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 없는 시계
2010. 3. 10일
<오후 5시에 받은 계시>
“유리가!,”
“유리가 금이 갔는데!, 유리가 금이 갔는데 괜찮을까, 혹시 그 동안 더 부서지지나 않았을까?,”
“가만, 와, 금이 아주 많이 갔네, 아주 위에서 아래까지 쫙 갔네, 아니 이쪽으로도 금이 갔잖아, 이러다가 유리 아주 갈아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가만, 가만, 얼마나 금이 많이 갔는지 살짝 좀 만져볼까?,”
“바스락!,”
“에구머니나, 와, 아주 부서지고 말았잖아!, 아 참, 이걸 어쩐다, 아주 부서지고 말았네, 아무래도 시계방에 가서 유리를 갈아 끼워야 되겠네, 또 유리 값 5.000원 해 먹었네!, 뭐 그만해도 십여 년이나 찼으니, 만 원짜리 시계치고 그만하면 오래 찼지 뭐,”
“그나저나 유리는 유리라 치고, 속 알맹이 까지 버리면 안 돼지!, 속에 초침이나 시침을 망가 치면 안 돼지, 가만있자, 유리가 망가졌으니, 어떻게 해야 초침을 안전하게 보관을 할 수 있을까,”
“야, 초침아, 너 안전하게 잘 있니?”
“? ? ? ?”
“? ?”
“어떻게 된 거야!, 초침이, 초침이, 아니, 초침이 어떻게 된 거야, 어? 어!?, 초침뿐 아니라, 분침, 시침도 없잖아!
“? ?”
‘? ?? ?’
“이게 뭐야, 초침 분침이 아니라, 아예 시간을 알리는 밑판도 빠져나가고 없네!, 아니, 언제 밑판까지 빠져나갔을까, 아니, 눈금을 적어놓은 밑판까지 빠져나가다니!, 왜일까, 분명히 유리가 잘 끼어져 있는데, 유리가 말짱하게 끼워있는데 초침이 어디로 빠져나갔을까, 분명히 유리가 꼭 끼워 있었는데 시계바늘들과 눈금자 판이 어디로 빠져나갔단 말인가, 그것참 희한하네!,”
“아니,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까지 밑판이고 초침이고 아무것도 없는, 빈껍데기에 유리만 달랑 끼어있었단 말인가?”
“시계를 시침, 분침도 없고, 밑판까지 다 빠져나간 껍데기만 차고 있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무슨 뜻일까?,
멀쩡한 시계가, 왜 밑판, 분침, 초침이 다 빠져나가고 없을까?
“? ?? ?”
“혹시, 이젠,
잴만한 시간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시침과 분침, 초침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 이제 잴만한 여유시간이 없기 때문에, 초침들과, 시간을 적어놓는 눈금자가 빠져나간 것이 아닐까,”
“잴만한 나머지 시간이 없다고?, 이제 잴만한 나머지 시간이 없다고?, 이제 다 왔다고?, 노타임!, 해브 노 타임!, 디 엔드!, 터미널이라고!, 정말, 여기가 끝이라고!?,” “그럼 당장!?,”
“와! 와!, ”
“덜덜! 덜덜!, 덜덜! 덜덜!”
“? ?? ?”
“??”
“? ??‘
혹시 그렇다면, 지난번에 3자가 나란히 4개가 적혔던 것이, 혹시 3을 4번 더하란 뜻이었는가?
3
3
3
3
“이게 그런 뜻이었는가? 그럼 다 왔게!, 당장 꽝 꽝! 해 버리게!”
“덜덜! 덜덜!, 덜덜! 덜덜!,”
“야, 민섭아~!, 재희야~!, 석훈아~!, 그리고 쌀은, 기름은, 가스는, 또 소금은!, 덜덜! 덜덜, 덜덜! 덜덜!”
