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식수기 3
첫째 날
2009.8. 13일
<a. m. 5시>
목이 칼칼하다.
어제 저녁에 배추김치를 좀 먹었더니, 그 김치 속에 들어있던 고춧가루 양념이 뱃속에서 요동을 치는 모양이다. 목이 칼칼한 것이, 무언가 얼큰한 것을 좀 먹여 주었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뭐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라면 두어 개 만 냄비에 넣고 푹 끓여 먹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김치도 있겠다, 까짓것 냄비에다 두어 개 한꺼번에 푹 집어넣고, 부글부글
끓여
먹으면 딱 좋겠다. 이럴 때 계란 두어 개만 있으면 제격인데,
“지금 제 정신이니, 오늘부터 금식을 한다면서 왜 새벽부터 라면이야 라면이,”
와,
금식을 한다니까 라면을 먹고 싶다는 것이지, 만약 금식만 안 한다면 까짓것 오전 12시까지야 무얼 먹든 말든 무슨 신경을 쓸 것인가?
벌써부터
천리 길을 또 출발하나보다, 새벽부터 또 볶아 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a. m. 7시>
지금 이렇게 머리가 띵! 하게 아픈 것은 절대 금식 때문이 아니다.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이다. 절대로 금식 때문이 아니다. 괜히 또 쓸데없는 엄살 부리면 안 된다.
“금식 때문이라고, 어제 밤10시나 되어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래 벌써 배가 고파서 어지럽다고?”
나도
이제 웬만한 엄살에 호락호락 넘어갈 사람은 아니다. 이럴 땐 한 시간 정도 살짝 재우면 된다. 내가 그 정도 수에 넘어갈 사람은 아니다.
<a. m. 11시>
이제는 속이 정상이다.
아침에처럼 목이 칼칼하지도 않고, 속에서 음식이 당기지도 않는다. 입안에는 침이 한입 고인다.
3일 금식 2번에서 얻은 상급이다. 확실히 금식을 하면 금식을 하는 것만큼 몸이 건강해 진다.
내 입안에 이렇게 침이 한 입 고이는 것을 보면, 3일 금식이 내 몸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른다.
또
더욱이 이젠 소변에 거품이 섞여 나오는 것도 절반으로 줄었다. 3일 금식 2차례가 내 신장병을 절반이나 고쳐낸 것이다. 이대로 3일 금식 몇 차례만 더 한다면 신장이 깨끗이 낳을 것 같다.
3일 금식만 해도 이렇게 몸이 건강해 지다니, 참으로 기적이다.
금식을 하면
금식을 하는 것만큼 몸이 망가진다고 생각했지, 누가 감히 금식을 하면 금식을 하는 것만큼, 몸이 건강해 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p. m. 6시>
오늘 마신 물을 전부 합하면 벌써 4컵은 족히 된다.
이렇게 물이 아무 탈 없이 소화가 된다면 무엇을 걱정을 하랴.
대략
12시 경부터 마신물이 4컵 정도나 되는 대도 몸에 아무런 탈이 없다. 배에서 꾸르륵대지도 않고, 무엇이 꿈틀대는 것도 없다. 당기지도 않고 찡하는 느낌도 없다. 다만
가볍게,
뱃속에서 작은 수세미가 긁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 뿐이다.
이렇게 물을 벌컥 벌컥 마실 수만 있다면, 누가 금식을 걱정을 하랴.
제발,
내일도, 그리고 모래도 단 한 컵이라도 좋으니, 물이 넘어가 주길 바랄뿐이다. 물만 먹여준다면, 그 물이 탈 없이 소화만 시켜준다면, 정말이지 큰 고생 없이 금식을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모든 몸의 컨디션은 정상이다.
다만
눈의 시력이 절반정도로 줄어들었고, 걸음을 걷는 행보도 절반 정도로 줄었다. 온 몸의 기운도 절반으로 줄었다. 이젠 제법 금식하는 기분이 난다.
<p. m. 8시>
이제는 위장이 물은 안 받으려고 한다. 오늘 4컵 정도 마신 물로 만족해야 되겠다. 한 모금씩 입에서 녹여서 삼켜 보니까, 뱃속에서 쇠 수세미가 긁고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안 되겠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그래도
오늘은 참 편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만하면 큰 고통 없이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보통 때 금식하는 날치고 가장 편하게 보내고 있는 날인 것 같다.
제발
내일도 단 한 컵이라도 좋으니까 물이 좀 넘어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성도들을 의의 길로 인도하시려 하지만, 성도들은 거꾸로 길을 걷는다. 성령님의 감동도 인도도 다들 무시해 버리고, 각각 자기의 길로만 걷는다.
이때
예수님께서 하실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 카드, 징계의 채찍을 들고 환난의 길로 인도하시는 방법인데, 죄악에 깊이 물든 오늘날의 성도들은, 이 징계마저 받지를 않는다.
그냥 죽어도 고우!, 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심판 날에는 추수를 해 보아야, 쭉정이들만 잔뜩 수확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이 중보자다. 목자이다. 예수님과 타락한 성도 사이에, 중제자로 나서서,
외고집으로
나가는 성도들을 타이르고, 권면할 일꾼이 필요하게 된다. 아시아의 교인들을 향해서, 3년 동안 눈물을 흘리며 훈계를 하던 바울 같은 일꾼 말이다.
<p. m. 10시>
이젠 물은 안 받는다. 뱃속에서 물 냄새가 울렁울렁 올라온다. 물을 싫어한다.
“오늘 그만해도 착하게 물을 잘 소화시켜 주었어, 그만해도 됐는데, 아!, 오늘은
그만해도
됐는데, 그런데 내일도 오늘처럼 착할 거니?
