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10도
2010. 4. 2일
<새벽 1시에 받은 계시>
“와, 잘 풀린다!”
“술 술 술술! 아주 잘 풀린다. 하얀 나일론 끈이 아주 잘 풀린다.”
마루 위에 놓여진 하얀 나일론 끈 타래에서 끝을 살짝 잡아당기자, 끈이 술술 잘 풀려나온다. 살짝 잡아당겼는데도 순식간에 땅바닥 수북이 풀려나온다.
줄 타래의 크기가 대략 베개덩이만 하다. 보통 우리가 잠잘 때 베고 자는 베개덩이만 하다.
이렇게 큰 타래에서 끈의 끝 부분을 살짝 잡아당기자, 끈이 술술 저절로 잘 풀려나온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몇 배나 쉽게 잘 풀려나온다.
끈 뭉치들을 보면 보통 바깥부분부터 살살 풀리는 것이 원칙이자만, 이 끈 뭉치는 좀 다르다. 속에서부터 풀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속에서부터 살살 풀려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끝 부분을 살짝 잡아당기자 벌서 땅바닥에 수북이 풀려나온다. 건들기만 해도 사르르 사르르 아주 잘 풀려나온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고까짓 몇 십 미터쯤 풀려나왔다고 해서, 끈이 절반이나 풀렸느냐?
천만에, 천만에, 아직 1/10도 안 풀렸다. 아직 1/10도 안 풀렸다. 이제 겨우 1/10정도 풀렸을까 말까다. 이 탄탄하게 만들어놓은 타래가 다 풀리려면, 아직도 이것보다 열배는 더 풀어야 된다. 끈이 술술 잘 풀려나오니까 금새 다 풀릴 것 같아도, 천만에, 천만에, 아직 시작도 못했다. 아직 걸음마도 안 띄어놓았다. 몇 가닥을 풀고 나면 또 풀려나오고, 몇 가닥을 풀고 나면 또 풀려나오고, 그리고 또, 또, 이 많은 끈이 다 풀리려면 아직 이것보다 열배는 더 풀어야 된다. 열배는 더 풀어야 된다. 끝이 없다. 끝이 없다.
무슨 뜻일까?
이번 사건은 아직 1/10도 안 풀린 사건이다. 다시 말해서 아직 1/10도 해결이 안 된 사건이다. 이 사건이 꼬리를 물고, 그리고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마침내 남북한이 꽝! 꽝! 해치워야만, 그제야 끝이 난다. 그 기간이 이미 계시한 두어 달간의 기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