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깜박!
2010. 12. 16일
<오전 10시에 받은 계시>
“퍽, 깜박!”
“앗!, 뭐야!,”
“뭐가 갑자기 순간적으로 캄캄 절벽이 되어버리는 거야, 왜 이래!, 뭐가 퍽, 깜박! 하면서 온 세상이 캄캄 절벽이 되어버리고 마는 거야!,”
“뭐가 다 날아가 버린 거야 사라진 거야, 어디로 갔어, 눈앞에 컴퓨터랑, 책상, 그리고 똑딱거리던 탁상시계가!, 그리고 따끈따끈한 방하며, 집, 마당, 들판, 산, 참나무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깊고 깊은 산골자기들, 그리고 하늘과 땅, 다들 어디로 갔어, 다들 어디로 가고 눈앞이 온통 캄캄 절벽이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눈앞의 만상들이!, 뭐가 퍽, 깜박! 했기에 온 세상이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리고 캄캄 절벽이 되고 마는 거야, 도대체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이야!, 온통 천지가 다 캄캄한 하늘로 변한건가, 눈앞에 거치적거리는 것 없이 온 세상이 훤히 뚫린 캄캄한 하늘로 변해버린 건가, 캄캄한 허허벌판으로 변한거야, 캄캄한 하늘로 변해 버린 거야!,”
수확
2010. 12. 16일
<오후 6시에 받은 계시>
후두두둑, 후두두둑, 몽땅 다 떨어치운다.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떨어치운다. 밤을 따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열 길이 넘는 쇠막대기를 하늘높이 추켜올려 세우고는, 밤나무 가지사이사이를 사정없이 잡아 흔들어재끼자, 그 큰 밤나무에 빼곡하게 매어달린 밤알들이, 우두두둑 우두두둑! 사정없이 떨어져 내리고 만다.
막대기를 하늘높이 추켜올려 세우고 몇 번 휙휙 휘두르자, 마치 대풍에 선 과일이 떨어져 내리듯, 후두두둑 후두두둑, 아름드리 밤나무에 빼곡히 매어달린 밤알들이 한 개도 남지 않고 몽땅 다 떨어져 내리고 만다. 하늘을 찌르는 쇠막대기가 밤나무가지 사이사이에서 춤을 추어댈 적마다, 새까맣게 매어달려 있는 밤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몽땅 다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쳐버리고 만다. 마치 태풍에 선과일이 떨어지듯, 커다란 쇠파이프가 하늘높이 치켜세워진 체, 밤나무 사이사이에서 춤을 추어댈 적마다, 새까맣게 매어달려 있는 밤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몽땅 다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쳐버리고 만다. 춤을 춘다. 하늘을 찌르는 쇠막대기가 밤나무가지 사이사이에서 춤을 춘다. 하늘높이 치켜든 쇠막대기가 밤나무가지 사이사이에서 춤을 추어댄다. 눈 깜짝할 사이면 끝장이다. 눈 깜짝할 사이면 끝장이다.
후두두둑 후두두둑!, 씨를 남기지 않는다. 아예 씨를 말린다. 오늘은 아예 끝장을 내는 날이다. 오늘은 아예 끝장을 내고 마는 날이다. 계6:13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다.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까지 갑자기 동산지기가 나타나서 쇠막대기를 휘둘러재낄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제까지 그렇게 태평세월만이 흘러갔었는데, 끝없이 태평세월만이 흘러갔었는데, 이 동산에는 언제나 그렇게 평화롭고 한가한 세월만이 있었는데,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월만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