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6
2009. 7. 4일
밥상 한 복판에 하얀 동치미 국물이 한 그릇 담겨있다.
방바닥에 차려진 밥상 한 복판에, 하얀 동치미 국물이 한 그릇 가득 담겨있다.
하얀 배와
사과, 무우, 생강, 찹쌀에다 잣, 호두, 마늘 등등 갖가지 양념을 듬뿍 집어넣어서 만든, 동치미 국물이 한 그릇 가득히 담겨있다. 하얀 스텐 공기에 한 그릇 찰찰 넘치도록 담겨있다.
그러지 않아도 날씨가 후덕지근해서, 물이라면 무엇이든 마시고 싶은 판인데, 밥상에 차려진 달콤한 동치미 국물을 보니, 침이 저절로 넘어간다.
아무
생각 없이 다짜고짜로 그릇째 집어 들고 꿀꺽꿀꺽 통째로 마셔대고 싶다. 뭐 숨도 쉴 것 없이 단숨에 그릇째 꿀꺽꿀꺽 들이켜 대고 싶다.
특히
물김치가 스텐 공기에 담겨 있다보니, 스텐 자체의 차디찬 냉기가 느껴지는데다, 김치 속에 들어있는 하얀 배 조각과, 사과, 무우, 생강, 설탕, 잣, 호두, 찹쌀이며 마늘에다
갖가지
양념냄새가 미각을 있는 대로 돋워 놓는다.
두말없이
두 손으로 받쳐 잡고, 꿀꺽 꿀꺽 김치 국물부터 마셔 대고 싶다. 뭐 밥이고 뭐고 생각할 것 없이, 어서 동치미 국물부터 한 그릇 뚝딱 비워내고 싶다.
달콤하고
새콤 새콤한 동치미 국물에서 시선이 떠나지를 않는다. 입안 가득히 고인 침이 자꾸만 동치미 국물을 재촉한다. 몸이 저절로 동치미 국물 쪽으로 쓱 빨려 들어간다.
동치미 김치가 아주 적당하게 잘 익었다.
우선 김칫국물의 색깔부터가 맛있게 생겼다. 색깔부터가 아주 맛있게 생겼다.
김치
국물의 색깔을 보니, 미색이다. 은은한 찹쌀 색깔이다. 찹쌀이며 하얀 배, 그리고 사과랑 무우, 잣, 호두, 마늘, 생강, 설탕, 등등 갖가지 양념들이 적당히 잘 발효가 되었다는 뜻이다.
찹쌀에서 우러나온 담백하고도 은은한 감미와, 하얀 배 조각에서 우러나온 달고 시원한 맛과, 그리고 사과랑 배, 무우, 잣, 호두, 생강, 설탕. 등 갖가지 양념들에서 우러나온
감미들이
보통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시원한 식혜처럼 달콤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카~하면서도 시원한 사이다 콜라 같고, 어떻게 보면 간 속 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놓는 수박화채처럼 보이는,
달콤하고도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입맛을 있는 대로 돋워놓는다. 동치미 국물을 향한 눈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온 몸에서 벌써부터 욱욱 힘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밥상
한 복판에 차려진 동치미 국물이 죽어라고 시선을 잡아끌고, 덩달아서 몸이 자꾸만 동치미 국물 쪽으로 쓱 빨려 들어간다.
무슨 뜻일까?
이제까지의 환상에서 김치는 남북한 전쟁의 징조였다.
이번에는 물김치가 등장한 것을 보면, 배추김치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쟁의 징조가 더욱 확산이 될 것 같다.
이미
종기가 난 자리에, 그 곁에 또 다른 종기가 하나 더 생기듯이, 이미 나타난 전쟁의 징조위에 또 다른 징조가 하나 더 추가가 될 것 같다.
김치 7
2009. 7. 4일
뚜껑을
열어 제친 천사가, 분노한 모습으로 김칫통에서 김치를 한 옴큼 잡아든다.
그냥
맨손으로 김치를 한 옴큼 잡아든다. 오른손을 김칫통에 푹 집어넣어서, 다섯 손가락에 힘을 꽉 주자, 한 옴큼 가득히 김치가 잡힌다.
5손가락으로
있는 힘을 다해 꽉 오므려 잡자, 손가락 밖까지 한손 가득 김치가 잡힌다. 그러자 이제는 그 하나 가득 잡힌 김치를 허궁을 향해 치켜든다.
