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내릴 때(8)
2010. 1. 13일
<오후 4시에 받은 계시>
천막으로 지붕을 씌워놓았는데, 정확하게 천막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천막쪼가리들을 여러 개 모아서, 이것저것 합쳐서 기운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루삥 조각들을 모아서 호치키스로 찝어서 기워놓은 것 같기도 하다.
호치키스로 대략 십 센티 간격으로 다닥다닥 찝어서 기워놓은 것을 보면, 아마도 천막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아니면 천막조각들과 루삥 조각들, 그리고 이것저것 단단한 천 조각들을 닥치는 대로 주워 다가, 호치키스로 꼭꼭 찝어서 큼직하게 이어가지고, 지붕을 씌워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천막 전체가, 십여 센티 간격으로 다닥다닥 하게 호치키스로 찝은 흔적 투성이다. 아마도 이곳저곳 쓰레기장을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지붕이 될만한 물건들은 몽땅 주워 다가, 호치키스로 꼭꼭 찝어서 만든 천막인 것 같다.
대략 집의 크기가 7~8평짜리 방하나는 충분히 나오게 생겼다. 잘하면 그 곁에 부엌도 하나 곁들어있을 것 같다. 뭐 그래보았댔자 잘해야 큼직한 방 한 칸에다, 그에 달린 조그만 부엌하나가 다다.
그런데 지붕을 덮은 천막이 안심이 안 되어서 그랬는지, 천막 속엔 비닐을 한 겹 덧씌워 놓았다. 비닐이 펄럭거리지 않도록, 사방 기둥들 마다 끈으로 꼭꼭 단단히 붙잡아 매놓았다. 설혹 위에 있는 천막이 샌다고 해도, 방으로 비가 새어 들어올 염려는 없겠다.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전쟁 통에, 뭐 이만큼만 갖추어놓았어도 그런 대로 견딜 만 하다.
태풍이라도 한번 크게 불었다간, 지붕은 고사하고, 방이고, 부엌이고 할 것 없이, 통째로 홀라당 다 날아갈 판이지만, 뭐 어디 우리 집뿐인가, 이웃집들도 다들 이렇게 해 놓고 사는데, 까짓것 날아간다면 우리 집만 날아갈 것인가?
요즘 같은 전쟁 통에, 피난민촌 치고 이만하면 됐지 무얼 얼마나 더 바랄 것인가!,
흰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5~ 6차례나 보여주신다. 대략 10분 간격으로 흰눈이 쌓여있는 들판을 5~ 6차례나 보여주신다.
주변의 논과 밭이 흰눈천지다. 주변의 농로며, 산과 들판, 저수지, 할 것 없이 온통 사방이 흰눈 천지다. 눈이 하얗게 덮여있지 않은 곳이 없다. 사방 어디를 쳐다보아도 주변이 온통 4~5cm나 쌓인 흰눈천지다.
“예수님,”
“왜 이렇게 흰눈이 하얗게 쌓여있는 장면만, 연속적으로 몇 차례씩이나 보여주십니까, 흰눈이 내릴 때 남북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 그렇게 까지 확실한 것입니까?”
또 한 십 분쯤 기도를 했다.
또 흰눈이 쌓인 들판이 보인다. 흰눈이 하얗게 쌓인 들판에서 갑자기 까치 한 마리가 휙! 날아오른다.
까치 한 마리가 파다닥! 날개를 힘 있게 내려치면서, 전보선대 위로 포르릉! 날아오른다. 그런데 녀석이 날갯짓을 어찌나 크게 파닥여 댔는지, 주변에 쌓여있던 흰눈이 뽀얗게 날아오른다. 주변 수십 미터가 뽀얀 흰눈기둥이 되어버린다. 까치가 깜짝 놀라면서, 희고 검은 날개를 어찌나 힘껏 내리쳤는지, 주변에 4~5cm 나 쌓여있던 흰눈이 있는 대로 날아오른다.
그런데, 그 흰눈들이 날아오르기는 해도, 그 날아오르는 흰눈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 새가 날 때, 날아오르는 양이 아니다. 마치 폭탄을 터트려놓은 것 같다. 까치가 깜짝 놀라며 날갯짓을 파다닥 하는 순간, 땅에다가 폭탄을 터뜨려 놓고 포르릉 날아오른 것 같다. 폭탄이 폭발해 오르듯, 흰눈이 어마어마하게 치솟아 오른다.
그리고 그 날아오르는 눈의 높이 또한 대단하다. 날아오르는 흰눈이 하늘높이 까맣게 치솟아 오른다. 까치가 날아오른 전보선대보다도 훨씬 더 높이 치솟아 오른다. 그러니까 녀석이 날갯짓을 파드득! 하면서 날아오르자, 주변에 쌓여있던 흰눈들이 전보선대 보다도 훨씬 더 높이 뽑혀 올라가버린다. 주변 수십 미터가 흰눈으로 뽀얗게 채워지고 만다.
그런데다
까치란 녀석 또한, 어찌나 기절을 하며 깜짝 놀랐는지, 이건 까치가 전보선대로 살짝 날아오른 것이 아니라, 마치 총알이 쌩! 하고 날아오른 기분이다. 이건 까치가 아니라 총알이다. 까치가 아니라 총알이다.
“야, 녀석아!”
“너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갑자기 그렇게 급하게 치솟아 오르고 그러니?”
“뭔데, 뭐가 그렇게 급한 소식이기에 총알처럼 휙! 치솟아 오르고 그러니!?”
“무얼 보았니?”
“무얼 보았기에 그렇게 급하게 높이 치솟아 오르고 그러니, 무슨 숨넘어가는 것을 보았기에 그렇게 급하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그러니!?”
그러지 않아도 흰눈이 쌓인 것만 보면, 소름이 오싹 끼치며 가슴이 덜컥 해오는 판인데, 너까지!,
“가만있자, 이 녀석이, 이 녀석이,”
“아!, 너!, 너!,
너 혹시, 그걸 본 것 아니니!, 전쟁!, 그 전쟁장면을 보고 그렇게 깜짝 놀란 것 아니니, 그렇지 않다면야 네가 그렇게까지 깜짝 놀랄 일이 없잖니, 흰눈이 내릴 때 남북한 전쟁!, 바로그거지, 그걸 본거지, 그걸 보고 그렇게 기절을 하고 깜짝 놀란 거지!?”
“그래서 그걸 전하려고 급히 전보선대로 높이 솟아오른 거지, 맞지, 너 지금 바로 그 소식을 전할 거지, 깍깍 깍! 목이 터져라고 그 소식을 전할거지,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