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3
2009. 7. 24일
<p. m. 8시에 받은 계시>
와,
덥다. 덥다.
그냥 푹푹 찐다. 몸이 후끈후끈하다 못해 푹 익는다. 시뻘겋게 익는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몸을 시뻘겋게 익혀놓는다. 연신 연신 흘러내리는 땀에 온 몸이 푹 젖을 정도다.
육거리 시장 그 넓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마다, 몸이 시뻘겋게 달구어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오가는 사람마다, 윗 우와기 단추를 거의 열어놓다시피 하고 있지만, 지독하게 뜨겁게 내려 쪼이는 태양빛 앞엔 누구도 당해낼 장사가 없다.
이렇게
덥다보니 사람들마다 손에 부채를 잡지 않은 사람이 없다. 오가는 사람마다 손에 잡은 부채에 더욱 힘을 가해보지만, 시뻘겋게 달구어진 살덩이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감당해 내지는 못한다.
생각 같아선
우와기고 뭐고 다 벗어버리고 싶지만,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럴 수도 없고 죽을 노릇이다.
와,
오늘은 너무하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태양이 죽어라고 뜨거운 열기를 내려 쪼이다보니, 사람이고 길바닥이고 할 것 없이 뜨끈뜨끈하게 달구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길바닥은
길바닥대로, 주변 상가 건물들은 건물들대로 뜨겁게 달구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시장이 그대로 노상 불가마 탕이 되고 만다. 시뻘건 태양이 이글거리는 불가마 탕이 되고 만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마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몸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를 어떻게 감당해내질 못하고, 그저 헉헉대기만 할 뿐이다. 태양의 온도나 사람들의 온도나 같을 것 같다.
지독하다.
숨을 못 쉬겠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살덩이에서 주르륵! 비 오듯이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윽!
삼베잖아?
삼베를 속살에다 받쳐 입었잖아?
와,
삼베를 맨살에다 받쳐 입으면 살이 긁혀서 못 견딜 텐데?
아무리 상주라고 하지만, 이 무더위에 속살에다 삼베를 받쳐 입다니,
아니,
그냥, 하얀 무명 치마저고리만 입으면 됐지, 속살에다 삼베를 받쳐 입을 필요가 뭐있을까?
쯧쯧,
이 더운 여름에,
아니,
얇은 겉옷 하나만 입고 있어도 땀이 비 오듯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여름에, 이렇게 긴팔 치마저고리를 입고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사람들의
보기에 체면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아무리 체면도 체면이라고 하지만, 이 여름에, 이 여름에 상주라고 해서 꼭 긴팔 무명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어야 할 필요가 뭐 있을까?”
청주에서
가장 번화가인 육거리 시장 통에, 상주가 하얀 베옷 치마저고리를 입고 앉아있다.
옆 사람과 팔과 팔이 서로 닿을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하게 거리를 메우고 있는 시장 통 한쪽에,
상주가 하얀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고 앉아있다. 노점상인들이 가득 들어찬 큰길가에 그냥 상인들과 함께 섞여서 앉아있다.
그런데
하얀 살덩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무명 저고리 가슴부위로, 속살에 삼베적삼을 받쳐 입은 것이 보인다.
“이렇게 더운 날에 속살에다 삼베적삼을 받쳐 입다니,
와,
이렇게 더운 날에, 땀이 비 오듯 하는 판에, 저 삼베적삼이 살에 긁히면 시뻘건 상처자욱을 온 몸에 죽죽 그어놓을 판인데,
와,
이 뜨거운 여름에, 이 무더운 여름에, 이렇게 긴팔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다니,
하필이면 이 더운 날에, 하필이면 이 삼복더위에, 그것도 삼복더위 중에서도 최고로 더운 오늘 같은 날에,”
쯧쯧,
상주가 입고 있는 하얀 무명저고리 속을, 땀이 한 짐씩이나 흘러내린다.
무슨 뜻일까?
미디어법 전쟁이, 이제는 거리로 확전이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