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강아지
2009. 5. 16일
중강아지가 속이 상했다.
평양에 사는 애완용 중강아지가 속이 상했다.
항상
남쪽에서 가져다주는 진찬에 길들여진 평양에 사는 애완용 중강아지가, 요즘 속이 많이 상했다.
오늘 뿐만이 아니다.
요즘 한동안 줄 곳 속이 상해 있는 중이다.
남쪽에 있는 주인이 맛있는 요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남쪽에 있는 주인이 마음이 변했다. 휴전선 남쪽에 사는 주인이 맘이 변했다.
맛있는 요리를 가져다주지를 않는다. 그전에는 그렇지를 않았다.
아무 때든지
무엇이 먹고 싶으면, 그냥 평양에 있는 집에서 남쪽 주인을 향해, 무엇 무엇이 먹고 싶다고 말 한마디만 하면, 잭각잭각 두말 않고 즉석에서, 풍성하고 맛있는 요리를
얼마든지 가져다주곤 했었다.
고기반찬에다,
통닭튀김,
그리고 맛있는 찌개종류들, 또 던킨 던킨 도너스 종류들, 제과점의 각종 케이크종류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종류들, 그리고 무엇이든 때를 따라서 즉석에서
미각이
떠오르는 대로, 남쪽에 있은 주인을 향해 주문만 하면, 잭각잭각 즉석에서 배달을 해주곤 했었다.
남쪽에서
가져다주는 각종 요리에 길들여진 털 복숭이 애완용 중강아지가, 요즈음은 보통으로 속이 상한 것이 아니다.
요즘
얼마동안이나 통 맛있는 요리 한번 먹어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 맛있는 요리가 끊긴지 꾀 오래다. 이러다가 이젠 영 그 푸짐하고 달콤 달콤한 요리를 전혀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속이
상할 대로 상한 강아지 이지만 방법이 없다. 그냥 혼자서 속이 상할 뿐이다.
오늘도
또 그 기름지고 달콤한 요리가 생각이 난다. 남쪽 주인에게 부탁해 보아야 소용이 없어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생각이 난 김에 남쪽을 향해 또 한번 부탁을 해 본다.
그냥
늘 하던 대로 평양 자기 집에서, 남쪽을 향해 부탁을 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다.
이러다가 이젠 평생 그 기름지고 달콤한 요리한번 먹어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슬그머니
화가 난 중강아지가 속이 상할 대로 상한 채, 달랑달랑 달려온다.
한번
남쪽
휴전선 가까이까지 가서, 항의를 해 볼 생각이다.
평양에서 부탁 할 것이 아니라, 휴전선 가까이까지 가서, 한번 힘껏 외쳐볼
생각이다.
“부탁한 요리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왜 요즘은, 그 기름지고 푸짐한 요리한번 배달해 주지를 않느냐고?
오늘도 또 허탕이냐고?”
강하게
주장해 볼 생각이다.
털 복숭이
중강아지가 평양에서 달려온다. 개성 근처에 있는 휴전선을 향해 달려온다.
애완용 중강아지 이다보니 아직은 다리에 힘이 없다. 큰 개들처럼 펄떡 펄떡 두 발로 뛰지는 못한다.
그냥
네 발로 달랑거리며 달려올 뿐이다. 개성까지 단숨에 달려온다.
중강아지가
많은 생각을 하며 달려온다. 하얀 털이 송골송골하게 덮인 털북숭이 애완용 중강아지가, 개성근처의 휴전선을향해 달려온다. 달려오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무어라고 할까?
무엇이라고 해야 남쪽의 주인이, 예전처럼 맛있는 요리를 요구하는 대로 가져다줄까?
그렇다고
중강아지 형편에 성질을 부릴 수도 없는 처지다. 아직은 기운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금니가 제대로 다 자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사자 같은 발톱하나 가지지를 못했다.
남쪽
주인에게 어리광을 부려서 얻어먹는 길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중강아지가
많은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이젠 중강아지 정도는 자란 형편에, 아직도 젖먹이 시절처럼 끙끙대며 만양 어리광만 부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젠 젖먹이 시절처럼 만양
어리광만
부릴 철은 지났기 때문이다.
참
중강아지가 난감하다. 갖은 애교를 다 부리고 앙앙대며 젖을 달라고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직 어금니하나 제대로 자라지 못한 주제에, 엄마 개들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앙크란
어금니를 들어내며 협박을 할 형편도 못된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한다.
달랑달랑,
달랑달랑 많은 생각을 하면서 개성 근처에 있는 휴전선까지 달려온 중강아지가, 남쪽을 향해 몸을 번쩍 쳐들고 소리를 버럭 질러본다.
앞발을
가슴위로 치켜들어서 가슴위로 모으고, 두발로 똑바로 선체 남쪽을 향해 소리를 질려본다. 사람처럼 위를 향해 똑바로 서서, 남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쳐본다.
“어떻게 되었느냐고?
고기반찬이랑, 각종 찌개종류들, 맛있는 쌀밥, 통닭튀김, 그리고 던킨 던킨 도너스 종류, 또 달고 맛있는 케이크종류,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박스 등등, 항상 가져다주던
그
맛있는 요리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오늘도 허탕이냐고?
어떻게 된 거냐고?
오늘도 또 허탕이냐고?”
