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2010. 1. 31일
<밤 11시에 받은 계시>
“우리 함께 콱 죽어버립시다!”
김 정일이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곁에 있는 장군에게 무겁게 말을 건넨다. 통나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에 평양시내가 통째로 들먹인다.
곁에 서있던 장군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예, 그럽시다!”
장군 역시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린 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통나무 굴러가는 장군의 목소리에, 북한 땅덩이가 통째로 들먹인다.
김 정일이나 장군이나 서로 대화를 하면서도, 얼굴 한 번 마주 바라보지를 않고,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린 체 말을 주고받는다. 둘이다 땅이 꺼져라 근심이 가득한 얼굴들이다.
평양이다.
평양의 어둑어둑한 밤거리다. 어둑어둑한 평양 밤거리에 김 정일의 모습이 나타난다. 김 정일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키가 하늘땅만하고 뚱뚱하기가 평양시내를 가득 채운다. 마비가 된 왼손을 배 아래쪽으로 딱 달라 붙이고, 병색이 짙은 얼굴로 나타나는데, 병자라서 그런지 몸에서 썩는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에 시선을 땅으로 착 깔고 있는 모습이, 온 세상의 근심걱정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김 정일이나 곁에 서 있는 장군이나, 도저히 현안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비통한 얼굴로 시선을 땅에 떨어뜨린 체, 서로가 얼굴 한 번 바라보지 않고 결정을 짓는데, 모두가 다 한꺼번에 동반 자살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짓고 만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한꺼번에 동반자살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짓고 만다.
그러지 않아도 어둑어둑한 밤거리에, 당장이라도 땅으로 꾸겨 박힐 듯한 김 정일의 얼굴이, 더욱 무겁게만 느껴진다.
잠시 후
커다란 장수잠자리 한 마리가 눈앞에 붕! 나타난다. 장수잠자리가 어찌나 날갯짓을 요란하게 하면서 나타나는지, 마치 전투기가 하늘을 까맣게 채우고 있는 것 같이 느낌이 든다. 붕!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눈앞에 커다랗게 클로즈업 되는 모습이, 마치 전투기가 하늘을 까맣게 채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