내일도 오늘처럼 물 몇 컵만 먹여 줄거니, 걱정 된다, 말 잘 들을 거지, 그지?,
착하게 말 잘 들을 거지,”
그래도 금식하는 날치고 오늘은 그렇게 금식하는 냄새를 별로 피우지 않고, 그냥 일과를 보내듯이 그렇게 편하게 지냈다. 이제 밤이 어떨지 좀 걱정이지만, 이 상태라면
꼬박
올 나이트를 하란대도 별로 겁낼 것은 없겠다. 그래도 기운은 지친다. 목소리도 이제 모기소리만 하게 기어들어가 버렸고, 앉고 일어설 때, 그리고 걸을 때 평상시의 절반 기운도 못된다.
2009. 8. 14일
<a. m. 0시>
머리가 멍하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바보가 되어버렸다.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느낌도 감각도 없는 7득이 바보가 되어버렸다.
음식도
생각이 없다. 밥도, 빵도, 물도, 음료수도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먹을 생각도 않는다. 완전한 바보가 되어버렸다.
<a. m. 2시>
기도 하다가 한 시간 살짝 졸았다.
앉은 자세에서 깜빡 한숨 잤다. 온 몸이 지프등 하다. 이왕 잘 바에야 누워서 편하게 자라고 눕혔다.
똑 바로 누은 체 주여, 주여, 몇 번 하더니, 눈만 말똥말똥 해진 체 일어난다.
“왜 한숨 자라니까, 왜 자지 않고 일어나니, 안 잘거니?”
정신이
말똥말똥 한 것이 잠이 안 온단다.
“그러면 앉아서 기도하면 되지,”
팔에다
잔뜩 힘을 준 체, 비스듬히 앉아서 주여, 주여 몇 차례 하더니 다시 눕겠단다.
“왜
기도한다더니,
눕겠다면 잠을 자겠다고?”
다시 눕혀 주었다. 똑 바로 누은 체, 주여, 주여 몇 마디 하더니 허리가 아프단다. “왜 한 숨 자라니까,”
잠은 자지 않고 오른쪽으로 새우처럼 굽혀 보았다가, 왼쪽으로 굽혀 보았다가, 다시 일어난다.
“왜
누워 있는 다더니,”
싫단다. 등에 뼈가 배겨서 못 눕겠단다. 그러면 다시 앉아서 기도를 하던지, 글쎄, 내 몸이 시큰둥하고 그것도 싫단다.
“그럼
어떻게 하자고, 밖으로 나가자고?”
“지금
밖엔 안개가 잔뜩 끼어있어서, 스콜을 무진장으로 쏟아 내리고 있는데, 무슨 청성으로 개천가 다리 위를 가느냐고,
또
가 보았댔자, 아, 다리야, 하고 개천 시멘콘크리트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금세 들어가자고 보챌 것을 가지고, 내가 그 속셈 모를까봐,”
그래도 나가잔다.
밖으로 나가잔다.
“글쎄,
보챌 것을 가지고 보채야지, 이 밤중에, 개천가 다리위에 가서 무얼 하자는 거야, 거기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자신이 있기나 하고, 중간에 아이고 다리야, 하고는 길가
한
복판에 쪼그리고 앉아서 남의 애 간장을 다 태우려고,
누워서 한숨 자던지, 앉아서 기도를 하던지, 누워서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면 되잖아,
너무
철없이 보채지 말고, 어서 한숨 자, 한숨 푹 자,”
잠을
일어버린 이 바보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밖으로 나왔다가, 교회로 들어왔다가, 잠시 누워 보았다가, 또 일어나고.......,
속이 안 좋다. 니글니글 무언가가 올라오려한다. 이상하게 몸에 기운이 없다.
이 밤을, 이 밤을 어떻게 해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밖으로 내 보내볼까,
“그런데 스콜이 내리고 있다니까, 그래도 나가자고?
좋아, 원대로 해 줄 테니까, 스콜이 내리던 안개비가 내리던 맘대로 해, 개천가 다리위에 또
갔다가 오려면 거기도 가 보고, 남들이 보면 영락없이 "He is out of his mind" 라고 할 테니까,”
개천가로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서 2~3분도 걷기전이다. 인삼밭 머리에서 그만 땅에 쪼그리고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다리가 아프단다.
“왜,
개천가로 가자고 그렇게 졸라대더니,”
“일어나, 일어나 어서, 길 한복판에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어서 일어나,”
꼼짝을 않는다.
길가 한 복판에 쪼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은 체 꼼짝을 않는다.
“어서 일어나래도, 이렇게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들짐승이 덜컥 집어
삼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어서 일어나, 오, 착하지, 어서,”
꼼짝을 않는다.
“그러다가 잠이 들면 어떻게 하려고, 일어나라니까 왜 그렇게 고집이야, 착한 사람이 그러면 안 돼지, 일어나 어서,”
꼼짝도 않고
그대로 스르르 무너지려 한다.
“안돼, 길가에 길게 들어 눕겠다고, 여기가 어딘데, 그래 이 길가에 그대로 들어 누워 버리겠다고, 정신 좀 차려봐, 기운을 내봐, 일어나봐, 어서, 어서 일어나,”
호되게
야단을 치니 그제야 억지로, 억지로 어기적거리며 일어선다.
“졸리면 교회 들어가서 자, 개천가고 뭐고 다 그만두고 어서 교회로 들어가, 이불 두툼하게 깔아 줄 테니까,
오호!,
똑바로 걷지 못하고, 좀 정신을 차려봐,”
내 몸이 혹시 물에 취하고 있는 건가?
오늘 물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소화를 시키지 못한 물이 염산 기를 뿜어 올려가지고
몸을 마취를 시키고 있는 건가?
