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 줍는 계절
Sun. Oct 4th 2009
<8 p.m.에 받은 계시>
“빨리빨리 타세요.”
“아줌마 저 안으로 들여다 놓으세요.”
“읏샤! 읏샤!
이건 이쪽으로 놓으면 됐고, 읏샤, 이건, 이건 이렇게 놓으면 되고, 자, 어서 그것마저 빨리, 빨리 이리 던져요.”
“안돼요.
이젠 그만 싫으세요. 짐을 그렇게 많이 싫으면 어떻게 해요. 이 보따리까지만 싫고 그만 싫으세요.”
시골에서
청주 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다. 아줌마가 애를 먹는다. 웬 짐들이 그렇게 많은지, 서너 너덧 박스나 되는 보따리를 차에 싣느라 아주 애를 먹는다.
차에 오르면서
두어 박스는 낑낑대며 끌어안고 올라왔고, 한 박스는 남편인 듯한 아저씨가 버스 밖에서 차 안으로 올려놓아 주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한 자루, 이건 아들인 듯한 학생이
자동차 밖에서
재빠르게 엄마한테 들어 올려준다. 아줌마가 잽싸게 짐 보따리를 마저 끌어다 당겨 놓는다. 기사 아저씨가 조금은 신경질적이다.
“아줌마,
이젠 그만 싫어야 됩니다. 이 보따리까지만 싫고 그만 싫어야 됩니다. 더 싫으면 안 됩니다.”
이젠
더 이상 싫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딱 놓았지만, 아줌마도 이 이상 더 짐을 가지고 온 것 같진 않다. 이것이 마지막 짐인 것 같다. 자루에 담긴 꿀밤, 이 보따리가 마지막 짐이다.
박스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아마도 과일종류이거나, 아니면 요즘 시골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종류인 것 같다. 다만 기사 아저씨가 이것까지만 싫고 더는 싫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보따리는, 꿀밤이 담긴 자루다. 이 자루가 마지막 보따리다. 아줌마도 이 자루까지만 싫을 생각이었고, 운전기사도 이 자루까지만 싣고는 더 싣지 말라고 했다.
망으로 된
자루 속에 담긴 꿀밤을 보니, 꿀밤들이 아주 굵직굵직 한 것들이다. 어른들의 엄지손가락만큼씩이나 한 것들이 아주 굵직굵직하게 생겼다. 도토리 중에서는 가장 큰 것들이다.
이렇게 굵직굵직한 도토리들을 주워가지고, 꿀밤 묵을 해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
그런데 자루에 담긴 꿀밤을 보니, 색깔이 좀 갔다. 나무에서 지금 막 떨어진 꿀밤들이 아니다. 꺼멓게 생겼다. 밤색 중에서는 아주 검은 밤색이다. 이건 꿀밤의 원 색깔이 아니다.
반짝반짝한 기가 하나도 없다.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된 것을 주워 온 모양이다. 오래되어서 탈색이 된 것을 주워 온 모양이다.
기사 아저씨가
부릉부릉 출발할 준비를 한다. 아줌마 역시 짐 보따리들을 끓어 않으면서 차분하게 의자에 앉을 준비를 한다. 아줌마가 마지막으로 싫은 꿀밤보따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번에는 고구마 밭이 보인다.
산자락 끝 부분에 붙어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고구마 밭이다. 이쪽 끝에서 저쪽끝자락이 가몰 가몰 잘 보이지도 않는, 5,000~6,000여 평이나 되는 어마어마하게 큰 고구마 밭이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엉클어진 고구마 줄기들이, 밭 뚝 가장자리까지 온통 고구마 천지를 만들어놓고, 잔뜩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무슨 뜻일까?
“감나무 2” 이다.(9, 17일)
감이 붉게 익고, 꿀밤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다 익은 고구마를 수확해 들이는 계절, 그 계절이 바로 “남북한 전쟁의 때” 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