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숫가루
2009. 7. 10일
하얀 전지분유가 들어있는 병에다, 노란 미숫가루를 쏟아 부어 놓는다.
누군가가 얼굴을 숨긴 체 몸을 잘 드러내질 않고, 가만히 미숫가루를 쏟아 부어 놓는다.
2L짜리 유리병에 하얀 전지분유가 2/3정도 들어있는데, 그 병에다 가만히 미숫가루를 쏟아 부어 놓는다. 바로 곁에 미숫가루가 들어 있는, 2L짜리 유리병이 나란히 놓여있는 대도,
그 병에다 붓지를 않고 우윳병에다 붓는다. 우윳병에다 쏟아부어놓고는 바람처럼 살짝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상하다?
미숫가루를 미숫가루 병에다 붓지를 않고 왜 우윳병에다 부을까?
전지분유가 2/3정도 담겨있는 유리병의 나머지 윗부분이, 노란 미숫가루로 소복이 채워지고 만다.
“아닌데?”
“전지분유 병에다 미숫가루를 쏟아 붓다니!, 우윳병에다 미숫가루를 쏟아 붓다니!, 안 된다. 말도 안 된다. 엄연히 곁에 미숫가루 병이 따로 있는데, 왜 미숫가루를 우윳병에다 쏟아 붓는단 말인가?
왜 그럴까?
쯧쯧!, 이걸 어쩐다?
아니, 미숫가루 병이 옆에 따로 있는데, 왜 미숫가루 봉지를 전지분유 병에다 쏟아 붓는단 말인가?
이걸 어쩐다?
도로 끄집어 낼 수도 없고, 뭐 미숫가루를 타 먹을 때는 의례히 전지분유도 한 스푼 넣어서 타 먹으니까, 믹서를 시켜놓아도 별 탈은 없지만,
그래도 그렇지,
엄연히 미숫가루 병이 옆에 따로 있는데,
바로 눈앞에 있는 미숫가루 병을 두고,
그래
하필이면 미숫가루 봉지를, 하얀 우윳병에다 쏟아 부을 필요가 뭐 있는가,
식사를 하고나서 숭늉대신 우유를 끓여먹을 땐, 미숫가루가 필요가 없는데 그땐 어떻게 할 건가,
아 참!, 이걸 어쩐다?
그래도 다행한 것이, 가만히 잘 쏟아 부었기 때문에 방바닥에 미숫가루를 흩어놓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 바로 곁에 있는 하얀 우윳병과 노란 미숫가루 병 하나를 분별하지를 못했단 말인가,
아니면,
나하고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랬는가?”
눈살을
찌푸리고 인상을 있는 대로 써보지만, 이미 쏟아 부어놓은 것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아 참!, 이걸 어쩐다?”
무슨 뜻일까?
요즘 남북한 간에 한참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핵, 미사일, 밑 사이버 전쟁을, 이제까지는 ‘김치’ 라는 특이한 제목으로 여러 차례 계시를 해 주셨다.
혹
김치라는 생소한 비유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번에는 다른 비유로 전쟁의 징조를 나타내 보여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