두발을
가슴으로 모으고, 두발로 똑바로 선체, 남쪽을 향해 고개를 번쩍 쳐들고 큰 소리로 외쳐본다. 성질이 잔뜩 난 중강아지가 울부짖다시피 외쳐본다.
얼마를
소리를 지르고 난 중강아지가, 똑바로 서서 한참 동안 남쪽에서 들려오는 답변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귀를 쫑긋이 세우고 얼마동안 남쪽에서 들려오는 답변을 듣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본다.
한참을
귀 기울여 보았지만,
허탕이다. 또 허탕이다.
캄캄하다.
캄캄하다. 잔다. 다 잔다. 지금 남쪽은 밤이다. 다들 잠자는 시간이다. 지금 한참 잠든 시간에, 잠자다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아직
아침이 오려면 더 기다려야 된다.
한참
동안이나 두발로 우뚝 서서, 남쪽의 정형을 살피던 중강아지가, 자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울상을 한 채 다시 땅으로 내려 않는다. 할 수 없다.
방법이 없다.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사자 같은 발톱 하나 없는 중강아지 주제에, 별 뚜렷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안주어도 할 수 없다. 혼자서 속이 상할 뿐이다.
오늘도 허탕,
개성근처의 휴전선까지 내려와서 소리쳐본 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괜히 개성까지 달려오느라 고생만 했다.
낙심을 한
중강아지가 속이 잔뜩 상한 채, 울상을 하고는 자기의 갈 길을 간다.
할 수 없다.
또 허탕이다. 또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 힘도 없이 그저 우는 소리를 해서 얻어먹는 주제에, 별 뚜렷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돌아간다.
그런데,
그런데,
이 중강아지가,
이 중강아지가,
조금은 잿빛에 가까운 흰 털이 몽실몽실 난, 애완용 잿빛 중강아지가,
오늘도 또 허탕을 치고는, 제 딴엔 속이 잔뜩 상한 체 돌아가는데,
방향이,
방향이,
그 방향이 이상하다. 이 중강아지가 자기의 갈 길을 가는데, 평양으로 되돌아가지를 않고,
평양 자기 집으로 되돌아가지를 않고,
엉뚱하게,
휴전선,
휴전선, 동부 휴전선 쪽을 향해 달랑달랑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네발로 달랑달랑 뛰어가는데, 그 달리는 방향이 동부휴전선, 동부 휴전선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 ?! !?# ?
? ? ?
달랑달랑, 달랑달랑, 동부 휴전선 쪽으로 달려간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왜,
중강아지가 평양 자기 집으로 달려가지를 않고, 동부 휴전선, 그러니까 개성근처에서 동쪽방향인 철원 쪽을 향해 달려갈까?
철원 쪽을 향해 달린다.
휴전선을 타고
쭉~ 철원 쪽을 향해 달린다. 달랑달랑, 달랑달랑, 철원방향 휴전선을 밟으면서 쭉~ 달려간다.
마치 휴전선 밟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처럼, 휴전선을 쭉~ 밟으며 철원방향을 향해 달려간다.
속이
잔뜩 상한 체, 개성 근처에서부터 동부전선을 향해 달린다.
많은 생각에 잠긴 체 달랑달랑 달린다.
“그래도,
앙크란 이빨은 아직 없다고 해도,
그래도,
그래도,
변변치는 못하지만, 그냥 있는 대로,
백만 대군에다,
남쪽에 심어놓은 수십만의 고정간첩, 그리고 특수 훈련을 마친 십만이 넘는 자살 특공대가 있고,
또
재래식 무기이기는 하지만,
각종 화기종류들, 각종 중장거리 포 종류들, 생화학 무기에다, 미사일종류들, 그리고 바다에는 잠수함이 있고, 하늘에는 비행기도 갖출 만큼 갖추었다.
거기에다
요즘은 핵무기까지, 뭐 남들만큼은 못해도, 이만하면 자신도 남들 못지않게 갖출 만큼은 갖춘 상태다. 자기라고 밤낮 남에게 지고 살수만은
없다.
‘너 죽고 나 죽기 식이라면’
까짓것 자신도 한번 해 볼만하다.”
개성 근처에서
동부휴전선을 향해 총총히 달려가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잿빛 털 복숭이 애완용 중강아지가, 많은 생각을 하면서 달랑달랑 달려간다.
무슨 뜻일까?
혹시,
벌써 갱도를 다 통과하고, 본격적인 터널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닐까?
기어이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예수님,
이 글을 인터넷에 올려서 세상에 알릴까요?”
갑자기
홍수가 일어나서 마을이 물에 잠긴다. 어찌나 큰 장마가 졌는지, 개울물이 불어나서 마을을 덮치고 방에까지 빗물이 가득 찬다.
노아홍수처럼
심판에 관한 예언이란 뜻일까?
“예수님,
좀 쉽게 가르쳐 주십시오.”
이번에는
적 전차가 나타난다. 적 전차가 서울시내 한 복판을 뚫고 들어온다. 치렁치렁 위장을 잔뜩 한 적 전차가 완전무장을 갖춘 체, 도심 한복판으로 밀고 들어온다.
보니
아주 오래된 전차다.
옛날 구닥다리 전차다. 북한 전차다.
“익크,
기어코 징조가 나타났나보다. 마침내 갱도를 다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터널에 들어섰나보다. 이제부터는 개성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