오늘이
첫째 날인데, 첫째 날부터 이렇게 까지 늘어지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그 물이 요술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내 몸이 이러지를 않았는데,
제 2일째
<a. m. 6시>
한숨 자고 나니 좀 머리가 맑아진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개천가 다리위로 살살 데리고 나가서 바람을 쏘여주니 꾀 몸이 상쾌해 진다.
몸이야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견딜 만 하다. 속이 조금 니글거린다. 무언가 미식미식 한 것이 올라오려 한다. 그리고 몸의 컨디션이 아침의 컨디션치고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보편적으로
보면 아침에는 언제나 몸이 가쁜 한 법인데, 몸이 그렇게 생각만큼 가볍지가않다. 아직 좀 졸려서 그런지 모른다. 한숨 더 재워보아야 되겠다.
<a. m. 9시>
잠도 충분히 잤다. 몸이 편하니까 잠이 잘 온다. 실컷 잤다.
잠을 충분히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이 상태라면 내가 언제 금식을 하고 있던 사람이냐는 식이다.
머리도 맑고 몸도 가볍다. 어지럽지도 않고 머리가 띵! 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다 정상이다.
억지로
한 가지 건을 잡는다면, 뱃속에서 무어가 카~하는 것이 올라온다. 잠자는 사이에도 염산기가 위장을 마취를 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오늘 물을 마시기는 다 틀린 것일까?
왜냐하면
입안에 침이 한입 가득히 고일 때만 물이 소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안에 모래가 가득 담겨 있거나, 거품이 가득 담겨있으면서 쓰디쓴 탄산가스만 팍팍 올라올 땐, 절대로 물을 먹이면 안 된다. 만약 그럴 때 물을 한 모금이라도 먹였다간
몇
시간이고 염산 기에 온 몸이 녹초가 되는 것은 물론, 하루 종일 창잡이 칼잡이의 공격을 받아야 된다. 위장을 칼로 날카롭게 도려냄을 당하고, 쾅쾅 찔리는 고통을 당해야 된다.
그래도
낮에는 물을 입에다 물고 녹여가면서, 병아리처럼 한 모금씩 삼켜볼 예정이다.
<a. m. 11시>
개천가에 살살 데리고 갔다 왔다.
다녀오는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보통 때 같으면 10분이면 충분히 다녀올 길을 3배나 더 걸렸다.
개천
밑으로는 여전히 시꺼멓게 푹 썩은 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고, 마냥껏 우거질 대로 우거진 갈대숲들이 장관을 이루고 또 장관을 이룬다.
따가운
햇빛이 내려쪼이자, 그러지 않아도 비틀비틀 하는 몸이 그만 정신을 못 차리고 그 자리에 빙그르 돌기 직전이다. 급히 데리고 들어왔다.
아직
몸이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 그렇게 심하게 늘어지지는 않는다. 그냥 수술한지 이틀째 되는 환자처럼, 몸에 기운이 없고 몸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울 뿐이다.
소변에
붉은 피가 조금 섞인 것쯤이야 뭐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 신경 쓸 것 없고, 금식 이틀째 치고 이런 상태라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정말 생각 밖의 건강상태다.
몸이 좀 늘어지고,
기운이 진한 가운데서도, 참으로 신기한 것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마음의 평화, 심령 속에 가득 찬 평화, 이게 정말 이해가 안 간다니까,
몸이
괴로워 죽겠는데도, 마음속에선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평강과 고요가, 딱,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 평강, 이 고요함, 이 안정감, 이 물건을 어디 가서 구할 수가 있단 말인가?
3일 금식 끝나자마자, 에잇, 다시 한번 금식을 할까, 하고 후닥닥 다시 금식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이것, 이 평강, 이 안위, 이 고요함, 이 안정감, 온 세상을 다 얻은 것보다도, 더 뿌듯하게 차오르는 만족감, 이것 때문에 한번 금식을 해 본 사람들은,
보호식도
마저 마치기 전에 또다시 금식, 금식을 밥 먹듯이 하게 되는 것이다.
뭐
금식 끝 난지 며칠도 되지 않아서 또 금식, 또 금식, 이 금식, 금식을 밥 먹듯이 하는 금식 중독자들이 바로, 이 약 기운에 취해서, 금식, 금식 속으로 빨려 드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게 몸이 축축 늘어지고, 그렇게 몸이 괴로워 죽겠는데도, 한편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영계의 깊은 가락이 있다.
페티 페이지,
짐리브스, 엔디 윌리암스, 레이 찰스, 마리린 몬노, 펫분, 안 마가렡, 마리오 란자, 엘비스 프레스리, 내가가장 존경하는 흑인가수 마리아 잭슨도 다들 저리 비켜라.
비록
지금 기운이 없어 죽어가는, 모기소리만도 못한 작은 음성지만, 영계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가락 앞에는 얼굴을 가리워라. 이건 그런 것이 아니다. 기교, 재주, 실력,
뭐 그런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슴속에
설탕덩이가 가득 들어찬 사람이 설탕을 노래하는 것과, 기교와 재주를 가지고 설탕을 노래하는 사람과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기쁨,
이 평안함, 이 안위,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본 나는, 부모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무조건 그 시간부터 금식을 들어간다. 금식을 시작하는 시간부터 콩닥거리던 가슴이 진정이 되고
마음속에서
평강의 찬송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진행 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당장
원수들에게 똘똘 말려서 죽을 지경에 처했을 때, 금식을 해 보면, 순간적으로 모든 공포가 사라지고, 평강과 안위가 마음속에서 강처럼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또
금식을 하는 동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 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금식,
참으로 신기한 약이다. 정말로 신기한 약재료이다. 만병통치, 금식이다. 그 뿐인가,
또 질병을 고치는 능력은 얼마나 대단한가?
