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청소
2010. 11. 20일
<오전 9시에 받은 계시>
“아브라함님이신가,”
아님, 예수님, 아니지 예수님이 저렇게 쪼골쪼골 70노인네이실 리가,
그럼 멜기세덱의 반차를 쫒는 대 제사장!, 악에서 떠나계시고, 죄가 없고, 흠이 없고, 의로우시며, 온화하신 멜기세덱의 반차를 쫒는 대 제사장!, 아님 그의 2세,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복장이 제사장 복장은 아닌 것이 좀, 그렇다면 터기 동북부 갑바도기아지방 중세 수도자들 중의 한 사람!, 아님 씨토, 안토니오, 베네틱트, 기둥위의 성자 시므온, 또는 성 프란시스, 도미니크, 암브로시우스. 아님 힐데브란트!,
30여 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있던 교회의 문을 열고, 사방 유리창들을 활짝 활짝 열어젖힌 체, 빗자루를 가기고 와서 이곳저곡 사방을 박박 쓸고, 또 쓸고, 또 쓸고,
이제는 그 쓰레기를 소중하게 두 손으로 잘 받들어 잡고, 성 밖 쓰레기장으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성자의 모습이면서도, 좀, 뭐랄까, 좀 너무나 왜소해 보이고, 너무나 나약해 보이고!,
쪼글쪼글하면서도 새까맣게 말라 들어간 깡마른 얼굴, 바람만 조금 불어도 금세 휙! 날아가 버릴 듯 허약한 체구, 하루에 밥 한 끼도 먹지 못한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 그러나 예전의 키는 줄지 않았는지 꾀 훤칠한 키, 두 손으로 쓰레기를 소중하게 받들어 잡고, 성 밖으로 나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 온화하고 겸손해 보이 모습이, 척 보기에 우리 아버지, 몇 십년동안 한 집에서 살아온 낯익은 우리 아버지의 모습, 아님 우리 조상 아브라함, 멜기세덱2세, 중세 수도사중의 한사람!,
전쟁의 위력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을 이토록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건가!, 이렇게까지 360도 확 성자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