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낫 3자루
2009. 6. 20일
녹슨 낫이 나타난다.
시꺼멓게 녹슨 낫 3자루가 나타난다.
뒷동산 언덕위에 녹슨 낫 3자루가 놓여있는데, 낫들이 모두 한곳에 차곡차곡 포개어진 체 나타난다.
보니 시꺼멓게 녹이 잔뜩 슨 낫들이다. 자세히 보니 그렇게 많이 사용한 낫들은 아니다. 낡은 낫들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낫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옛날에,
그러니까 아주 옛날에,
한두 번쯤 사용해보긴 한 것 같기도 하다. 뭐 사용해 보았댔자 한두 번 정도?
하여튼 낫의 날을 보니, 날이 하나도 상하지가 않았다. 새파랗게 날 이선 그대로이다.
녹이 슨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이끼가 살짝 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이나 아침저녁으로 내리는 이슬에 방치 되다보니, 자연히 때가 끼어서
시꺼멓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낫의 날이 새파랗게 유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낫을 많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
또
낫의 손잡이를 보니, 손잡이에도 미색 나무에 때가 꼬질꼬질하게 끼어있다. 낫의 자루가 조금은 썩은 듯한 기가 보인다. 아직 낫의 자루가 미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언덕에 방치되다보니, 거뭇거뭇한 점이 이곳저곳에 많이 박혀있다. 시꺼멓게 썩은 점박이가 많이 박혀있다. 나무가 삭았다.
낫자루에
흠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리 많이 사용한 낫은 아니다. 3자루 모두 다 그렇게 많이 사용한 낫들은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사용하지를 않다보니, 나무가 많이 상했을 뿐이다.
이런 낫자루로 한번 움켜잡고 힘을 주어서 수풀을 쓱쓱 깎다보면, 순간적으로 뚝! 하고 중간이 부러질 것만 같다. 오른손으로 움켜잡고 힘을 들여서 수풀을 탁! 탁! 쳤다가는,
순간적으로 우직끈! 하고 부러져 버리고 말겠다.
오랫동안 언덕위에 방치되어있던 이 낫들이,
왠지,
왠지 무언가 일을 내고 말 것 같은 예감이 진하게 든다.
비록
시꺼멓게 녹이 슬기는 했지만, 새파랗게 날 이선 3자루의 낫에서 이상하게 살기가 돈다. 피 냄새가 난다. 피 냄새를 풍긴다.
또
어떻게 보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기가 보인다. 다 썩어가는 3자루의 낫이 갑자가 살아서 붕! 날아다닐 것만 같다. 붕! 날면서 온 세상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을 것만 같다.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차곡차곡 포개어진 3자루의 낫을 바라보는 몸에, 힘이 있는 대로 들어간다. 무언가 피의 노래를 부르는, 포개어진 낫3자루를 바라보는 눈이, 있는 대로 눈살을 찌푸린다.
“그만!
그만! 그만하래도! 우! 그만! 제발 그만하래도!”
피의 노래를 부른다!
피의 노래를 부른다!
이 녀석들!,
포개어진 3자루의 녹슨 낫들이 피의 노래를 불러재낀다. 때가되면 온 세상을 날아다니면서 피 냄새를 맡아댈 이 녀석들이,
피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
큰 소리로 부르지는 않지만, 나지막하게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로 피의 노래를 부른다. 시꺼멓게 녹슨 3자루의 낫이, 사르르 사르르 떨릴 듯 말듯, 포로롱 날 듯 말듯,
당장
나비처럼 팔랑 날 듯 말듯, 살아 숨쉬면서 피의 노래를 부른다!
계14:19
무슨 뜻일까?
이미 전한대로
앞으로 173일 후, 제 1차 세계전쟁 (2009. 4. 27일 현재),
앞으로 611일 후, 제 2차 세계전쟁 (2009. 6. 3일 현재),
앞으로 987일 후, 제 3차 세계전쟁 (2009. 6. 3일 현재),
앞으로 11년 후, 2012년 종말심판 (2001년. 여름 현재)
이렇게
짜여진 전쟁일지 중에서,
바로 첫 번째 전쟁인, 제 1차 세계전쟁 때 있을, 미국· 북한전쟁, 미국·중국전쟁, 이스라엘 전쟁, 이 3전쟁에 관한 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