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꾸러미
2001. 12. 20일
<오후 9시에 받은 계시>
“? ? ?
아니!, 이게 뭐야, 이게, 이게, 이게 실 꾸러미가 아니야, 아니, 실 꾸러미가, 실 꾸러미가, 어떻게 된 것이 실 꾸러미가, 세상에 이럴 수가,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니, 어떻게 실 꾸러미가, 어떻게 실 꾸러미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와, 참,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다, 아니, 실 꾸러미가 끝이나다니, 실 꾸러미가 끝이 나다니, 실 꾸러미가 바닥이 나다니,
와, 참!, 내 평생 첨이다. 내 평생 첨이다. 내 평생 첨보는 일이다. 세상에 실 꾸러미가 끝이 나다니, 글쎄 갑자기 하얀 실을 감았던 커다란 실 꾸러미가 나나나는데, 보니 그 많은 실을 언제 다 풀어썼는지 다 풀어쓰고, 바닥이 훤히 들어나 보이는 것이 아닌가, 바닥이 훤히 들어나 보인다. 바닥이 훤히 들어나 보인다. 그 많은 실을 언제 다 풀었는지, 한 파람씩 한 파람씩 다 풀어쓰고, 이제 바닥이 훤히 들어나 보인다. 얼기설기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하얀 실 몇 파람만 겨우 감겨 있을 뿐, 훤히 바닥이 들어나 보인다.
띄엄띄엄 얼기설기 하얗게 감겨있는 실을 보니, 잘 해야 서너너덧 파람, 잘해야 서너너덧 파람 남았을까, 얼기설기 대충대충 이리저리 하얗게 감겨있는 실을 보니, 잘해야 3~4번 정도 꿰어 쓸 것이나 남았을까, 잘해야 서너너덧 번 꿰어 쓸 것이나 남았을까, 잘해야 서서 너덧 파람이다. 잘해야 서너너덧 파람이다.
서너너덧 파람 이라면, 3~4번 쓸 양이라면, 3~4라, 3~4라, 3~4, 그럼 앞으로 3~4일밖에 안 남았단 말이 아닌가!?,
일벌
2010. 12. 20일
<오전 10시에 받은 계시>
와, 이게 뭐야, 너희들 일벌들이잖니, 그런데 너희들 남의 손바닥 안에 들어있는 녀석들이 왜 그렇게 죽어라고 싸움을 하니!, 녀석들아, 쪼꼬만 녀석들이 남의 손바닥 안에서 왜 그렇게 죽어라고 싸움들을 해!, 야, 내가 손바닥한번 이렇게 했더니 둘 다 피투성이가 되고 마는 녀석들이, 뭘 믿고 그렇게 싸움을 했어, 에게!, 고까짓 작은 독침하나, 기껏해야 고까짓 작은 독침 하나, 고걸 가졌다고 그래 고걸 믿고 둘이서 그렇게 죽기 살기로 싸움을 했니!, 세상에서 나보다 강한 자가 누구냐 하면서!,
햐, 녀석들, 느낌이 이상해서 오른손으로 머리를 툭툭 털었더니, 손바닥이 간질간질한다. 뭔가 하고 손바닥을 펼쳐보니, 일벌 두 마리가 피투성이가 된 체 손바닥 안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벌 두 마리가 싸움을 하다말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툭툭 터는 바람에 녀석들이 많이 다친 모양이다. 한 놈은 아예 피투성이가 된 체 벌써 초죽음이 되어있고, 나머지 한 놈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를 못한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날갯죽지하며, 온 몸의 뼈들이 여기저기 사방이 부러지고, 짓 터지고, 깨지고, 짓 이겨지고, 몰골들이 말이 아니다. 두 놈 다 살아남긴 다 틀렸다. 팔다리가 다 잘리고, 날갯죽지하며, 온 몸의 뼈들이 여기저기 안 부러진 곳이 없다. 틀렸다. 두 놈 다 살아남긴 다 틀렷다. 쯧 쯧!, 손 한번 이렇게 했더니 초죽음이 되어버리고 마는 녀석들이, 그래 남의 손바닥 안에서 싸우기는 왜 싸워!, 제 딴엔 작은 독침하나, 고까짓 작은 독침하나를 가졌다고, 그래 고걸 믿고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강한 자가 누구냐 하고, 죽기 살기로 싸웠던 모양이지, 햐, 바보 같은 녀석들, 그래 고까짓 작은 독침하나를 가졌다고!, 그래 고까짓 작은 독침하나를 감당을 못해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