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완료
2009. 12. 6일
<오전 7시에 받은 계시>
마지막으로 콩기름을 살짝 친다. 오른 손으로 작은 콩기름 병을 꼭 잡고, 찌갯감위에다 골고루 잘 친다. 하얀 콩기름이 배추 찌갯감위에 골고루 잘 뿌려진다.
“됐다, 이만하면!,”
“됐다 이만하면, 콩기름을 좀 너무 많이 치지 않았을까, 콩기름을 너무많이 치면 식사를 할 때 느끼할 텐데!,”
“됐다. 이정도면 뭐 그리 많이 넣은 것은 아니다. 이 정도는 넣어야 배추찌갯감이 푹 익지, 기름을 너무 조금 넣으면 찌갯감이 잘 안 익는다니까,”
“됐다. 됐다. 이제 끓이기만 하면 되겠다.”
작은 냄비에 마지막으로 콩 기름을 쳤다. 어제 큰 거인이 작은 냄비에 담은 배추 찌갯감을 불끈 들어서 큰 냄비에 쏟아부어버린, 바로 그 냄비다. 오늘도 그 작은 냄비에 배추 찌갯감을 씻어 담아 놓았다. 배추 씻은 것을 잘게 썰어서 작은 냄비에 담고, 된장과, 조미료, 그리고 마지막으로 콩기름을 뿌렸다. 배추 씻은 것을 가득 담아놓고, 양념을 다 쳤다.
“됐다, 됐다. 이제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무슨 뜻일까?
북한의 화폐개혁으로 인해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직전에 놓여있다.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이때를 노린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완료된 상태다. 누군가 총을 들고 꽝! 꽝!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자기들끼리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 집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정작,
총알은 몽땅 다 우리 안 방으로 날아들어 온다니까!,
논두렁 태우기
2009. 12. 6일
<저녁 6시에 받은 계시>
“윽! 이게 뭐야!”
“웬, 시꺼먼 양복이!,”
윽!, 끔찍스럽다. 끔찍스럽다. 웬 검은 양복이 방문 앞에 걸려있다. 지금 막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해온, 검은 양복 5벌이 나란히 걸려있다. 방문에 붙어있는 마루위에 나란히 5벌이 걸려있다.
아래 위 모두 검은색 양복 5벌이 나란히 매어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시체처럼 보인다. 끔찍하다. 날씨마저 어둑어둑해 오는 해거름에, 방문 앞에 시꺼먼 양복이 5벌씩이나 매어달려 있으니, 여간 보기에 흉한 것이 아니다. 섬뜩하다. 마치 시꺼먼 시체 5구를 나란히 매어달아 놓은 것 같은 것이, 여간 보기에 흉한 것이 아니다. 방문 앞에다 검은 시체를 5구씩이나 매어달아 놓다니!,
“예수님,
이 환상이 무슨 뜻입니까, 왜 시체처럼 섬뜩한 검은 양복을 5벌씩이나 매어달아 놓았습니까?
검은 색은 죽음을,
5는 환난을 상징하는데, 이 겨울에 무슨 환난이 있기에, 이렇게 끔찍한 환상을 보여주십니까?”
이번에는 논두렁을 태우는 모습이 보인다.
농부 아저씨가 논두렁을 태운다.
타타타 타타타! 논두렁이 아주 잘 탄다. 검붉은 불꽃을 띄워 올리며 논두렁이 아주 잘 탄다. 벌써 앞쪽과 양쪽 옆에 있는 논두렁들은 다 태웠고, 이제 마지막으로 뒤쪽 편에 있는 논두렁을 태우고 있는 중이다.
타타타 타타타! 논두렁이 아주 잘 탄다.
그리고
논두렁 바로 앞쪽, 논두렁 바로 앞쪽에서는 밭에다 시설해 놓은 비닐하우스가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타타타 타타타! 시뻘건 불꽃을 피워 올리며 아주 명령하게 타오른다. 농부아저씨가 오늘은 논두렁이고 밭두렁이고 몽땅 다 태워버리는 모양이다.
비닐하우스가 아주 잘 탄다. 보니, 두 동이 탄다. 밭에 쳐 놓은 것이 두 동이다. 두 동을 다 태운다. 몽땅 다 태운다. 밭에 쳐놓은 비닐하우스 두 동을 몽땅 다 태워 버린다.
타타타 타타타! 검붉은 불티를 하늘높이 피워 올리며 비닐하우스가 맹렬하게 타 오른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벌써 거의 다 타버렸고, 이제 마지막으로 밑동 부분이 타고 있는 중이다. 타타타 타타타! 검붉은 불티를 맹렬하게 피워 올리며 아주 맹렬하게 타오른다.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주겠다 비닐하우스가 보통으로 잘 타는 것이 아니다. 죽어라고 타오른다. 타타타 타타타 맹렬하게 불똥을 피워 올리며 죽어라고 타오른다. 이렇게 맹렬하게 타다가는 비닐하우스가 문제가 아니라 땅바닥에 흙덩이 까지 바짝 태워버리고 말겠다. 땅바닥에 있는 흙덩이까지 바짝 태워버리고 말겠다.
타타타 타타타!
그런데,
잠깐만,
잠깐만, 지금이, 지금이, 지금이 이렇게 논두렁 밭두렁을 태울 때인가?
지금이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고 비닐하우스를 태울 때인가, 논과 밭을 총 점검할 때인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그렇다 치고, 비닐하우스까지 몽당 다 태워버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비닐하우스까지 몽땅 다 태워버릴 필요야 뭐 있는가, 비닐하우스는 내년 봄에 농사지을 때 또 사용해야 되는데, 왜 하우스까지 몽땅 다 태워버리는가,
농부아저씨가 이젠 농사를 그만 둘 건가, 농부아저씨가 이제 농사를 그만두고 끝장을 내 치울 건가, 몽땅 다 태워버리고 끝장을 내 치울 건가,
그것도 이 겨울에!,
이 겨울에!,
무슨 뜻일까?
죽음과 환난을 상징하는 검은 양복 5벌이 걸린 것과, 때도 아닌 논두렁을 태우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이 겨울에 세상을 몽땅 다 태워버리는 대 환난이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오전에 보여주신
'전쟁준비 완료' 라는 이상과 연관 시켜볼 때, 그 온 땅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대 환난, 다시 말해서 남북한 전쟁의 때가, 바로 지금 이 겨울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