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
2010. 9. 30일
<오전 9시에 받은 계시>
“아!, 다 익었다!”
“언제 그렇게 벌써 다 익었냐!”
누렇게 다 익은 벼가, 바람에 휙~! 날리는 모습이 그만이다. 문자 그대로 황금들판이다.
그런데,
벼가 이렇게 다 익기는 했는데, 왜 들판이 좀 쓸쓸한 기분이 드냐, 좀 꽉 찬 기분이 들질 않고!,
가만있어봐,
벼 포기가 너무 없잖아, 어떻게 된 거야, 그루터기 당 한 포기씩 밖에 없으니, 벼라는 것이 첨에 심을 때, 한 그루터기 당 적어도 7~8포기씩은 심는 건데, 어째서 한 그루터기에 한 포기씩밖엔 없냐!, 이까짓 빈 논 수확해보아야 나락 몇 가마니 나오겠냐!,
큰일이다. 금년 한해 이걸로 먹고살아야 되는데, 이 까짓것 가지곤 한두 달밖엔 못 넘기겠다.
허전하다. 허무하다. 이걸, 이걸 수확할려고 내가 그렇게 일 년 동안 땀 흘렸단 말인가!,
그나저나 때가 찼고 벼가 누렇게 다 익었으니, 당장 수확을 하긴 해야 되겠는데,
“야, 벼논아!, 네가 주인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거니!, 네가 주인을 이렇게 망쳐놓아도 되는 거니!, 내가 일 년 동안 너한테 어떻게 해 주었는데!,” 사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