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찌개 2
2009. 8. 20일
<a. m. 1시에 받은 계시>
생 배추를 씻어 담은 냄비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찌개를 끓이기 위해서다. 배추는 이만하면 잘 씻어졌다. 이제 양념만 치면 된다.
배추를
씻어 담은 냄비 속에, 된장을 한 스푼 듬뿍 퍼 넣고, 그담엔 소고기 다시다 조금, 그리고 콩기름을 살짝 위에다 뿌린 후에, 가스 불을 켜면 잠시 후에 보글보글 끓는다.
일단 된장먼저 넣자,
된장 통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뚜껑을 열어젖히고 보니, 이때 문득 머릿속에, 집에서 담근 조선된장이 떠오른다.
“아 참,
이것보다 조선된장 먹다 남은 것이 있지, 원장님이 장독대에서 항아리뚜껑을 열어젖히고 한 그릇 푹 퍼 담아준 것!,
와,
집에서 담근 조선 된장을 두고 시장에서 파는 인스턴트 된장을 먹다니, 말도 안 된다.”
된장 병을 손에서 내려놓고, 윗목 구석에 잘 보관되어있는 조선된장 봉지를 찾아내었다.
“여기 있다. 이거다.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 것을 가지고,
그런데, 너무 아끼다가 혹시 맛이 가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요즘
된장 먹을 일이 없어서 윗목에 처박아 놓고 며칠동안이나 깜빡 했는데, 혹시 맛이 가지나 않았을지 걱정이 된다.
쯧 쯧,
진작 먹어 치웠어야 되는 것인데, 이렇게 아까운 것을,”
된장 봉지를 왼손에 꼭 잡고, 오른손에 잡힌 숟가락으로 조심조심 윗부분을 잘 헤쳐 보았다.
앗, 불사!, 상했다. 갔다. 된장의 색깔이 벌써 검으틱틱하게 변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쯧 쯧! 검으틱틱한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갔다. 많이 갔다. 벌써 코끝에 풍겨오는 냄새가 별로다.
그래도 이렇게 아까운 것을 그냥 버릴 수는 없다. 봉지 위엣 부분은 상했다고 쳐도, 속 부분은 괜찮을 수도 있으니까 잘 좀 헤집어 보아야 되겠다.
오른손에 잡힌
숟가락으로 된장 속 부분을 헤쳐 보니,
윽!,
다 갔다. 다 갔다. 아주 많이 갔다. 못 먹겠다. 된장이 흐물흐물 한다. 송골송골하고 차진기가 없고 물텅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텅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썩었다. 많이 썩었다.
된장이 차진기가 없고 흐물흐물 한다.
틀렸다.
흐물흐물하게 상한 대다가 허옇게 곰팡이가 꽉 끼었다. 허옇게 곰팡이가 잔뜩 낀 것이, 스푼으로 이리저리 헤집을 때, 곰팡이 썩은 하얀 실끈이 이그적 이그적 거리며 척척 달라붙는다.
찐덕찐덕, 이그적 이그적,
윽!, 못 먹겠다. 틀렸다. 이곳저곳 모조리 다 뒤적여 보아도 성한 것이 하나도 없다. 몽땅 다 곰팡이가 꽉 끼어있는데다가, 끈적끈적 곰팡이 썩은 실끈이 스푼에 하얗게 달라붙는다.
무슨 뜻일까?
인공위성이,
한두 곳만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다 썩었다는 뜻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