당뇨,
고지혈증, 심근경색, 고혈압, 각종 암, 각종 염증 종류 등등 뭐 웬만한 질병들은 금식을 하면 거의가 100% 고쳐진다.
암이
금식을 하면 고친다고?
체내에 암 덩어리가 딴딴하게 라디칼 현상을 일으키며 엉겨있는데, 그걸 금식으로 고쳐낼 수 있다고,
의사가 메스로 배를 갈라서 그 장기 속에 들어있는 암 덩어리를 잘라내지 않고 금식으로 고쳐진다고?
언 듯
생각하기엔 허황된 말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금식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그날부터 필요한 칼로리를, 우리 몸에서 충당해서 쓰게 된다. 우리 몸 어디서 칼로리를 빼내갈까, 살덩어리다. 그리고 뼈다.
뼈에서
필요한 것은 뼈를 녹여서 사용하고, 근육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근육을 녹여서 그날 필요한 칼로리를 충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금식을 한번 하고 나면, 키도 작아지고, 몸도 작아지고, 피부도 얇아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 육체 속에 들어있는 모든 장기들도, 종잇장처럼 얇아진다.
40일 동안
근육이 녹아들어갔으니까, 몸속의 장기들이 얼마나 얇아져 버렸겠는가,
이때,
종잇장처럼 모든 장기들이 얇아질 때, 다시 말해서 우리 몸의 살덩이들이 녹아들어갈 때 그, 그, 암 덩어리들도 같이 녹아들어간단 말이다. 암 덩어리들도 같은 살덩어리들이니까
같이 녹아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암 덩어리들이 녹아들어가다 보면, 그 녹아들어가던 암 덩어리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버릴 수밖에 더 있겠는가?
자꾸만
녹아 들어가는데 무슨 재주로 떨어져 나가지 않고 배겨낼 수 있겠는가?
모든
염증부위들이 다들 녹아내려가 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서 끼워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식을 하면 암이든, 염증이든, 고혈압이든, 무슨 질병이든
웬만한 것은 거의 완치가 된다.
물론
그 중에 금식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질병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서, 급성 맹장염 같은 경우, 폐렴이나, 중풍, 염병 따위는 금식 가지고는 안 고쳐진다.
그러나
요즘 발생되는 성인병 종류들, 다시 말해서 식습관에서 오는 질병들은 거의 완치 될 수가 있다고 본다. 특히 감기 같은 것은 금식 1일만 하면 즉석에서 떨어져 나간다.
금식을
하면 우리의 백혈구가 7배나 강해진다는 설이 있다.
<p. m. 5시>
더위가 가시면서 조금씩 기운이 회복된다.
조금씩 가벼워진다.
그렇지만
낮 12시부터 지금까지 정말이지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금식을 집어 치웠었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내 몸이 건강해 지고 있다는 것에 긍정적 생각을 품으면서도,
당장
육체의 괴로움 앞엔 장사가 있을 수가 없다.
날씨마저 푹푹 찌다보니 몸이 축축 늘어진다. 그래도 누워 있어야 되겠다. 그게 상책이다.
누워서 몸에 열기가 타오르지 못하게 안정을 시켜 주는 것이다.
오늘은
물을 많이 마셨다. 전부 합하면 2컵 정도는 마신 것 같다.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실 수 있다면 그래도 금식이 얼마나 쉬워지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잘하면 1컵 정도는 더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물만 마실 수 있다면 금식 가지고는 걱정을 안 하겠다.
육체가
바보가 되다보니,
이젠 아무 음식도 생각이 안 난다. 밥도, 맛있는 찌개국물도, 라면도, 음료수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그냥 멍하니 바보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물을 많이 마셔 주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물을 달라는 요구도 없다.
<p. m.7시>
죽을 기운도 없다.
들어 누 을 기운도 없고, 앉아있을 기운도 없다. 서 있을 기운은 더욱 없다. 죽겠다.
팔도 내 것이 아니고, 다리도 내 것이 아니다. 몸과 팔과 다리가 각각 따로 논다.
목도
제각각이고, 눈과 입과 코도 제 각각이다. 70대 할머니들처럼 입을 헹하니 열어놓고는 닫지를 못한다.
이렇게
괴롭다면, 차라리 이대로 바람처럼 살짝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
내 재산이 수천억이 이 땅에 남아있다 치자. APT가 수십 채, 빌딩이 수십 채, 땅이
수천수만
평이 있다 치자. 그걸 그냥 두고 죽겠느냐고?
지금
바람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 수천수만 평의 땅 싫다. 수천 수억의 재산 싫다.
팔도 다리도 다 없어지고, 몸도 머리도 다 없어져 주었으면 좋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이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상태에서 무슨 재주로 3일 금식을 다 채울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에는
3일 금식이 천길 만길 멀고 먼 길이다.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꿈같은 길이다. 다만 이 시간을 견딜 뿐이다.
<p. m. 8시>
들어 누워 죽을 기운도 없다.
앉아 있을 기운도 없고 누워서 죽을 기운도 없다. 팔도 어디로 가고 없고, 다리도 어디로 가고 없다.
온 몸이 나른하고 축 축 처진다.
그런데다가 뱃가죽이 허리에 딱 딱 달라붙어 있다보니, 허기가 져서 죽을 노릇이다.
뱃가죽이 허리에 딱 붙기만 해도 말을 않겠다. 허기가 팍팍 지기만 한대도 말을 않겠다.
뱃속에서 누가 청소를 한다. 소독약을 잔뜩 뿌려놓고 쇠갈고리로 살살 긁어댄다. 어떤 사람은 쇠갈고리로 살살 긁어대고, 또 어떤 사람은 쇠 수세미로 위장 벽을 쓱싹쓱싹 문질러 댄다.