김치를
한 옴큼 움켜잡은 오른손을, 하늘과 땅 사이에 높이 치켜든다. 천지 사이에 서서 진노의 김치를 잡은 손을 높이 치켜든다. 마치 크레인이 허궁에서 물건을 잔뜩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허궁을 향해
치켜든 천사의 오른손에서 시뻘건 김칫국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시뻘건 김칫국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시뻘건 피와 같은 김칫국물이 사정없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소나기가 쏟아지듯 한다.
시뻘건
김칫국물이 우두둑! 우두둑!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피가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피가 우두둑! 우두둑! 하고 떨어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진노의
심판을 받은 사람들의 피가, 하늘로부터 우두둑! 우두둑! 떨어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윽!”
두렵다. 살이 떨린다. 갑자기 사방이 캄캄해지는 것이, 두려움과 공포가 온 땅을 뒤덮는다.
하늘과 땅 사이에 서 있는 천사가, 땅에다 김치를 휙! 뿌리기 직전이다. 당장에 휙! 하고 땅의 사방에다 뿌리기 직전이다.
이
김치가 뿌려지는 곳마다, 피와, 불과, 연기가 땅을 진동시키고, 각처에 사망과 음부가 뒤를 따르게 된다. 땅이 폭발하고, 땅이 온통 피로 바다를 이룬다. 온 땅이 피투성이가 된 체,
그대로 불로 뒤집히게 된다.
김치 8
2009. 7. 5일
나머지도 비벼먹어야 되겠다.
나머지 밥도 김치찌개와 고추장을 듬뿍 넣어서 비벼먹어야 되겠다.
우선
찌게냄비에 절반 정도 남은 김치를, 밥 대접 위에 모두 건져놓아야 되겠다. 나머지마저 비벼먹기 위해서다. 냄비에 남은 것이 이제 절반 밖에 안 된다. 이번 참에 다 건져서 비벼먹으면 딱 맞겠다.
우선
찌개 냄비에서 김치를 건지기 위해서는, 숟가락으로 건지는 것보다 젓가락으로 건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찌개국물이 덜 딸려온다.
숟가락으로
김치를 건져 오다보면, 아무래도 숟가락에 찌개국물이 딸려오게 된다.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때는, 찌개국물이 따라 올라와서는 안 된다.
일단
김치를 건지기 위해 젓가락을 찌개냄비에 넣고 한번 휘 저었다.
“아! 실수”
젓가락 가지고는 안 되겠다.
처음부터 찌개국물을 먹을 목적이 아니고, 건더기만 건져서 비벼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끓이기 전에 가위로 김치를 조각조각 잘게 썰었던 것을 생각지 못했다.
비빔밥을
할 때 김치조각이 너무 크면 좀 불편하기 때문에, 애당초 찌개를 끓일 때부터, 가위로 조각조작 잘게 잘라가지고 김치찌개를 끓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젓가락으로는 잘 안 잡힌다.
김치만 조각조각 잘게 썬 것이 아니라, 양파도 잘게 썰었기 때문에 젓가락으로는 잘 잡히지를 않는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으로 건지는 것이 낳겠다. 먼저 먹은 것도 그렇게 했었다. 숟가락으로 건져서 비벼먹었다.
자,
그럼 절반 정도 남은 찌개냄비에서, 마저 김치 건더기를 건지자.
앞에 것은
김치를 너무 많이 넣어서 비볐기 때문에 좀 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조금 덜 넣어야 되겠다. 정 찌개가 남으면 내일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일부러 너무 많이 넣지는 말자.
나머지를
무조건 다 건져 넣지는 말자.
무슨 뜻일까?
이미 여러 번 밝힌 대로, 김치는 남북한 전쟁의 징조이다.
처음에는
배추김치, 다음에는 물김치, 이번에는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신 것을 보면, 이번에 나타난 남북한 전쟁의 징조가 여러 갈래로 확산이 된다는 뜻인 것 같다.
마치 커다란 종기자국 곁에 또 다른 종기가 하나 더 생기고, 그리고 그 곁에 또 다른 종기가 하나 더 생겨서, 마침내 꼼짝 달싹도 못하는 환자가 되어 버리듯이,
이번에
나타난 남북한 전쟁의 징조가, 점점 이런 저런 모양으로 확산이 된다는 뜻인 것 같다.
너무나 크게 확산이 되어서 마침내 꼼짝도 못하고, 서로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점점
여건이 악화되어 간다는 뜻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