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 2
2009. 11. 1일
<오후 4시에 받은 계시>
“어! 이 녀석,
어딜 돌아다니다가 또 나타났어?”
또 나타났다. 이 녀석 그 동안 어딜 돌아다니다가 또 나타났다. 역시 놀란 눈빛 그대로이다.
며칠 전 대원들과 함께 나타났던 바로 그 자리다. 뒷동산과 텃밭이 연결되는 지역이다. 뒷동산 리키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산자락 끝에
또 나타났다.
“이 녀석이 그동안 어딜 돌아다녔기에 산 밑으로 또 나타나는 거야?”
“이 녀석 도둑고양이라면 마을로 돌아다녀야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지, 왜 산으로 돌아다니는 거야!,”
이 녀석 이해가 안 간다. 왜 산으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리키다 소나무가 잔뜩 우거진 산 밑으로 또 나타난다. 아직도 놀란 눈빛 그대로이다. 아직도 앙칼지고 표독한 모습 그대로이다.
날쌔고, 재빠르고, 눈매가 매서운 놈이다. 이 녀석 무언가 일을 내도 보통으로 크게 낼 녀석이 아니다.
이 녀석이 또 나타났다. 대원들을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오늘은 혼자서 나타난다.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온다. 뒷동산 끝자락 반대편에서 이쪽 편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기어온다.
표독스런 눈매를 매섭게 뜨고, 앙칼진 모습으로 어슬렁어슬렁 기어온다.
“이 녀석 무슨 일을 내려고 이렇게 어슬렁거리면서 또 기어오는 거야?”
무슨 뜻일까?
예수님,
이 환상이 무슨 뜻입니까?
과수원이 나타난다.
도둑고양이가 나타난 바로 뒷동산에 붙어있는 과수원이다. 수천수만 평도 넘는 어마어마하게 큰 과수원이다. 과수원의 규모가 수천수만 평이나 되다보니, 과일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특히 금년에는 사과 농사가 대풍이다. 가지마다 새빨간 과일들이 빼곡하게 매어달리지 않은 나무가 없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새빨간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어달리지 않은 가지가 없다.
과일들이 어찌나 많이 열렸는지,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어달린 과일들로 가지가 찢어질 지경이다. 아롱아롱 맺힌 과일들로 가지가 찢어질 지경이다. 과수원이 새빨갛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따다 팔았는데도, 아직도 절반도 더 많이 남아있다. 과수원이 워낙 크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이 많은 과일을 다 따다 팔려면, 앞으로 한 달도 더 걸리게 생겼다.
그런데
보니, 오늘은 그 과일들을 다 딴다. 다 딴다. 다 따치운다. 오늘은 그 많은 과일들을 한꺼번에 다 따치운다. 이제까지 거의 한 달 동안이나 따다 팔았어도 아직도 절반도 못 딴 것을, 오늘은 한꺼번에 다 따 치운다.
그것도
내일이나 모래까지, 아니면 며칠동안에 따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동안에 다 따 치운다. 왜냐하면 내일부터는 날씨가 갑자기 영하의 기온으로 바뀌기
때문이란다.
“그 많은 것을 오늘 하루에 다 따다니!, 과연 그 많은 것을 하루에 다 딸 수 있을까?,”
“그동안 한 달 동안이나 따다 팔았어도 절반도 못 딴 것을, 과연 오늘 하루 동안에 다 따 치울 수 있을까?”
보니,
난리가 났다. 과수원이 발칵 뒤집혔다. 그 많은 과일을 오늘 하루 동안에 다 따느라 과수원이 발칵 뒤집혔다. 어디서 구했는지 인부들이 수십 수백 명도 넘는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수십 수백 명도 넘는다. 동네 사람들을 총 동원이라도 했는지 과수원이 하얗다. 북적대는 사람들로 과수원을 하얗게 메워놓았다. 수십 수백 명도 더 되는 인부들이
과수원 가득히 틀어박혀서, 각자가 자가기 맡은 자리에서 과일들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시끌벅적!, 시끌벅적!,
와, 과연 그 많은 과일을 오늘 하루 동안에 다 따기는 다 따는 모양이다. 그 많은 과일을 하루 동안에 다 따치우는 모양이다.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다 따치우는 모양이다. 한달이나 걸려야 다 딸 과일을, 하루 동안에 다 따치우는 모양이다.
남· 북한을 통째로 단 하루 동안에, 추수 해치우시겠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