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2010. 9. 14일
<오후 5시에 받은 계시>
아, 지친다. 이제부터 몸이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한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금식하는 날은, 요 5시부터가 괴로운 시간이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요대로 조용히 사그라져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 형편에 식사고 뭐고 다 필요 없이, 조용히 이 대로 사그라져서, 이 자리에 묻혔으면 좋겠다. 뭐 여기가 산꼭대기이겠다, 마침 남의 묘지 앞이겠다, 이 펀펀한 잔디밭에 조용히 누워버린다면, 그대로 모든 괴롬 다 끝나는 것 아닐까!,
콸콸 콸콸, 콸콸 콸 콸!
와, 어마어마하다. 기가 막히게 잘 나온다. 마치 소방호수가 땅 속에서 터진 것 같다. 쏴!~ 쏴!~, 생수가 기가 막히다. 이 산 꼭대기 묘지 곁에서 웬 생수가!, 저 밑바닥 계곡 아래라면 몰라도!,
그렇지만 이렇게 시장할 땐 생수보다.......,
도시락에 담겨진 떡 5덩이!, 초콜릿을 넣어서 만든 떡 5덩이!,
아!, 이렇게 시장할 땐 이거라도 고맙기는 하지만, 내가 어린아이도 아닌데, 이까짓 5덩이 가지고야!,
앗,
환상이었나!, 아니, 이 산꼭대기 묘지 앞에 웬 생수가!, 그리고 어디서 떡 5개가 담긴 도시락이!?,
“항상 이렇게만 돌보아 주신다면, 까짓것 전쟁이 일어난대도 겁 안 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