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통
2010. 11. 15일
<낮 12시에 받은 계시>
방 바닥위에 놓인 수저통 안에, 달랑 젓가락 하나,
큼직한 플라스틱 수저통 안에, 짧달 막한 양은 젓가락 하나,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옛날 고려시대에나 사용했을법한 젓가락 하나,
왜 젓가락 한 쌍일까,
젓가락이고 스푼이고 수북이 담겨있어야 할 수저통 안에,
왜 달랑 골동품 젓가락 하나뿐일까,
일 개 가정에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들 합해서 4~5명만 산데도,
수저통 안에 스푼들과 수저들이 수북이 쌓여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커다란 수저통 안에 어째서 달랑 젓가락 하나만 담겨있을까,
가족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가, 가족들은 다들 어떻게 하고, 달랑 자신이 사용하는 젓가락 하나뿐일까,
혹,
이번 전쟁 통에 온 가족들을 몽땅 다 불속으로 집어넣어버린 것이 아닐까, 이번 전쟁 통에, 온 가족을 불속으로 집어넣어 버리고, 겨우 자신의 몸만 빠져나온 것이 아닐까,
그건 그렇다 치고,
자기 몸만 빠져나왔다 치더라도, 그럼 젓가락이 있으면 숟가락은 어디에 있는가, 스푼이 있으면 젓가락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스푼도 없이 젓가락만 가지고 어떻게 식사를 하는가, 그리고 밥사발들과, 대접들, 반찬 담는 접시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가, 그런 것들도 없이 살림살이 란게 겨우 젓가락 하나뿐이란 말인가, 도대체 무얼 먹고 살기에 살림살이 란게 겨우 젓가락 하나뿐일까,
“예수님!,”
“왜 수저통에 아무것도 없고 달랑 젓가락 하나만 담겨있습니까,”
벽에 걸린 그물망 자루 밑창에, 하얗게 말라죽은 야채벌레 한 마리,
무슨 야채를 담았던 자룬데 야채는 보이지도 않고, 밑창에 하얗게 말라죽은 벌레한 마리만 보일까, 요즘은 야채를 안 사다 먹는가, 그래서 야채를 담았던 그물망이 텅 비었는가,
“예수님, 이해가 안 갑니다. 살림살이가 왜 달랑 젓가락 하나뿐 입니까,”
수저통 곁에 말라비틀어진 컵라면 껍데기 두 개, 먹고 버린지 4~5일은 된 듯 한, 작은 컵라면 껍데기 두 개, 쪼글쪼글하게 말라비틀어진 체 포개어놓은 작은 사이즈 컵라면 껍데기 두 개,
그리고 수저통 앞 편에, 먹고 버린 지 하루나 이틀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컵라면 껍데기 하나,
세상에!,
세상에!,
4~5일 동안에 먹고 산 것이 이게 다라고!,
4~5일 동안 먹고 산 것이 겨우 작은 컵라면 3개뿐이라고!, 흑! 흑! 흑흑!
그럼
아프리카 케냐의 어느 고아원에서, 5~6세 되는 어린이가 하루에 옥수수 삶은 것 한줌씩만 먹고산다던 기사와 똑같게!, 그것도 고아원에 입소한 어린이들은, 하루에 이 옥수수 한 줌을 받아먹기 때문에 죽질 않고 살아있지만, 마을에 있는 아이들은 이 옥수수 한 줌을 먹기 못하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면서, 그나마 이 고아원에 입소한 아이들은 운이 좋은 아이들이라고 하던, 그 신문기사와 똑같게!,