죽을 노릇이다.
오늘 물을 2컵 정도나마셨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걸 걱정했었다. 저녁이 되면 위장 속으로 칼잡이, 창잡이들이 쳐들어 올 텐데, 그때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을 걱정 했었다.
오늘
물을 2컵씩이나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인과응보이다. 어쩔 수 없다. 참아야 되지만 지금은 참아서 되는 차원이 아니다.
헥가닥
하기 직전이다. 헥가닥 한다면 안 되지 않는가?
내가 헥가닥 하기 위해서 금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잖은가?
그래서
금식 3일을 작정해 놓고, 언제나 금식 2일째 오후 5~10시 사이, 이 시간이 마의 시간이 되어서, 수 십 번도 넘게 금식을 집어 치운 것이 아닌가,
이제
시간이 된 것이다. 여기서 금식을 포기하면 적당한 시간이다.
선수 보호차원에서 볼 때, 여기에서 용기를 내야 한다. 공연히 미련하게 죽어도 고우! 해서는 안 된다.
독약이 넘어 온다. 위장 속에서 사람을 팍, 미치게 하는 독약이 팍팍 넘어 온다. 위장 속에서, 쇠 수세미질을 할 적마다 가슴이 콱콱 막히는, 지독한 독약이 넘어 온다.
속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화끈거리고, 몸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러니까
내가 몇 차례고 너한테 물어보지 않았니. 이렇게 병아리처럼 한 모금씩만 입에 물고 살살 녹여서 먹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이렇게 먹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내가
너한테 다 허락받고 마신 물인데, 네가 이제 와서 나한테 칼잡이 창잡이를 앞세워서, 위장 속으로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이렇게
하면 안 되잖니,
네가 마시지 말라고 주의만 주었더라도 마시지 않았을 것 아니니,
적당히 타협을 하자. 내 팔과 다리 그리고 각 마디마디들 가져간 것 다시 돌려주어라.
이렇게
몸을 마디마디 끊어 놓으면 내가 무슨 재주로 견디니, 앞으로 갈 길이 천리인데, 이 몸을 해가지고 어떻게 가니,
타협을 하자,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몸의 마디마디들 다 돌려주어라. 팔과다리도 제자리 갖다 놓아라. 칼잡이 창잡이들도 다 철수해라.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하자.”
가슴이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누가 자꾸 쇠 수세미질을 한다. 속이 쏴하게 쓰리고 따갑다.
헥가닥 하기 직전이다. 일어나서 걸으려면 팔과 다리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온 몸이 마디마디가 다들 녹아버린 상태이어서, 무얼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p. m. 10시>
이제야 안정이 되기 시작한다. 온 몸이 마취가 되었던 것들도 많이 풀렸다. 정신도 맑아졌고, 몸도 꽤 말을 잘 듣는다.
이런
상태라면 뭐 금식하는 것 가지고, 그렇게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 정도라면 글쎄, 속에서 조금 카~! 하기가 있는 것 외에는, 조금 전에 저녁을 잔뜩 먹은 상태와 별 차이가 없다.
컨디션이 아주 좋다.
다만
기운은 조금 모자란다. 맘뿐이지 몸이 그렇게 팔팔하게 따라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낮에만 물을 조금 마셨을 뿐, 그 후부터는 일찍 끊은 것이 다행이다.
만약
앞으로 있을 갈증을 생각하고, 벌컥 벌컥 두어 컵만 더 마셨더라면, 지금쯤 칼잡이 창잡이들에게 얼마나 시달릴 뻔했는가?
이제
교회에 가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 되겠다.
그렇지만,
기도, 그런 건 못한다. 지금 기도, 뭐 그런 것 할 기분이 아니다. 겨우 잠재워놓은 갓난아기 같은 위장이 깨면 큰일이다. 지금은 휴식이 최고다. 기도고 성경읽기고, 묵상이고
그런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아니다.
조용한 휴식, 이것이 최고다.
2009. 8. 15일
<a. m. 1시>
잠이 안 온다. 속이 비어서 그런지 영 잠이 안 온다. 그리고 목이 탄다.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이 아주 죽을 노릇이다.
그런데도
정작 위장에서는 보초를 10겹 20겹으로 세워놓고, 물이 들어오는 길을 철통같이 막고 있다. 물이 한 방울만 들어왔다 하면, 그대로 왈칵 뒤집어엎을 판이다. 보통으로 벼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위장이 조금은 불편하다. 무언가 수세미질을 하는 기가 좀 남아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물을 조금이라도 들여보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아,
수돗가에 가서 수도꼭지를 있는데도 팍, 틀어놓고, 벌컥벌컥 원대로 들이켰으면 소원이 없겠다. 지금 같아서 3~4바가지는 마셔대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잠이 안 오기에 기도를 시켰더니, 속이 헹하게 텅 비어서 그런지 머리까지 텅 빈 느낌이다. 아니면 당장에 땅과 하늘이 빙글빙글 돌 자세를 하고 있어서 좀 어지럽기도 하다.
기도는
도저히 못 하겠다. 기도도 안 되고, 누워 있자니 잠은 안 자겠다고 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밤 1시인데, 언제 이 밤이 하얗게 지나가 버리게 될지 걱정이다.
뭐
내일 새벽이 온다고 해서 나 한태 반가울 일이야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a. m. 3시>
한숨 잤다. 기도를 하다말고 한 시간 동안 깜빡 잠이 들었다. 폭 잤다. 한 시간 잠을 자고 나니 몸이 가뿐하다. 머리도 맑고 상쾌한 것이 아주 기분 좋은 아침이다.
몸도 가볍다.
