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5
2009. 7. 4일
김치가 조금 남았다.
한 끼 먹고 조금 남았다.
500g짜리 플라스틱 통에다 가득 덜어가지고 먹었는데, 조금 남았다.
새빨간 플라스틱 4각통에다 하나 가득 덜어가지고 먹었는데, 한 끼를 먹고 조금 남았다.
이정도면 한 끼 식사 분으로 적당한 양인데, 오늘은 조금 많이 덜은 모양이다.
통 안에 남은 김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통 안에
남은 김치가 두어 젓가락 정도는 되겠다. 배추김치 두어 젓가락과, 새빨간 김칫국물 두어 스픈 정도가 남았다. 이정도면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국물도 그렇고,
버릴 순 없다.
이렇게 아까운 것을 버리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런데 통에 두어 스픈 밖에 안 남았으니, 요즘 같은 여름철에 냉장고도 없이, 그냥 방 윗목에 놓아두면 쉬어버릴 텐데, 그게 문제다.
이까짓 두어 스푼 밖에 안 되는 것을 그냥 윗목에 올려놓으면, 내일 저녁식사 때까지 보관이 안된다. 착 쉬어버린다. 요즘 같이 푹푹 찌는 날씨에 그냥 두면 착 쉬어버린다.
쉬어서 못 먹는다.
그렇다고 아까운 김치를, 두어 스푼씩이나 홀라당 쓰레기통에다 부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내 성격에 그럴 수도 없고,
안되겠다.
큰 통에 그냥 들어부어두자. 큰 김칫통에 그냥 같이 들어부어 놓으면, 거긴 김치가 워낙 많으니까 그래도 덜 쉰다. 먹던 것을 김칫통에 들어붓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착 쉬어서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
김치를 워낙 잘게 썰어가지고 먹던 것이라서, 젓가락으로 다독다독 해 가지고 잘 들어부어야 되겠다.
김치그릇 가장자리에 달라붙어있는 작은 찌꺼기까지, 다독다독 한군데 모아가지고 깔끔하게 들어부어야 되겠다.
왼손으로
김치그릇을 꼭 잡고, 오른손에 잡힌 대나무 젓가락으로 잘 다독거린다. 이곳저곳 사방에 붙어 있는 찌꺼기들을, 한쪽 모서리 부분으로 깔끔하게 잘 긁어모은다.
됐다!
이만하면 잘 모아 진 것 같다. 뭐 워낙 잘게 부서진 부스러기들은 잘 안 모아지지만, 이만하면 됐다. 이만하면 깔끔하게 모아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김칫통에 들어붓자.
커다란 김칫통을 열자, 통에는 김치가 아직 하나 가득 담겨있다.
뭐 오늘 처음 한 끼분만 덜어먹은 것이니까, 큰 통에는 아직도 한 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당연하다.
단 한 끼밖에 안 먹었는데도 김치가 너무 많이 익었다. 벌써 푹 익었다. 시큼시큼한 냄새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띄운다. 요즘 날씨가 워낙 더워서 그런 모양이다.
코끝에
시큼시큼한 냄새가 확확 풍겨오지만, 그래도 시큼한 냄새가 싫지가않다. 시큼한 배추김치 냄새와, 마늘 냄새가 어울러져서 새콤 새콤 하면서도 달콤하고, 또 카~ 하면서도
매운 것이
자꾸만 눈을 톡톡 쏘아댄다. 왠지 이 김치가 기가 막힌 소화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큰 통에 들어있는 김치도 푹 익었고, 왼 손에 들려있는 나머지 찌꺼기도 시큼한 냄새를 꾀 피워댄다.
모르겠다. 찌꺼기고 뭐고 남은 국물이고 뭐고 그대로 통에다 들어부어 버리자. 남들이 보기 전에 속히 들어부어 버리자. 그리고 뚜껑을 꼭 닫아가지고 제 자리에 가져다 두자.
어서 속히
남은 설거지를 해 치우자. 빈 그릇들을 수돗가로 들고 가서 설거지를 해 치우자.
무슨 뜻일까?
김치는 남북한 전쟁의 징조였다. 남북한 전쟁에 대한 징조로서, 벌써 5번째 보여주시는 이상이다.
그런데, 오늘 기어코 그 김치를 꺼내먹었다. 한 끼 맛을 보았다.
그렇다면,
무엇,
남북한 전쟁의 징조가 이미 나타났다는 뜻인데, 무얼까?
무언가
커다란 전쟁의 징조가 나타나가지고, 이것이 점점 눈 덩이처럼 불어나서, 마침내
남북한 전쟁, 그러니까 미국· 북한전쟁, 밑 미국· 중국 전쟁으로 확전이 된다는 뜻인데,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