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2009. 12. 12일
<낮 12시에 받은 계시>
시뻘건 황무지위에
하얗게 말라죽은 아름드리 그루터기 하나,
그러나 그것마저 동아 밧줄로
꽁꽁 동여 메여 있네,
시뻘겋게 파 일구어진 황무지위에
하얗게 말라죽은 아름드리 그루터기 하나,
어쩌면 생명체하나 살아남지 못하고
그렇게도 혹독하게 저주를 받았니.
시뻘겋게 파 일구어진 황무지위에 하얗게 말라죽은 아름드리 그루터기 하나가 있다. 주변이 온통 시뻘겋게 파 일구어져 있다. 누군가가 무력으로 강제로 파 일구어놓았다. 무엇으로 파 일구어 놓았는지, 주변의 땅이 통째로 시뻘겋게 파 일구어져 있다.
아무리 보아도 주변이 산과 들판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별 흔적은 없지만, 아마도 APT나, 아니면 빽빽한 주택단지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그런데 그 많은 APT들과 주택들이 한 채도 없다. 한 채도 없다. 한 동도 없다. 시뻘겋다. 시뻘겋다. 시뻘겋게 온 땅이 파 일구어져 있을 뿐이다.
단 하나 남은 것은, 하얗게 말라죽은 그루터기 흔적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그루터기도 하얗게 형체만 남아 있을 뿐, 이미 말라 죽은 지 오래다. 하얗게 말라죽은 아름드리 그루터기에, 동아 밧줄로 꽁꽁 붙잡아 매어놓았던 흔적이 있다. 물론 동아 밧줄도 하얗게 불에 탄 재가 되어있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아름드리 그루터기도 하얗게 말라죽은 재가 되어있고, 그루터기를 꽁꽁 붙잡아 매어 놓았던 동아 밧줄도, 재가 된 체 하얗게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루터기가 꼼짝 못하도록, 꽁꽁 붙잡아 매어놓았던 흔적만이 하얗게 남아있을 뿐이다.
무슨 뜻일까?
왜 그루터기를 밧줄로 꽁꽁 붙잡아 매어 놓았을까?
“성읍들은 황폐하여 거민이 없으며, 가옥들에는 사람이 없고, 이 토지가 전폐하게 되며, 사람들이 여호와께 멀리 옮기 워서, 이 땅 가운데 폐한 곳이 많을 때까지니라.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있을지라도, 이것도 삼키 운바 될 것이나,”
사6:12
이번 전쟁은 핵전쟁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핵전쟁이기 때문에, 핵이 떨어지는 어느 특정지역은, 그루터기 하나 남지 않고 몽땅 한꺼번에 타작을 하게 된다.
만약 그 지역에 그루터기 하나가 용하게 살아남았다 치자, 그러나 그것마저 마침내 방사능에 의해 하얗게 말라죽고 만다.
이번 타작은 어느 특정지역을, 그루터기 하나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타작을 하는 대 심판이다. 혹 그루터기 하나가 남는다 해도, 그것마저 하얗게 말라죽고 마는 알뜰한 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