늘어지거나 축축 휘는 기가 없다. 살겠다. 이런 상태라면 뭐 굳이 내가지금 금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겠다. 그냥 평상시에 늘 있는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다.
다만
밖에 나와서 몇 발자국 서성여보니, 다리는 아직도 좀 무겁다. 아니, 무겁다고 하기보다 체력이 달리는 모양이다. 글쎄, 체력이 달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속도 조금은 울렁거린다.
머리도 조금은 어질어질 하는 기가 있고,
그래도 뭐 이정도면 그냥 일상생활 속에 들어있는 한 장면이나 다름없다.
오늘이
금식 이틀째의 상태는 아니다. 어제 저녁을 실컷 먹고 철야기도를 하다가, 잠깐 바깥바람을 쏘이려 나온 사람과 같은 상태다.
<a. m. 4시>
조금 목에 갈증이 생긴다. 뭐 그렇게 목이 타는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목이 갈한 기가 있다. 그리고 기운이 없다. 모든 일에 체력이 달린다.
그냥
체력만 달린다면 괜찮겠는데, 체력이 달리면서 몸이 조금은 화끈거린다. 몸을 이리 저리 움직여 보니까 위장이 동해서 그런지 몸이 조금 화끈거린다.
머리도
조금은 어질어질하고, 온 몸의 상태가 그리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상태라면 내기 지금 금식 이틀째의 몸은 아니다.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상태다. 새벽 예배가 5시에 시작이니까 그동안 개천가 다리위에 가서 좀 서성이다 와야 되겠다.
셋째 날
<a. m. 6시>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지금은 몸이 아주 정상이다. 그냥 어제 저녁을 실컷 먹고 오늘 아침에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지금 금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몸도
정상이고, 머리도 맑다. 길을 걸어보아도 내가 지금 금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축구를 하자면 축구를 하겠고, 야구를 하자면 야구를 하겠다. 뭐 장소만 적당하다면 소라도 때려잡겠다. 한 말들이 물통을 지고, 약수터에 갖다 오란 대도 거뜬히 해 내겠다.
마치
오늘 금식을 시작하려고 작정하는 첫날 아침 같은 기분이다.
다만
보통 때와 조금 차이가 있다면, 조금 기운이 모자란다. 기운이 좀 달린다. 길을 걸을 때나 움직일 때 기운이 조금 달린다.
기분
좋은 아침, 상쾌한 아침이다.
<a. m. 7시>
개천가 다리위에서 한 시간정도 서성이고 왔더니 목이 갈 한다. 목이 몹시 갈 한다. 수돗가에 가서 수도꼭지를 팍, 틀어놓고 벌컥벌컥 한바가지 정도만 마셨으면 시원하겠다.
밥, 노우!,
라면, 노우!, 국수 노우!, 햄버거, 빵, 노우!, 다 싫고, 물, 물이다. 수돗가에 데리고 가서, 수도꼭지를 있는 대로 팍, 틀어놓고, 쏴~ 하게 쏟아져 나오는 생수를
벌컥벌컥
한 바가지만 들여 마셨으면 좋겠다. 그게 다다. 그게 다다.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대통령, 노우!, 국회의원, 노우!, 유명한 가수, 탤런트, 아나운서, 칼럼리스트, 노우!
대목회자의 길, 노우!,
다 노우!,
다 노우!, 물, 물, 물 한바가지만 벌컥벌컥 마실 수 있다면 그게 다다. 그게 다다. 그 이상은 다 노우! 이다.
<p. m. 5시>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누워 있었다. 이럴 때 움직이면 안 된다. 만약 이럴 때 몇 발자국이라도 움직였다간, 당장에 위장이 동하고, 목이 화끈거리고, 목이 확확 타올라서 못 견딘다.
순간 적으로
아라비아 사막 한 복판에 떨어지고 만다. 온몸이 화끈화끈 불덩이가 되고, 입이 바짝바짝 타오르고, 시뻘겋게 달구어진 모래가 입안에 가득히 쌓이고 나면, 천하 없는 장사라도 당해내지 못한다.
입안에
거품이 한입 가득 고이고, 몸이 후끈후끈 불덩이가 되어버리는데, 인간의 의지가 무슨 재주로 이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
움직이면 큰일 난다.
당장 몸이 화끈거리고, 온 몸이 순간적으로 불덩이가 된다.
그렇지만
가만히 누워있으면 괜찮다. 꼼짝 않고, 가만있으면 위장이 조용히 잠을 잔다. 위장이 착하게 잠들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옴 몸도 덩달아서 조용히 잔다.
몸이
화끈거리지가 않고, 목이 타는 갈증도 조금은 가라 않는다.
아침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7시간동안 빠삐용 감옥에 꼼짝 못하고 갇혀있었다. 갇혀있다 보니 갑갑해서 죽겠다. 몸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7시간 동안 죽었다 깨어난 것 같다.
어느덧 5시가 되고,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도 식어지자, 내 몸도 덩달아서, 식어 내린다. 이제 빠삐용 감옥에서 풀려나서, 밖에 나가서 산들바람을 살살 쏘이는, 호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땅에 어두움이 찾아오게 되면, 차가운 공기와 함께 내 몸도 건강을 되찾게 된다. 이제 마의 시간은 빠져 나왔다. 죽음의 계곡을 7시간이나 헤매왔다.
이제
두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 내 몸이 정상을 되찾게 된다. 밤이 좋다. 캄캄한 밤이 좋다. 산득산득 찬바람이 부는 밤이 좋다.
그래도,
목이 심하게 탄다. 수돗가의 가서 수도호수를 팍 틀어놓고, 솟구쳐 오르는 시원한 생수를 대여섯 바가지 벌컥벌컥 들이마셨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갈이
발견한 샘물로 가서, 넙적 엎드린 채 벌컥벌컥 실컷 마셨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게 다다. 물 대여섯 바가지다. 그게 다다. 백만금이 들어있는 저금통장 싫다. 대통령,
장관, 부장, 사장 회장, 다 싫다.
