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
2010. 10. 21일
<오전 11시에 받은 계시>
“삶을 건가!,”
“웬 밤을 이렇게 많이,”
두 자루나 된다.
들판, 그러니까 인적이 드문 들판, 광야라고 할까, 하여튼 들판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불을 지펴놓았다. 그리고 그 곁에 알밤 두 자루가 놓여있는데,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이 펄펄 끓으면 쏟아 넣고 푹 삶을 판이다.
한 자루는 자루가 미어터질 정도로 빼곡하게 가득히 담겨있고, 그리고 자루의 아구를 끈으로 꼭 묶어놓았다.
그리고 또 한 자루는 절반 조금 넘게 담겨있는데, 이 작은 자루의 것은 이미 자루의 아구를 열어놓았다. 새빨간 알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모습이,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예뻐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왠지 격에 어울리지 않게, 들판에 찬바람이 쓱 부는 것이,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꼭꼭 묶여있는 것이 중국 전쟁일 것이고, 이미 아구를 열어놓은 것이 남북한 전쟁인 것 같은데, 아구가 이미 열려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전쟁이 초가 급하게 곧 일어나는 모양이다.
꽝!
도끼가 허궁에서 360° 원을 그리며, 있는 힘을 다해 꽝! 하고 땅을 내려찍자, 그대로 땅위 한 복판에 퍽! 내리꽂힌다. 튼튼하고 견고하게 땅위 한 복판에 꽝! 내리꽂힌다.
쪼개졌는가, 땅덩이가!,
예수님, 이 환상이 무엇을 뜻합니까,
빗자루가 나타난다. 마당을 쓰는 커다란 대나무 빗자루가 땅위 한 복판에 똑바로 세워져 있다.
이걸로 땅을 쓱쓱 쓸어버릴 겁니까!,
사람이고 짐승이고 할 것 없이, 땅위에 있는 물건들을 몽땅 다 쓸어버리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