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진돗개
2009. 12. 14일
<저녁 8시에 받은 계시>
“윽!”
“이불이 다 뜯어져서 그렇게 추웠구나!, 바늘 어디 있어!?”
급히 바늘을 꺼내가지고 뜯어진 이불을 꿰맸다. 손가락보다도 더 긴 바늘을 끄집어내가지고 뜯어진 이불을 꿰맸다. 듬성듬성, 성큼성큼, 대충 꿰맸다.
“아! 손이 시리다.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날 이불이 뜯어지다니!,”
손가락이 시려서 바늘이 잘 안 잡힌다. 그래도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입으로 호 호 불어가면서, 성큼성큼, 뜯어진 곳을 부지런히 꿰맸다.
뜯어진 곳을 대충 꿰맨 뒤 실을 꼭 졸라매었다. 그때다. 다 꿰매어진 실을 꼭 졸라 맬 때다. 바늘을 꼭 잡아당기자 실이 쏘옥 빠져나와 버리고 만다. 이제까지 꿰매놓은 실이 사르르 빠져나와 버리고 만다.
“아니, 왜, 왜 실이 도로 빠져나오는 거야!”
“윽!, 실 끝의 매듭이 풀렸잖아!, 아 참, 매듭이 풀리다니!,”
실 끝의 매듭이 풀렸다. 끝 부분을 꼭 잡아 매놓은 매듭이 풀려버렸다. 그러니 이제까지 꿰매놓은 것이 스르르 풀려서 실이 다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실이 풀리자 찢어진 자리가 또 다시 허옇게 자리를 들어내 보이고 만다.
“아 참, 이렇게 추운 날, 실까지 말을 안 듣다니!, 손가락이 시려서 죽을 고생을 하며 꿰매 놓은 것인데, 말짱 허사가 되어버리고 말다니, 아 참, 어째서 이런 일이!, 아 참,”
이번에는 진돗개가 보인다.
자랄 대로 가지 끈 다 자란 하얀 진돗개다. 거의 사람만큼이나 무게가 나가는 어마어마하게 큰 진돗개다. 독이 오를 대로 잔뜩 오른 진돗개가 죽어라고 짖어댄다.
“야, 좀 조용히 해라. 아무리 네 새끼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지, 그래 강아지를 가지고 뭘 그렇게 짖어대고 그러니,”
와, 참, 이대로 두었다간, 단 한 입에 물어죽이게 생겼다. 녀석 독이 오를 대로 잔뜩 올랐다. 양쪽 귀를 쫑긋하게 새우고는, 당장이라도 한 입에 집어삼킬 자세로 짖어댄다.
“야, 좀 조용히 해라. 강아지야 강아지, 강아지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렇게 죽어라고 짖어대고 그러니 너는,”
와, 이 녀석 아무리 말려도 안 듣는다. 오늘 막 새로 가져온 강아지를 보고는,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는지 정신을 쏙 빼 놓는다.
“가만있자, 저 녀석이 저렇게 죽어라고 짖어 대는데, 강아지를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다가는, 단 한 입에 물어죽이고 말게 생겼다.
어디가 좋을까,
한 시간이나 걸렸다. 이곳저곳 사방에 매어 놓을 자리를 찾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에잇 참, 할 수 없다. 진돗개 곁에 매어두는 수밖에 없다. 그 자리밖엔 마땅한 자리가 없다. 까짓것 뭐 진돗개도 쇠줄로 단단히 매어 놓았겠다, 강아지도 끈으로 매어 놓았으니까, 잡아 먹지야 못하겠지 뭐,”
진돗개와 2~3미터 거리에 강아지를 메어 놓았다. 진돗개 곁에 메어 놓고 아담한 강아지 집도 잘 놓아주었다. 강아지답게 집 안으로 쏙 들어가서 가만히 엎드려 있는다.
“아 착하지요, 그렇게 말을 잘 들어야지, 추우니까 밖에 나오지 말고 가만있어 응, 따듯한 집안에 가만있어!, 저 큰 녀석이 짖어대더라도 떨 것 없어, 쇠줄로 단단히 메어놓았으니까, 까짓 녀석이 아무리 날뛴다고 해도, 쇠줄로 단단히 메어 놓은 거야, 겁낼 것 없어, 알았지 응, 낑낑대지 말고 집안에 가만히 있어 응!, 아 착하지요,”
강아지가 자기 집안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됐다. 이렇게 두면 되겠다.
“가만있자, 주변에다 검불을 좀더 깔아줄까, 따듯하게,”
주변에 검불을 모아다가 강아지 집 주변에 깔아주었다. 그때다. 검불을 모아가지고 강아지 집 주변에 깔아 줄때다.
“억!, 아니! 네가!”
“야, 이 녀석!, 네가, 네가 언제 고삐가 풀렸어!,”
와, 이 녀석이 언제 고삐가 풀렸어,”
고삐가 풀렸다. 진돗개가 고삐가 풀렸다. 조금 전부터 강아지를 잡아먹을 듯이 짖어대던 진돗개가, 마침내 고삐가 풀려버리고 말았다.
단 한 입에 집어삼킬 듯이 짖어대던 진돗개다. 이 녀석한테 한 입만 물리면 강아지는 끝장이다. 독이 오를 대로 잔뜩 오른 녀석한테, 한 입만 물리면 끝장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 녀석이, 언제, 언제, 그 쇠줄이 풀린 체, 강아지 집을 벌써 한바퀴 빙 돌아 나온다.
“억! 야 이 녀석이!, 이 녀석이 언제 강아지 집을 벌써 한바퀴 빙 돌아 나오는 거야,”
미친 듯이 강아지 집을 들여다보았다. 눈에 불을 키고는 미친 듯이 강아지 집을 들여다보았다.
“강아지 어딨어!, 야 이 녀석아!, 강아지 어디 있어!, 이 녀석이, 이 녀석이!, 언제 벌써!, 야 이 녀석아!, 강아지 어디 있어!, 너 강아지 어떻게 했어!, 너 벌써, 벌써!,”
무슨 뜻일까?
“무언가 남북한 전쟁의 고삐가 풀렸다는 뜻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