어쩐지 조금 전에 덜 익은 무화과를 보여 주시더라니까, 왜 새파란 무화과를 보여 주시는가 했더니,
“하늘의 별들이 무화과나무가 대풍에 흔들려, 선과일이 떨어지는 것 같이 땅에 떨어지매,” 계6:13
엄마~!
2010. 3. 10일
<밤 11에 받은 계시>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단 언도 되었다.” 죄인들의 형 집행 날자가 언도 되었다는 뜻,
참나무는 찍어버리고 소나무만 남겨놓는다. 주변의 쓸모없는 나무들은 모조리 찍어버리고, 파란 초록색이 선명하게 빛나는, 쌩쌩한 소나무들만 남겨놓는다.
찌개 냄비에서 별로 맛이 없는 것은 젓가락으로 건져내어 버리고, 맛있는 것만 냄비 안에 남겨놓는다.
지금 막 새로 단장한 부엌 타일 바닥, 반짝반짝 기가 막히게 부엌이 산뜻해 졌다. 오늘부터는 새 부엌, 새 환경에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서 오늘부터는 세상이 확 바뀐다는 뜻,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빨리 가고 싶다.” 빨리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다는 뜻,
30대 아기 엄마의 얼굴이 땅위 10m 지점에 나타난다. 보니 이번 핵전쟁에서 5~6식구나 되는 가족을 몽땅 다 불 가운데 집어넣고는, 지금 막 시뻘건 불길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화염바다를 바라보며, 태성 통곡을 하고 있다. 입을 있는 대로 열고는, 불길 속에서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절규를 하고 있다. 어찌나 비통한 모습으로 피를 토하며 울어대는지, 얼굴 쪽으로 붉은 피가 솟아 올라와서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시뻘건 불꽃위에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통곡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엄마역시 시뻘건 불길에 얼굴이 푹! 익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5~6식구나 되는 가족이 시뻘건 불길 속에 들어가 버렸으니, 그 비통함, 그 슬픔, 그 절망, 그 기절을 하고 놀라는 표정을 어떻게 다 표현을 할 건가, 정말 하루아침에 이런 참상을 입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비통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엄마의 얼굴이 10대 어린이의 얼굴로 바뀐다. 10살 정도 먹은 여자 어린이의 모습으로 바뀐다. 이번 핵전쟁에서 5~6식구나 되는 가족들을 몽땅 불속에 집어넣고는,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어린이가 침통한 표정으로 통곡을 해댄다.
“엄마~! 엄마~!,” 얼마나 몸부림을 치며 통곡을 해대는지, 피가 거꾸로 솟아 올라와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린다.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체, 입을 있는 대로 열고는, 지금 막 불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가족을 바라보며 통곡을 한다. 그러지 않아도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길의 색깔이 붉은 색인데다, 그 시뻘건 불꽃 위에서 울어대는 어린이의 얼굴이, 붉은 피로 얼룩져 있으니, 어느 것이 타오르는 불꽃이고, 어느 것이 여자 어린이의 얼굴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 비통함, 그 비애, 그 슬픔, 그 절망, 그 기절을 하며 놀라는 표정을 어떻게 다 표현을 할 것인가,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일 저녁 6시에, 북한 군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2010. 3. 10일 밤 11시 현재>
설경, 산이고 들판이고 온통 눈꽃 천지다. “흰눈 내릴 때 남북한 전쟁 계시”, 이제 흰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써진다.
옷을 갈아입는다.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신발도 갈아 신는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비가 오면 사방에서 물이 배어 올라오기 때문에, 비가 올 때만 신는 뽀송뽀송한 털 장화로 갈아 신는다. 신발은 믿음을 상징, 전쟁으로 말미암아 이제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기 때문에, 신앙생황의 패턴이 확 바뀐다는 뜻,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많은 인파 속에서 그중 한 젊은 청년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다. “무진장 급해요” 전쟁이 곧 일어나니까 속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중, 책상위로 독사 한 마리가 성큼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지독하게 독하고 표독스러운 독사한 마리가, 푸다닥! 책상위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