통곡을 하는데, 슬픈 노랫소리로 통곡을 한다. 강원도 특유의 고유민요조로 통곡의 노래를 부른다. 정선 아리랑처럼 강원도 특유의 민요조로 슬픈 통곡의 노래를 부른다. 강원도가 통째로 노래를 부른다. 강원도 특유의 청성을 달아서 노래를 부른다.
사람이 죽었을 때 부르는 장성곡이라서, 그 노랫소리가 그리 크지는 않다. 그리 큰 소리로 부르지는 않는다. 가늘고 고운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 가사의 내용이, 구구 절절 뼛속에서 우러나오는 통곡의 소리다. 뼛속에서 나오는 곡소리다. 구구 절절 사람의 심령을 찢어놓는, 뼛속에서 우러나오는 통곡의 소리다. 애처로워서 들을 수가 없다. 사람이 죽었을 때, 초상을 당한 사람이 부르른 노랫소리다 보니, 구구 절절 어찌나 듣는 이의 심령을 찢어놓는지, 애처로워서 차마 들을 수가 없다. 구구 절절 어찌나 피눈물을 짜내는 소리인지, 노랫소리가 온통 강원도를 통째로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 강원도 들판이 통째로 뜨겁게 달구어지고, 강과 시냇물이 통째로 뜨겁게 달구어진다. 달구어 지는 것이 아니라 땅이 통째로 노래를 부른다. 온 들판이 슬픈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우악스럽게 우뚝 솟은, 강원도를 통째로 떠받치고 있는 태백산맥까지 온통 통째로 노래를 부른다. 가늘고 고은 톤으로 심금을 찢어놓는 통곡의 노래를 부른다.
사이클 순찰대는 이제 경상도로 내려갔다. 이 부대가 경상도를 다 통과하고나면, 곧장 남해안을 따라서 전라도를 죽 돌고, 이어서 충청도와 인천을 통과한 다음, 다시 휴전선으로 돌아갈 부대이다.
이제 전국이 통째로 장성곡을 부를 차례다. 이 사이클 부대가 통과하는 지역마다, 전국이 통째로 죽음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뼛속에서 울어 나오는 죽음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