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2009. 7. 8일
노란 소변 같은 것이 찔찔 흘러내린다.
노랗고 붉은 소변 같다. 아픈 사람의 소변 같다.
마치
금식 3일째 억지로 나오는 시뻘건 소변 같다.
“윽!
왜 너는 붉은 소변 같은 것을 흘러내리니,
야!,
수돗물이라는 것이 꼭지를 틀자마자 쏴~ 하면서 맑은 물을 팍!~ 쏟아내야지, 왜 시뻘건 소변 같은 물을 찔찔 흘러내리고 그러니, 공동 수도라는 것이 왜 성능이 이러니,
너처럼
이렇게 약하게 찔찔 흘러내리면 언제 한통씩을 받아가지고 가겠니?
야!
이 많은 서울 시민이 너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래 명색이 공동수도라는 것이, 갓난아기 오줌보다도 더 작게 흘러내리면 어떻게 하란 말이니,
왜 너까지 아프니,
어디가 아픈 거니! 왜 너까지 몸살에 걸렸니!
왜
시뻘건 오줌을 찔찔 떨어뜨려 내리고 그러니, 그 시뻘건 소변 같은 물을 어떻게 먹으란 말이니,
그래 이 큰 수도 서울에, 공동수도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네가 이렇게 며칠째 몸살을 앓고 있으면, 저 아우성을 치고 있는 시민들은 어떻게 되니,
저렇게
며칠째 목이 갈해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시민들은 어떻게 되니,
야!
어떻게 좀 정신을 차려봐! 너까지 이렇게 며칠째 몸살을 앓고 있으면 안 되잖니,
힘을 내!
어떻게 약을 먹고 힘을 좀 내봐!, 꼭지를 틀었다하면 쏴! 하고 맑은 물을 팍~ 쏟아내야지!,
저렇게 며칠째 목이 갈해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시민들을 좀 생각해 봐!
아무리 전쟁 통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까지 몸살을 앓고 있으면 안 되잖니!”
공동수도가
단단히 병에 걸렸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복판에 공동수도를 설치해 놓았는데, 공동수도라는 것이 마치 간난 아기 소변처럼 가느다란 물줄기를 찔찔 흘러내리고 있을 뿐이다.
찔찔
흘러내리는지 뚝뚝 떨어뜨리는지 하여튼 그렇다. 보니 수도꼭지는 대형 사이즈 인 데도 그렇다. 소방호수만큼은 못된다고 해도, 보통 수도꼭지보다 두 배는 굵게 생겼다.
이
전쟁 통에 가정마다 수돗물을 공급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시내 한 복판에 이렇게 굵직한 대형 호수로 공동수도를 설치 해 놓았는데, 왜 그런지 시뻘건 오줌 같은 것을 찔찔 흘러내린다.
이런
시뻘건 소변을 받아먹을 수는 없다. 시뻘건 소변을 먹을 수는 없다. 서울 시민 누구도 물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없다. 시내 한 복판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공동수도인데도,
누구 하나
물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없다.
어디가 고장이 났을까?
며칠째
물에 갈한 시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공동수도는 심한 몸살에 걸린 체, 시뻘건 오줌을 찔찔 떨어뜨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