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냄비(2)
2010. 1. 27일
<오후 7시에 받은 계시>
노란 냄비가 또 끓는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작은 냄비가 또 끓는다. 뜨거운 김을 푹! 푹! 솟구쳐내며 팔팔 끓는다. 하얀 김을 사방으로 푹! 푹! 솟구쳐 올리며, 사정없이 끓어재낀다.
그런데 냄비 속에 물기가 그리 많지 않은지, 뜨거운 김이 푹! 푹! 솟구쳐 올리기는 해도, 뚜껑이 그리 심하게 요동하지는 않는다. 뜨거운 김이 푹! 푹! 솟구치는 것에 비해서, 뚜껑의 움직임이 좀 약한 것 같다. 이젠 냄비 속에 물기도 다 증발했겠다, 냄비가 통째로 바짝 타버리고 말일만 남은 것 같다. 냄비 속에 있는 물기가 다 증발해 버렸으니, 이제 냄비가 새까맣게 탈일밖에 무엇이 남았겠는가!?,
일이 벌어지는 크게 벌어지고 마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하얀 냄비가 끓기 시작을 한다. 이번에는 좀 큰 냄비다. 하얗고 큰 냄비가 끓는다.
그런데 이 하얀 냄비는 처음 보는 냄비다. 내가 항상 사용하는 냄비가 아니다. 내가 항상 사용하는 냄비보다 두세 배나 크게 생겼다. 그런데다 또 냄비의 모양새도 특이하다. 우리가 보통 보는 그런 냄비가 아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그런 냄비가 아니고, 양식 식당, 그러니까 양식요리를 하는 식당 주방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냄비다. 아래위가 밋밋하고 미끈한 것이, 척 보기에 미국사람들이나 사용하는 냄비다.
하얀 냄비가 끓기 시작하자, 평상시 하는 대로 뚜껑을 열어 제쳐놓고, 스푼으로 아래위를 잘 저어준다. 찌개가 끓기 시작할 땐, 스푼으로 아래위를 한 번 잘 저어주어야, 양념이 골고루 섞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찌개를 저어주는 스푼, 내손에 들려있는 스푼 역시, 내가 항상 사용하는 스푼이 아니다. 양식 요리기구다. 양식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요리기구가 손에 잡혀있다.
그런데,
?# ?^^ ?*#^^ ? ?
짜개를 잘 저어주면서 냄비 속을 들여다보니!, 아니!, 이게!, 이게, 이게 웬 양식찌개가!?
양식요리다. 양식요리가 담겨있다. 하얀 냄비 안에 양식 요리가 담겨있다. 항상 먹는 김치찌개가 아니다. 배추를 잘 씻어서 끓인 찌개가 아니다. 김치찌개가 아니고, 엉뚱하게 무슨 과일종류들이 냄비 안에 가득 들어있다. 과일종류들이 찌개냄비 안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귤이다. 노란 귤이 몇 덩이씩이나 담겨있다.
“윽! 찌개에다 웬 귤을 이렇게 많이 넣어놓았을까!, 찌개라는 것이, 배추를 씻어 넣고, 그리고 거기에다 김치를 좀 넣거나, 아니면 된장을 넣고, 고춧가루랑, 생강, 소금, 간장, 마늘, 대파, 양파, 조미료, 부추 등등 갖가지 양념을 듬뿍 넣어서, 얼큰하면서도, 짭짤하게 끓여놓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과일들을 잔뜩 집어넣고 찌개를 끓여놓으면, 달고 느끼해서 어떻게 먹을 수 있는가?”
“이 느끼한 찌개를 가지고 어떻게 식사를 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은 달고 느끼한 것을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이나 먹는 음식이지, 한국사람 들이 어떻게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무슨 뜻일까?
아무래도 이번에는 조용히 끝이 날 것 같지가 않다. 이제 미국마저 슬슬 끓기 시작한다면, 정말이지 ‘흰눈내릴 때 남북한 전쟁’계시는, 돌이키래야 돌이킬 수 없는, 요지부동의 계시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피아간에 인명피해가 없이 총질만 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시 말해서 투석전만 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이미 “오해”에서 밝힌 대로(1. 20일자), 이 투석전은 곧바로 총격전으로 격상이 된다. 이제부터 사태를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