이제
금식이 끝난 후에 무엇을 하겠느냐, 누가 와서 장관을 시켜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싫다. 안하겠다. 사장, 과장, 다 싫다. 유명한 영화배우, 탤런트, 다 노우! 다.
이까짓
잠깐 머물다 가는 세상에서, 그까짓 장난감 계급장 들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조용히
산 계곡으로 가겠다. 산기슭으로 올라가서, 보글보글 찌개를 끓여서 식사를 하며, 나머지 시간은 하늘에 계신 예수님을 향해서 찬송을 부르겠다.
온
밤을 새우며, 꼬박 찬송을 부르겠다.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찬송을 부르겠다. 이제는 무엇을 해달라는 기도는 안 하겠다. 그냥 찬송을 부르겠다.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찬송을 부르겠다.
온
세상 사람들이, 이 허영의 도시에서 주는 장난감 계급장에 깜박 속아 넘어 가고 있는 동안, 나는 깊은 산 계곡에서 찬송을 부르겠다. 깊은 산 계곡으로 올라가서, 수풀위에
무릎을
꿇고 밤새도록 찬송을 부르겠다. 목이 터지도록 찬송을 부르겠다.
<p. m. 8시>
목이 마르다.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목이 바짝바짝 탄다. 당장 생각 같아서는 수돗가에 가서 수도꼭지를 있는 대로 팍, 틀어놓고 원대로 한번 벌컥 벌컥 들여 마시고 싶다.
그렇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금
위장 속에는 열 겹 수무 겹으로 보초를 세워놓고, 물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오는가를 감시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물이 한 방울만이라도 들어갔다가는, 당장에 난리가 난다.
큰일 난다.
당장에 전쟁이 일어나고 만다.
그래도
오늘은 물을 한 방울도 안 먹였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편한 자세로 지날 수가 있다. 만약 물을 한 방울이라도 마셨더라면, 지금쯤은 창군, 검군의 공격에 숨 한번 돌리지 몰할 시간이다.
차라리 목이 좀 타는 것을 참는 것이 낳지, 검으로 위장을 도려내는 통증, 그거 당해 보지 않은 사람 모른다. 칼잡이가 위장한쪽을 도려내고 있고, 또 그 곁에서 창잡이가
창으로
위장을 푹 찔러놓고 창 자루를 잡고 있으면, 정말이지 죽을 노릇이다.
아직도 내일 아침 6시까지는 길길이 너무나 멀다. 그래도 이젠 여기 까지 왔으니 죽어도 가야 된다.
목이 타기는 하지만 낮에 보다는 좀 났다. 밖에 나가서 제법 쏘다닐 수도 있고, 맘껏 바람을 쏘일 수가 있어서 살만하다.
<p. m. 10시>
성경을 소리 내서 조금 읽었더니 속이 확 뒤집힌다.
속에서 니글니글한 것이 올라와서 죽겠다. 속이 확확 뒤집히고 몸이 어질어질하다.
누가
창으로 위장을 팍, 찔러놓고는, 창자 루를 빼지를 않고 자루를 꼭 잡고 있다. 헥가닥 하겠다. 그대로 빙그르 돌겠다. 그냥 무너져 내린다. 그대로 무너진다.
속이 니글거려서 죽겠다.
아,
괴로운 세상, 그만 내리고 싶다. 무슨 방도로든지 내리고 싶다. 하나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지구 열차에서 내리겠다. 까짓 세상 어차피 나그네 인생인데 뭐 그리 애착을 가질 것 무언가,
몸이
화끈거리고, 속이 뒤집히고, 목에서 무언가가 카~한 것이 계속 쏘아 올린다.
정말 죽을 노릇이다. 어떻게 정신을 못 차리겠다. 무어라고 소리를 크게 지르던지,
그냥
어떻게 몸이 그대로 팍, 폭발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성경을 읽을 때, 목에서 올라오는 거품이 섞인 침을 몇 차례 삼켰기 때문이다.
그 거품이 섞인 침을 몇 번 삼킨 것을 가지고, 위장이 이렇게 생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입안에 모래알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에, 거품 섞인 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을 뱉어 버렸어야 되는 것인데, 예배 시간이라서 그럴 수도 없고, 몇 차례 삼킨 것이 이렇게 애를 먹인다.
거품이 섞인 침을 몇 번 삼킨 것이, 위장에 염산을 불러냈고, 그 염산이 온몸을 마취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머리가 띵 하고, 어질어질 하는데다가, 위장 속에서는 계속 쇠 수세미질을 해댄다.
그리고
옴 몸은 염산 독약에 마취가 되어 들어간다. 뼈 마디마디들이 각각 따로 놀고, 손과 발도 제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온 몸이 묵직하다. 염산 기에 잔뜩 마취가 되어서 다리가 천근만근 이다.
“야
그래도 그렇지, 예배시간 이라서 침을 뱉지 못한 것을 가지고, 이렇게 심한 고통을 주면되니?
이제 밤 시간이 되었으니까, 그만 나를 풀어주어라. 내일 아침 6시까지 아직도 갈 길이 천리데, 이렇게 피곤하면 어떻게 그렇게 먼 길을 다 가니.
내가
헥가닥 하는 모습을 봐야 속이 풀리겠니?”
2009. 8. 16일
<a. m. 0시>
이제는 통증이 다 풀렸다.
이만하면 뭐 목이 그렇게 갈하지도 않는다. 견딜 만 하다. 위장의 통증도 다 풀렸다.
머리도 맑고, 온 몸의 마취도 다 풀렸다.
