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시대로,
2010. 3. 20일
<새벽 1시에 받은 계시>
“어?”
“너희들 왜 자리를 옮겼니?”
‘여기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이라서 거치적거릴 텐데, 왜 길 한 복판으로 옮겼니?”
“그런데,”
“야, 너희들 이게 뭐니, 웬 호강이니, 자식들 제법 정자나무아래 의젓하게!,”
“야, 녀석들아, 너희들 웬 호강이니, 어떻게 조선소나무 아래 이렇게 평화로이 메여있니!,
햐, 녀석들, 햐, 녀석들!,”
참으로 신기하다. 녀석들이 장소를 옮겼다. 강아지도, 진돗개도, 모두 자리를 옮겼다. 텃밭 가장자리에 단단히 붙잡아 매어놓았던 것을, 주차장 입구 길가 한 복판으로 옮겼다. 두 마리 다 옮겼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녀석들이 너무나 호강을 한다. 텃밭에 매어 놓았을 땐 차디찬 쇠말뚝을 있는 대로 두들겨 박아놓고, 죽어도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잡아매어 두었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강도나 도둑놈을 붙잡아놓듯 우직한 쇠사슬로 단단히 붙잡아 맨 것이 아니라, 정감이 도는, 아주 아기자기한, 아주 평화로운, 그리고 한가하고, 조용하고, 토속적이고, 옛풍이 도는, 그러니까 1950년대, 또는 1960년대 초의 초가에 심겨진 조선 소나무 아래, 잘 매어 놓았다.
강아지도, 진돗개도 모두 옛날, 아주 옛날, 1960년대 초의 초가, 그러니까 울타리도 담벼락도 없는 마당 한쪽 편에, 아예 울타리삼아 심어놓은, 아담한 조선 소나무아래 잘 매어 놓았다.
꼬불꼬불한 조선 소나무 두 그루가 아주 정감이 간다. 못생길 수 있는 만큼 원대로 못생긴데다, 키도 겨우 두어 길 정도 밖에 안 되는, 아담한 조선소나무 두 그루가 아주 정감이 간다. 무턱태고 키만 커다란 키다리 소나무보다는, 꼬불꼬불 못생길 대로 못생겼으면서도, 연약하고, 그리고 제대로 자리지도 못한, 두어 길 남짓한 조선 소나무 두 그루가 참으로 정감이 간다. 따듯하고, 내 몸의 한 부분 같고, 나의 생애의 한 분신 같은, 그리고 나의 설음 많고 한 많은 그 사정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 같은, 꼬불꼬불하고 못생긴 조선 소나무 두 그루가 참으로 정감이 간다.
따듯하다. 온화하다. 한가하다. 그리고 평화롭다. 안온하다. 갑자기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온 세상의 주인이 된 기분이다. 싸움도 없고, 경쟁도 없고, 도둑이나 거짓도 없는, 아주 한적하고, 고요하고, 끈적끈적한 세상 한 복판에 푹! 빠진 느낌이다.
온 세상의 시간들이 갑자기 멈춰버린 듯한, 1960년대 초, 시골 한옥초가 정자나무아래 매어놓은 강아지 두 마리, 그것도 조선 소나무아래 매어놓은 강아지 두 마리, 녀석들이 꼬리를 흔들며 사이좋게 노닐고 있는 모습에, 너무나 정이 간다.
무슨 뜻일까?
잠시 후에 있을, 전후 한국의 모습이다.
- 고난주간 주의보 -
고난주간을 그냥 넘기려다가, 지금 4일째 몸살감기로 꼼짝 못하고 꿍꿍! 중: 몸살, 감기, 고열, 구토, 현기증, 머리가 우직우직!, 슬슬 춥고, 소름이 오돌오돌 돋고, 입안이 칼칼!,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누워있으면 더 심하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바람을 쏘이면 춥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당기고, 윽! 윽!
이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구례네 사람 시몬 곁에 가서, 십자가를 같이 지고 올라가는 것이 더 낳을 듯, 정 안되면 음료수, 또는 미수가루를 조금씩 타 먹으면서라도,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금식을 꼭 해야 주님의 진노를 풀어드릴 듯,
“예수님!,”
“우리 같은 몰각한 죄인들과 같이 가시는 것이 무엇이 유익이 되기에, 저희와 꼭 동행을 하시고 싶어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