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2)
2010. 3. 25일
<저녁 9시에 받은 계시>
쉬이익~!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쉬이익~! 쉬이익!~펄럭 펄럭! 펄럭 펄럭!,
아, 되게 요란하다. 바람이 너무나 세다. 이젠 봄도 다 되어 가는데 웬 날씨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영 정신을 못 차리겠다.
윙~! 쌩~! 윙 쌩~!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청주 시내로 나가는 신작로 오른쪽 편에 나란히 걸어놓은 만국기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펄럭여 댄다. 수십여 개 국의 만국기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펄럭여댄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만국기들이 가만있지를 못하고 생 요동을 친다. 요동을 치다 못해 무슨 시합이라도 벌리듯 한다. 마치 바람에 깃발을 펄럭이기 시합이라도 하듯 있는 힘을 다해 펄럭이고 난리들이다. 어느 나라 국기든지 조용히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날개깃을 잔뜩 올리고는 펄럭! 펄럭! 퍼득이느라 난리다. 울긋불긋 제각각 자기의 개성의 칼라를 자랑하며 펄럭이느라 난리들이다.
퍼드득, 퍼드득, 퍼드득 퍼드득,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어느 나라 국기든지 조금도 지지 않는다. 마치 누가 더 바람에 세계 흔들리는지 시합을 벌리는 것 같다. 일제히 청주방향으로 깃발을 있는 대로 펼치고는, 퍼드득, 퍼드득, 퍼드득 퍼드득,
그만하면 이제 봄기운이 온 땅에 내려앉을 만도 하고만, 날씨가 영 너무나 고집을 부린다.
윙 쌩, 윙! 쌩! 죽어라고 온 땅을 잡아 흔들어 재낀다. 윙! 쌩! 윙! 쌩! 아직도 겨울의 한 복판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귀를 파랗게 얼려놓고도, 두툼한 겨울철 오리털 잠바의 깃을 있는 대로 잡아 흔들어놓는다. 완전히 겨울이다. 완전히 겨울이다. 겨울의 한 복판이다. 온 땅이 꽝꽝 얼어붙은 체, 희끗희끗 바람에 휘날리는 이 눈보라가 언제 그칠지 모르겠다.
“큰 강 유브라데에 결박한 네 천사를 놓아 주라 하매, 네 천사가 놓였으니 그들은 그 년 월 일 시에 이르러, 사람 삼분의 일을 죽이기로 예비한 자들이더라.” 계7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