그냥
조용히 앉아서 기도를 하라고 한다면, 뭐 금식하는 사람의 몸은 아니다. 그냥 얼마 전에 저녁 식사를 보통으로 마치고, 철야를 하는 시간 같은 느낌이다.
내가
언제 그렇게 통증 때문에 고통을 당했었는지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냥 보통 때처럼 저녁식사를 마친 사람이, 지금 철야 기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참으로
내가 내 몸을 알 수가 없다.
<a. m. 1시>
아무래도 뱃속이 편하지 못하다보니 자꾸만 보챈다. 좀 앉아서 기도를 하라고 하면 피곤하다고 단 10분을 견디지를 못한다. 그러면 누워서 조금 쉬라니까 하루 종일
누워
지내다보니 누워있기도 지루하단다. 그러면 밖에 나와서 좀 서성이라고 하니까, 밖에 나가서 서성였다가, 위가 또 동하면 온 몸이 화끈화끈 달아오를 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면서 질색을 한다.
그래도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좀 정신을 차려 보라니까, 글쎄, 이제 이 밤만 참으면 되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참기는 참겠단다.
10분 누워있기,
10분 일어나서 기도하기,
10분 밖에 나가서 서성이기, 이렇게 10분 단위로 움직여 주니까 적당하다.
웬만하면
밤이니까 깊은 묵상기도를 하라고 권해 보지만, 아무래도 속에서 무어가 뭉클한 것이 살살 쇠 수세미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보채기만하고 무엇하나에 집착하질 못한다.
이제 그렇게 까지 물에 갈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까지 물을 먹고 싶진 않다. 그런데 아직도 뱃속에 주둔하고 있는 창군들의 세력 때문에 몸이 오금을 못 쓴다.
<a. m. 4시>
그렇게 앙을 대고 보채더니 한 30분 폭 잔다. 한숨 자고나니 신통하게도 온 몸에 힘이 돋는다. 평상시의 철야기도를 하는 때와 똑 같다. 내가 지금 금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를 않는다.
어제
저녁을 잘 먹고 그냥 철야를 하는 상태다.
깜박 속아 넘어간 내 몸이 한 시간 동안 몸부림을 치다시피 찬송을 불러재낀다. 그런데,
앗, 불사,
냄 몸이, 내 몸이 아직 그런 몸은 아닌데, 한 시간 동안이나 죽어라고 찬송을 불러재꼈으니, 허리가 견디어 낼 건가, 허리가 끓어지게 아프다.
깜짝 놀란
내 몸이 아 참, 내가 지금 금식하고 있는 중이지, 내 건강이 아직 이렇게까지 따라주는 몸은 아니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몸을 다스린다.
와,
6시까지는 최대한 무리하지는 말아야 되겠다.
찬송을 부르더라도 속으로 불러야 되겠다.
그래도
물밀 듯 넘치는 이 평강, 이 기쁨, 이 안위, 온 세상을 다 얻은 것보다도 더 마음이 편한 이 기쁨을 억제 할 수가 없다.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보다 더 기쁘다. 몸이 가볍다. 세살 먹은 어린아기 앞에서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이 겸손함,
교회에서든지,
산꼭대기에서든지, 어디에서든지, 목이 터져라 찬송을 부를 수 있는 이 기쁨과 평강, 속에서 강 같이 흘러나오는 이 기쁨,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바로
이거다. 이것 때문에 금식기도가 끝난 지 며칠이 못되어서, 또, 아, 며칠만 금식 좀 해야 되겠다, 하면서 다시 금식을 하게 되고, 그리고 또 며칠이 못되어서 아, 며칠 만 금식 좀 또 할까,
하고 또다시 금식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금식, 금식, 금식 광이 되어버리고 만다.
금식을 한번 하고 나면, 그 금식에서 주는 평강과 기쁨이 있기 때문에, 그 금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지금 같아서는 이제 죽어도 3일 금식은 안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글쎄,
그렇게 다시 금식을 안 하게 될까,
며칠만
보호식을 하고나면, 에잇, 금식을 한번 해야지, 속이 허전해서 못 견디겠네, 하고는 또 금식을 들어오고 말 것이다.
참 신기하다.
금식의 중독 성, 그래서 중세 수도사님들이 뼈가 앙상한 가운데서도 금식, 금식을 밥 먹듯이 한 모양이다. 금식, 금식, 금식을 어찌나 많이 해대는지, 그 수도사님들은 얼굴이
바짝 마르다 못해, 뼈와 가죽만 남는다. 얼굴에 붙은 것이 가죽인지 뼈인지 분간이 안 간다. 눈이 십리나 쏙 들어간 몰골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그런
상태에서도 금식 금식을 밥 먹듯이 한다.
실제로
그 유명한 시므온(A. D. 309-459)을 들 수 있다. 그는 매년 사순절 때마다 40일씩 금식을 하다보니, 40일 장기금식을 26번이나 했다. 시므온뿐만이 아니다. 당시의
수도사 들은 다들 그렇게 했다.
평강이 넘친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이 된 것 보다도, 뭇사람 앞에서 박수갈채를 받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도,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카 퍼레이드를 벌려줄 때보다도,
시험에 합격을 하고, 3일 동안 들뜬 기분으로 온 시내를 붕붕 떠다니던 그 환희, 그 기쁨보다도, 그 기쁨보다도 더 안정되고 평안함이 금식에서 얻어진다.
그까짓
장관, 싫다. 높은 산 계곡에 무릎을 꿇고, 밤을 새워서 찬송을 부르겠다. 온 세상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찬송을 불러재끼겠다.
<a. m. 6시>
정말 먼 길을 왔다. 꿈같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한 시간 한 시간 정말로 멀고 먼 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