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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재림

저수지

 

 

 

 

                           저수지

                                                                      2009. 11. 27일

                                                            <저녁 8시에 받은 계시>

 

 

 

     “윽! 아니!”

  “왜?

   아니! 왜?

   이게 뭐야!, 윽! 이 추운 날에! 아니, 이 추운 날에 왜 갑자기, 왜, 갑자기 이렇게 홀딱 뒤집혀 버렸니!,”

  “왜 이렇게 갑자기 속살을 다 들어내고 이러니, 그 많은 물을 다 어떻게 하고 이렇게 바닥을 들어내고 이러니, 어떻게 된 것이니, 왜 갑자기 이렇게 됐니,

윽! 이 추운 날에, 이 추운 날에 이게 무슨 일이니, 왜, 이렇게 됐니! 그러지 않아도 날씨가 산득산득한 것이 마치 겨울날씨 같은데, 이 추운 날에 왜 갑자기 발가벗고 이러니,”

윽!, 소름이 쫙 끼친다. 얼굴이 있는 대로 찌푸려진다. 윽! 징그럽다. 징그럽다. 바닥이 속살을 들어내다니! 바닥이 속살을 다 들어내다니! 윽! 소름이 쫙 끼친다. 소름이 쫙 끼친다. 정말이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네가 마를 때가 다 있다니, 네가 마를 때가 다 있다니, 언제 네가 한번이라도 이런 적이 있었니. 언제 네가 한번이라도 이렇게 바닥을 들어낸 적이 있었니.

   그 여름철의 불볕더위 아래서도 꿋꿋이 버티어온 넌데, 그 혹독한 가뭄 속에서도 언제나 물을 찰랑찰랑 넘치도록 가득히 담고 있었던 넌데, 그 여름의 한 가뭄 속에서도, 논바닥들이 딱딱 갈라지는 가뭄 속에서도, 물 한 방울 축내지 않고 하나 가득 물을 담고 있었던 너인데,

   그런데, 그런데 오늘 이렇게 갑자기, 오늘 이렇게 갑자기, 갑자기 텅 빈 저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니!,

 

   저수지가 바닥을 들어내었다. 바닥을 들어내었다. 저수지가 그 많은 물을 다 어떻게 하고, 갑자기 시꺼먼 바닥을 들어내 놓았다.

   아주 보기에 흉하다. 그러지 않아도 날씨가 마치 겨울날씨처럼 산득산득해서 온 몸이 움츠려드는 판에, 저수지의 바닥이 뎅그렇게 들어나 있으니 아주 보기에 흉하다.

이 저수지는 이제까지 한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 이제까지 한번도 마른 적이 없다. 언제나 물을 가득히 담고 있었다. 언제나 물을 하나 가득 담고 있으면서, 매일같이 찾아드는 낚시꾼들을 따듯하게 맞아주고 있었다. 이 저수지가 마른다는 것은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저수지가 마른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절대다. 절대 마르는 법이 없다. 이 일대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이 저수지는 일년 내내 마르지를 않는 곳이라고!,”

   이곳은

   일년 내내 언덕에까지 물이 찰랑찰랑 차고 넘치는 저수지이어서, 주변 농부들은 물론, 청주 시민들까지도 꾀 많은 사람들이 낚싯대를 들고 찾아오는 곳이다. 주변에는 언제나 낚시꾼들이 붐볐다. 언제나 두서너 명씩은 끊어지지 않고 몰려들었다. 낚시꾼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것을 보면, 물고기가 꾀 많이 번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바닥을 들어내었다. 그 많은 물을 다 어떻게 하고, 오늘은 갑자기 텅 빈 저수지가 되어버렸다.

   뎅그렇게 바닥을 드러낸 모습이, 공연히 서글프고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무엇보다 바깥 날씨가 겨울처럼 산득산득해서 그런지, 텅 빈 저수지가 왠지 서글프게 보인다. 속살을 시꺼멓게 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왠지 서글프고 을씨년스럽다. 소름이 쫙 끼친다.

바닥에 깔린 시꺼먼 진흙더미에는 아직 물기가 젖어있다. 아직 흙에 물기가 남아있다. 지금 막 물을 쏟아냈기 때문인 것 같다. 바닥에 깔려있는 썩은 나뭇잎에 아직 물기가 젖어있는 것을 보면, 지금 막 물을 비워 낸지 한 두 시간밖엔 안 되는 것 같다.

 

   시꺼먼 진흙탕 속에 깔려있는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무언가 많은 말을 한다. 바닥에 깔려있는 시꺼멓게 썩은 버드나무 이파리들이 무언가 많은 말을 한다.

  “정말 우리도 몰랐다고!,

   이렇게 갑자기 당할 줄은 몰랐다고!, 이렇게 갑자기 확 뒤집힐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1,

   그리고

   다들 죽었다고!, 다들 죽었다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은 물론, 그 어린 새끼물고기들까지, 심지어 작은 송사리새끼 한 마리까지 남기지 않고, 몽당 다들 땅 바닥에 메어침을 당했다고!, 다들 그렇게 죽어갔다고!, 그 작은 붕어새끼 한 마리 살아남지를 못하고, 몽땅 다들 그렇게 땅바닥에 메어침을 당했다고!, 잉어도, 붕어도, 빙어도, 메기도, 가물치도, 송사리들도, 모두가, 모두가 다 땅바닥에 메어침을 당하고 말았다고!,

 

   무슨 뜻일까?

   전쟁의 참상만을 가르쳐 주시는 계시일까?

아니면,

  혹시, 전쟁의 때를 가르쳐 주시는 계시일까, 겨울날씨처럼 산득거리는 바로 지금 이때,갑자기 당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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